작성일 : 2015-01-19 (16:30)
[2015년 1월달력] 100년에 한 번 피는 ‘대꽃’
글쓴이 : 권정숙 조회 : 2551

평생에 구경하기 힘들다는 대꽃이 피었다. 부안예술회관 화단에 옮겨 심어 놓은 왕대나무에 꽃이 핀 것이다(2008년 4월 23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2015년 1월달력] 100년에 한 번 피는 ‘대꽃’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뎌러코 사시예 프르니/그를 됴햐 하노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중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찬양한 노래다.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에 속하는 대나무는 나무로 분류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윤선도의 노래에서처럼 나무로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풀로 보기도 어렵다. 봄에 죽순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두 달 정도면 성장을 끝낸 다음 더 이상 자라거나 굵어지지 않고 단단해지기만 하다가 말라 죽는 것은 풀의 성질을 지녔다.

대나무류는 전 세계에 50속 1250여종, 우리나라에는 60여종이 자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나무 중 대표적인 종은 맹종대, 왕대, 솜대, 오죽, 시누대(이대), 조릿대(산죽) 등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종은 왕대이고, 화살을 만드는 시누대는 주로 남쪽지방에 자라는데 부안지방에는 흔한 편으로 적벽강 일대는 시누대가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투용 화살로 이 시누대가 쓰였기 때문에 이곳의 시누대를 베어 중앙으로 수송하였으며, 이곳 대밭을 관전으로 관리하고 대를 베어 저장하는 막(幕)이 있어 이 마을이 대막골 또는 죽막동(竹幕洞)이라 이름 지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자라는 종은 조릿대다.

100년에 한 번 피는 ‘대꽃’

대나무는 꽃을 피워 열매로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땅속줄기에서 죽순이 솟아올라 성죽(成竹)이 되는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 그런데 60년 또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러기에 대꽃을 보기란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드문 일이다. 대나무류 중에서 조릿대는 5년에 한 번 꽃을 피우기 때문에 등산을 하다보면 종종 볼 수 있지만...

대나무가 꽃이 피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기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주기설과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개화의 원인이 된다는 기후설, 영양분의 결핍이 개화의 원인이 된다는 영양설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영양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뿌리로 번식하는 대나무가 영양이 부족해지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그런 대나무는 모든 에너지를 동원하여 꽃을 피워 결실을 맺는 방식으로 번식을 꾀하지 않을까?






봉황이 먹는 상서로운 열매

이렇게 100년에 한 번 피는 대꽃을 두고 길조라느니 흉조라느니 설이 나뉜다. 꽃이 피면 대숲 전체가 고사해버리기 때문에 흉조라고 여기는 듯하다. 길조라 함은..., 죽실이라고 하는 대나무 열매는 모양이 보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중국 <장자>의 고사에 봉황이 먹는 상서로운 열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나무 열매가 봉황이 먹는 열매이든 어쨌든... 배고팠던 민초들에게는 훌륭한 구황식물이 되어주었다. 조선시대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에는 지리산에는 대나무 열매가 많이 열려서 그 지방 사람들이 밥을 지어먹었고, 울릉도에서는 비축식량이 두절되어 굶어 죽게 되었는데 마침 대나무가 결실을 맺어 대나무열매와 산마늘로 연명하여 기아를 면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부안의 향토사학자이신 김형주 선생님의 회고에 의하면 일제의 학정에 배곯던 해방무렵, 변산의 산죽(조릿대)들이 꽃을 피우고 이내 열매를 맺자 사람들이 그 열매를 채취하여 죽을 쑤어 먹고 허기를 면했다고 한다.

/허철희/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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