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도리당집 당신도ⓒ부안21

치도리 당집 당신도는 임경업 장군상이 아니다!

지난 2005년 7월 27일, 연합뉴스는 ‘전북 부안 위도 치도리 임경업 사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고대사연구소(소장 신종원)는 (사)해상왕장보고재단이 지원하는 ‘고대 한·중·일 해양 및 도서(島嶼)신앙과 설화·민속’ 연구 일환으로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일대를 현지 조사한 결과 위도면 치도리 당집에 임경업 장군 영정이 봉안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전북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에서 풍어신(豊漁神)으로 임경업(林慶業 ; 1594~1646) 장군을 모신 사당인 임장군당(林將軍堂)이 확인됐다”며 당시 치도리 이장이 치도리에서 임경업 장군을 모시는 이유에 대해 “조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칠산바다 조기잡이 배들도 치도리 임장군당을 향해 배서낭굿을 쳤다”는 증언을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고대사연구소의 치도리 당집 조사엔 여러 명의 학자들이 참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필자는 치도리 당집을 직접 방문하여 당신도를 확인하고, 치도리 현지 주민의 증언을 채록했다. 그런 한편으로 민속학자로 「서해안 임경업 신앙 연구」와 「조기잡이 어업기술의 변화양상」 등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동생 서종원에게 이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였다. 결과 치도리 당집 당신도는 임경업 장군의 초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우선 임경업 신앙의 분포권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라는 점, 그리고 임경업 장군의 무신도는 주로 말을 타고 칼을 든 장군상의 모습인데, 치도리 당집에 모셔진 당신도는 좌정해 있고 양쪽에 시녀가 그려져 있다는 점, 그런가 하면 흉배에 문관을 상징하는 학이 그려져 있는데, 임경업은 문관이 아닌 무관이라는 점이다. 또, 위도 지역엔 서해안을 대표할 만한 마을굿인 띠뱃굿이 있다. 지금이야 띠뱃굿이 대리 마을에서만 전승되고 있지만, 진리와 치도리, 그리고 식도리 등 위도 각 마을의 동제는 그 제의형식이 거의 똑같거나 그 형태가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임경업 장군을 모신 당집은 없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신앙성도 찾아 볼 수 없다. 치도리의 여러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치도리 당집에 걸린 당신도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치도리 출신인 고(故) 송기운 씨는 치도리 당집에서 봤던 당신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십 년 전에 지금의 당신도를 그렸다는데, 지금의 당신도가 이전의 당신도와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현재 치도리에 없다. 물론 치도리 당집 당신도의 주인공이 임경업이거나 아니거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하는 주민도 치도리엔 없다. 그렇지만 이 당신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신도의 복장(흉배)에 문신을 상징하는 학이 그려진 점은 치도리 당집의 당신도가 임경업 장군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위도는 예로부터 불교가 성하던 곳이다. 대리의 당집인 원당도 깊은금의 내원암과 관련이 깊다. 21세기 들어서 내원암에 용왕각이 신축됐다. 용왕각을 신축한 이유 중 하나는 내원암 대웅전에 있던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 온 빛바랜 탱화 탓도 있다. 그 탱화에 나오는 산신은 ‘용의 뿔’을 손에 쥐고 있다. 위도의 여러 마을에 있는 당집의 당신도는 이렇게 불교나 용왕신과 관련이 깊다. 이런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는 위도의 동제 속에서 임경업 장군을 당신으로 모시는 마을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서주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