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띠뱃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82-다호ⓒ부안21

“황금같은 조기떼 코코마다 걸렸구나”
[위도의 풍어제-1] 대리 원당제(위도띠뱃놀이)

위도는 조기로 유명했던 칠산어장의 중심지이다. 위도 앞바다에 조기떼가 몰려들 때면 전국 각지에서 고깃배들이 위도로 몰려들고 위도에는 파시(波市)가 들어섰다. 위도의 파시는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 중의 하나인데 1970년대 중반까지 그 명맥이 이어졌다. 위도가 조기어장으로 성시를 누리던 시절 정월 초, 위도 곳곳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 공동제(共同祭)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조기가 칠산바다에서 자취를 감추자, 지금은 예전의 그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멸치, 새우, 삼치, 꽃게 잡이 등으로 겨우 어촌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적한 섬으로 변해 있다. 따라서 성대하게 치러졌던 풍어제도 간략해졌는데 대리(大里) 마을의 원당제(願堂祭)만은 전국적인 관심 속에 그 맥을 잇고 있다.


대리 원당제(위도띠뱃놀이)

위도 서편 끝자락에 위치한 대리는 앞 바다에 풍부한 어장이 형성되어 있어 일찍이 큰 어촌을 이루었다. 마을 지형이 ‘큰 돼지 목’과 같다하여 ‘대돌목(큰돌목)’, 한자명으로는 ‘대저항(大猪項)’이라 하였는데,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소리(소돌목), 살막금(전막리), 논금(답구미), 석금(석구미)을 병합하여 대리(大里)라 하였다. 파장금항에서 6km여 거리여서 예전에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였으나, 1999년 위도 순환도로가 개통되고, 마을버스가 운행됨에 따라 지금은 차로 10여 분이면 대리에 닿을 수 있다.

대리마을 ‘원당제(願堂祭)’(1)는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78년 춘천에서 열린 제19회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아 부안의 귀중한 민속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1985년 ‘위도띠뱃놀이’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82-다호로 지정되었다. 원당제를 띠뱃굿 또는 띠뱃놀이라 부르게 된 것은 바닷가에서 지내는 용왕굿의 마지막 절차인 띠배를 바다로 띄워 보내는 데에서 연유하고 있다.

(1) 원당은 이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공간으로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이곳 앞바다를 지나는 어부들도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을 잘 들어 준다고 하여 원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위도띠뱃놀이는 음력 정월 초사흗날 이른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원당에서 지내는 원당굿, 마을의 주산(主山)돌기, 바닷가에서 지내는 용왕굿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산, 마을, 바다 등 마을 전체는 제의(祭儀)의 공간이 된다. 마을의 안태(安泰)와 풍농(豊農)을 기원하며 지내는 육지 당산제의 성격과 같은 이 제의는 풍어기원의 깊은 신앙성과 농악에 따른 술배소리, 에용소리, 가래질소리 등 노래와 술과 춤이 따르는 놀이가 결합된 마을축제로서 더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제의는 매우 엄격하게 치러진다. 제의 준비는 그 전 해 섣달 초에 마을회의에서 협의하여 결정하는데 제관(祭官)으로 제만(化主) 1명, 원화장(化長) 1명, 부화장 2명, 독축관(讀祝官) 1명 등 5명의 제관을 제일(祭日)인 정월 초사흗날의 생기복덕(生氣福德)에 맞추어 선정한다. 제만은 그해 제의의 총책임자로서 제주(祭主)다. 원화장은 부책임자로 제물(祭物) 책임을 맡으며 부화장 두 사람은 제만과 원화장 두 사람을 도와 제사 준비를 한다. 부정을 막기 위하여 섣달 20일경이 되면 마을 어귀에 금줄을 치고 잡인의 출입을 금하며, 출산을 앞둔 임산부는 산막(産幕)으로 옮겨가도록 한다. 화주나 화장은 일체의 부정한 것을 멀리 하고, 찬물로 목욕재계한 후 제물을 정성껏 준비한다. 제물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제물은 최상품으로 하되 값을 깎지 않는다.

화장이 제물을 준비하는 동안 마을사람들은 흥겹게 굿을 치며 마을 곳곳, 집집마다 돌며 지신(地神)을 진압하여 잡귀를 쫓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어주는 지신밟기를 한다. 이때 집집마다 쌀이나 돈을 내놓는데, 모아진 쌀이나 돈으로 이듬해 제물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지신밟기를 정월 초하루부터 시작하여 초사흗날 띠뱃굿을 끝내고도 대보름까지 이어졌다고 하나 근래 들어서는 간략해져 당일로 그치고 만다.

지신밟기위도 대리마을의 지신밟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흥겹게 굿을 치며 마을 곳곳, 집집마다를 돌며 지신을 진압하여 잡귀를 쫒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어준다. 이때 집집마다에서는 쌀이나 돈을 내놓는다.ⓒ부안21

금줄위도띠뱃굿은 엄격하게 치러진다. 섣달 20일경부터 금줄을 치고 출산을 앞둔 여자는 특별히 마련한 산막으로 옮겨가도록 하며,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마을사람들마저도 바깥출입을 금하도록 한다.ⓒ부안21

제물준비제물은 마을사람 중에서 가장 정갈한(손 없는) 사람을 뽑아 준비하게 한다. 위도 대리에서는 제물을 준비하는 사람을 화주라고 한다. 제물을 준비할 때는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는데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물건 값을 깎아서도 안 되며 최상품의 제수로 준비한다.ⓒ부안21

목욕제계제사를 지내려면 몸도 마음도 정갈해야 한다. 사진은 제물을 나르는 화장이 초사흗날 새벽, 영하의 기온인데도 찬물로 목욕제계 하고 있다.ⓒ부안21  

원당 오르기초사흗날 이른 아침 영기를 든 기잡이를 선두로 화주, 무녀, 독축관, 영기, 제물지게(화장)의 뒤를 따라 굿패가 흥겹게 굿을 치며 뒤따르고, 뱃기를 든 선주들과 마을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원당에 오른다. 원당은 마을 동쪽 높은 산 정상에 있다. 당집 안에는 산신상, 원당마누라상, 본당마누라상, 옥저부인상, 애기씨상, 수문장장, 장군서낭상 등의 마을과 바다를 수호하는 8위의 신상이 모셔져 있다.ⓒ부안21

원당오르기

정월 초사흗날 날이 밝으면 영기(令旗)를 든 기잡이를 선두로 제관, 무녀 그리고 제물을 짊어진 화장, 선주, 그 뒤를 따라 10여 명의 굿패가 흥겹게 굿을 치며 뒤따르고, 오방기와 뱃기를 든 기수와 마을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원당에 오른다.

대리 원당은 칠산바다가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동남쪽 당제봉(해발 200여 m) 정상,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있다. 원당에 대한 기원이나 유래는 문헌기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마을 노인들에 따르면 먼 조상들이 이 마을에 정착,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하여 살면서부터 당신(堂神)을 모셨을 것이라고 한다.

원당의 신은 모두 12서낭(2)이라고 하나, 1984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행한 『위도의 민속』에는 원당마누라, 본당마누라, 옥저부인, 애기씨, 물애기씨, 손님네, 산신령님, 장군서낭, 문수영대신(2명) 등 10위가 모셔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초로 당집을 지었던 당주(堂主)를 신으로 섬겨 11서낭이 되는 셈이나 그렇더라도 12번째 서낭 명칭이 불분명하다. 그런데 현재는 원당마누라, 본당마누라, 옥저부인, 손님네, 산신령님, 장군서낭, 문수영대신(2위) 등 8위가 모셔져 있다.

(2) 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그러나 무녀의 사설 중에는 ‘열두 서낭 앞에 인사를 드리는 굿’이 있다.

원당에 모셔진 신들에 대한 내력이나 신격, 그리고 역할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당집의 이름이 원당이고, 또 여러 서낭 중 1년 동안 배에 모실 서낭을 내리는 깃굿 과정에서 선주들이 무녀로부터 깃손을 받을 때 제일 많이 내림받기를 원하는 서낭이 원당마누라, 본당마누라, 장군서낭, 애기씨서낭 순인 것으로 볼 때 이 원당의 주신(主神)은 원당마누라로 여겨진다. 이 마을 사람들은 원당에 모셔진 신들이 산과 마을, 바다 등을 관장하며 마을의 평안과 무병장수와 풍어를 돕는다고 믿고, 받들고 있다.

옛문서/위도띠뱃굿은 예부터, 그리고 아주 성대하게 치러졌다. 위의 문서에서 말해주듯, 충청, 전남, 고군산도, 비응도 등지에서도 참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자료제공/서주원).ⓒ부안21

“기도가 있으면 반드시 응답하니”

대리 원당은 위도뿐 아니라 서해안 지역에서도 역사가 깊고 영험하기로 소문난 당이다.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나 칠산어장을 오고가는 어민들에게 대리 원당은 매우 절대적인 존재였다. 이들은 이곳 앞바다를 지날 때면 원당에 올라 제를 지내거나 배 위에서 예의를 갖춰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원당이 위도를 중심으로 하는 칠산어장을 관장하는 신앙처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도면 대리 고 서진석(1930~2015)씨 집안에 전해오는 「원당중수기(願堂重修記)」의 내용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수기에는 원당을 중수할 때 돈을 기부한 어민들을 기록하여 두었는데, 가까이는 위도와 부안을 포함한 전북 지역, 멀리는 충남, 전남, 황해도 등 다양한 지역의 어민 이름이 보인다. 이를 통해 대리 원당은 서해안 지역의 어민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신앙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원당중수기 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문서를 작성한 해인 ‘庚子’는 1900년이다.

“돌아보건대, 무릇 대저항리의 원당은 큰 바다의 험준한 봉우리 위에 위치하여 신령스럽고 기이한 기운이 특별히 이곳으로 모여들어, 사람들이 모두 우러르고 숭배합니다. 堂神이 신령하여 □…□기도가 있으면 반드시 응답하니, 8도 沿路에 있는 큰 □…□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 모두들 그(堂神의) 그윽한 가호를 받아서 재물이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향과 예물을 올려 축원하기를 누가 정성껏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원당을 세운지가 이미 오래되어 비바람이 새고 스며들어 보수하여 고치는 것이 시급한데, 財力이 넉넉하지 못하여 마음 속의 경영한 바를 괴롭게도 (실현할) 좋은 방도가 없습니다. 원컨대 각처의 크고 작은 배 여러분들께서 특별히 함께 구제할 의리를 생각하시어, 각각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내어서 마땅함에 따라 도와주시어, 이 원당을 일신할 수 있게 한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경자년 3월  일/蝟島都執綱 이인범(手決)/化主 김기서, 서익겸, 이석겸, 신득삼, 백윤서, 백자천, 김치경, 김태서“

원당굿원당에 오르면 회식밥, 쌀 두 말, 콩 한 말, 돼지머리, 술, 과일, 포 등의 제물을 진설하고 무녀가 축수를 한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엎디어 절을 하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무녀의 축수가 끝나면 산신상 앞에서 당굿이 시작된다. 당굿이 끝나면 제물을 당 앞으로 내다놓고 음복을 하는데 이 때 무녀는 선주들에게 산(算)쌀을 집어주어 짝수가 되면 그해 무사안녕하고 고기를 많이 잡는다는 '산점'을 친다. 이 때 선주들은 성의껏 금전을 젯상 위에 놓는디. 사진 아래는  원당제를 지내는 동안 화장이 무섭게 분장을 하고 있다. 원당은 신성한 곳, 액귀의 범접을 막기 우함이라고 한다.ⓒ부안21

원당굿

원당에 도착하면 오방기는 당집의 동, 서, 남, 북, 중앙에 세우고 화장이 지게에서 제물을 내려 진설을 한다. 제물은 회식밥, 쌀 두 말, 콩 한 말, 돼지머리, 술, 과일, 포이다. 진설이 끝나면 농악이 멈추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화주가 축문을 읽는다. 독축에 이어 무녀가 축수를 하고 원당에 모신 제신(諸神) 앞에서 당굿을 시작한다.

당굿의 순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주굿 : 성주가 조성되는 내력과 성주신에게 마을사람들의 명과 복, 그리고 풍어의 소원성취를 비는 굿이다.
•산신굿 : 산신님께 마을의 안과태평(安過太平)과 복(福)을 축원하는 굿이다.
•손님굿 : 손님(마마神, 疫神)을 달래고, 마을에 역병이 없게 하여 달라는 축원굿이다.
•지신굿 : 터주대신을 위로하는 지신풀이 굿으로 부(富)를 축원하는 굿인데 명당풀이 비슷한 내용이 복합되어 있다.
•서낭굿 : 원당서낭, 본당서낭, 애기씨서낭의 복합된 굿으로 원당·본당·서낭굿은 각 지역의 서낭을 불러 위로하고 면장·이장 등 마을 유지들을 축복하여 주는 굿이며, 애기씨서낭굿은 마을 어린이들의 무병장수와 부귀를 축원하여 주는 굿이다. 장군서낭굿은 서해바다 모든 어장에서 고기를 많이 잡아 벌이가 잘 되게 하여 달라는 축원굿인데 이때 무가(巫歌)는 ‘술배소리’와 복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깃굿 : 선주에 대한 축원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으로 선주굿이라고도 하며, 선주는 자기 배에 모실 배서낭(배의 수호신)을 무녀로부터 내림받는다. 이때 무녀가 선주에게 “원당서낭님을 받을 것인가?” 하고 물으면 “예 원당서낭님을 모실랍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무녀가 선주의 손바닥에 산쌀(算米) 몇 알을 집어 주는데, 이때 그 산쌀이 짝수가 되면 그 서낭과 선주가 연분이 되어 ‘배서낭’으로 모시게 되며, 그 해엔 만선을 이루게 된다며 연분이 맺어진 서낭 이름을 한지에 써 주는데 이것을 ‘깃손’이라고 한다. 이 깃손을 뱃기의 꼭대기에 묶어 ‘깃손받기’라 하고 배서낭의 신주로 잘 받들어 모신다.
•문지기굿 : 이 굿은 중천맥이굿과 비슷한 것으로 굿의 마지막 순서이며, 여러 떠돌이 원혼들을 달래어 보내는 굿이다.

주산돌기원당굿이 끝나면 그 해에 배에 모실 신을 지정하는 깃굿을 하고 농악을 치며 내려온다. 오는 도중에 바다로 돌출한 용바위에 올라 제수로 쓴 음식을 바다에 던져 바다에서 죽은 무주고혼들에게 풀어 먹인다. 이어서 마을 앞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주산돌기를 시작한다. 이는 일종의 지신밟기의 성격으로 마을 사람들이 용줄을 어깨에 메고 농악을 치며 마을을 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 사람들 수가 적어 용줄은 생략한다.ⓒ부안21

주산돌기

원당굿이 끝나면 원당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다로 돌출한 용바위에 올라 제수로 쓴 음식을 바다에 던져 바다에서 죽은 무주고혼들에게 풀어먹인다. 이어서 당산 옆에 정원대보름날 줄다리기를 하기 위하여 서려놓은 암수의 굵은 용줄을 어깨에 메고 두 편으로 갈라 ‘에해용 소리’에 맞추어 반타원형으로 돌며 주산(主山)돌기를 한 후,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일종의 지신밟기이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사람들 수가 적어 용줄은 생략하고, 영기와 오방기를 앞세우고 굿을 치며 마을을 돈다.

띠배 만들기마을 동쪽 당제봉 원당에서 원당제를 지내는 동안 일부마을 사람들은 바닷가에에 모여 띠배를 만든다. 띠배는 길이 2미터, 폭 1미터 정도의 판자 위에 짚과 띠풀을 둘러 엮어 만든 모형배이다. 배 안에는 긴 백지 위에 동방청제축액대장군(東方靑帝逐厄大將軍), 서방백제축액대장군, 남방적제축액대장군, 북방흑제축액대장군, 중앙황제축액대장군의 오방신장에 맞춰 쓴 액을 쫓는 깃대를 세우고, 동네 우물가나 당산나무 아래 그리고 동네의 터가 센 곳에 액을 몰아가라고 세워 두었던 짚으로 만든 7개의 허수아비를 거두어 싣는다.ⓒ부안21

띠배만들기

주산돌기가 끝날 시각이면 바닷가에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만든 폭 2m, 길이 3m 정도의 띠배가 먼 바다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배에는 ‘전라북도(全羅北道) 부안군(扶安郡) 위도면(蝟島面)’이라고 쓴 마을기와 긴 백지 위에 동방청룡장군(東方靑龍將軍), 서방백호장군(西方白虎將軍), 남방주작장군(南方朱雀將軍), 북방현무장군(北方玄武將軍), 중앙황제장군(中央黃帝將軍)의 오방신장에 맞춰 쓴 액을 쫓는 깃대를 세우고, 마을 우물가나 당산나무 아래, 그리고 마을의 터가 센 곳에 액을 몰아가라고 세워 두었던 짚으로 만든 허세비(허수아비, 마을사람들은 ‘제웅’이라고도 부른다.)를 거두어 싣는다. 허세비의 남근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 풍요·다산의 성 신앙을 담은 것이다.

용왕굿주산돌기에 이어 오후 2시쯤 만조가 되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용왕제를 지낸다. 용왕제는 무녀가 "바다를 향해 제배" 하면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바다를 향해 절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무녀의 춤과 사설이 계속되며 여인들은 용왕님에게 먹일 회식밥을 내오고 남자들은 띠배를 메고 나온다. 회식밥은 제수로 쓰인 음식들을 거두어 모아 물을 부어 만든 물밥이다. 마을 사람들은 농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띠배를 돌며 가래로 회식밥을 퍼서 띠배에 담는다. 이 때 어낭창 가래질 소리를 한다.ⓒ부안21

용왕굿

오후 2시쯤 만조가 되면 이 띠배 앞에서 용왕굿을 한다. 용왕굿은 무녀가 “바다를 향해 재배(再拜)” 하면 마을사람들이 일제히 바다를 향해 절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황금같은 조고떼/코코마다 걸렸구나/어기여루 술배로다/술배술로 날을 새고/술배술로 해를 지니/어찌 아니 좋을 쏘냐/이물가득 삼가득 명지가득/까득까득 실었으니/고물안에 하장아가/어서 바삐 일어나서/이물에다 호기해라”로 이어지는 무녀의 사설과 춤이 계속되며 여인들은 용왕님에게 먹일 회식밥을 내온다. 회식밥은 제수로 쓰인 음식들을 거두어 모아 물을 부어 만든 물밥이다.

그리고 이어서 용왕굿의 절정이자 이날 제의의 하이라이트인 ‘띠배 띄워 보내기’를 한다. 마을사람들은 농악에 맞추어 ‘가래질 소리’를 흥겹게 부르며 띠배에 용왕님이 먹을 회식밥을 퍼 담은 후, 띠배를 모선에 연결시키고, 굿패와 선주기가 모선에 올라 “돈 벌로 가세 돈 벌러 가세 칠산바다로 돈 벌러 가세(배치기소리)”를 우렁차게 부르며 띠배를 끌고 먼 바다로 떠나간다.

마을의 재액을 모두 싣고, 풍어의 꿈도 가득 싣고 떠나가는 띠배를 향해 마을사람들은 “우리 마을 사고 없이, 우리 배도 사고 없이, 만선일세 만선일세, 조기 실어 만선일세...” 풍어를 기원하며, 잘 가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환호성으로 전송한다.

띠배띄우기띠배를 물에 띄워 모선에 연결시킨다. 농악과 선주기가 모선에 오르면 배치기소리를 더욱 우렁차게 부르면서 용왕님이 먹을 회식밥과 묵은 해의 재액인 허수아비를 가득 실은 띠배는 모선에 이끌려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간다. 농악소리도 점점 멀어진다. 재액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전송하는 환호성도 점점 잦아든다.ⓒ부안21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허철희huh@buan21.com

<부안이야기 13호>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