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가 김지은님 속을 썩히는 군요. 저도 속께나 썩었습니다. 남이 해주는 건 다 쉬워보이는 데... 잘 안 되더군요.

무말랭이 뿐만 아니라, 모든 말리는 것은 통풍이 안되면 힘이 들더군요. 제일 중요한 게 통풍인 것 같아요.
아파트 베란다는 말리는 데 별로 좋은 조건이 못 됩니다. 면적에 비해서 샷시창문이 절반도 안열리지요.
또 유리창으로 볕이 너무 들어오니까 온도는 높고 창문이 확 열리지 않으니까 습기가 빨리 빠지지 않죠.

고사리, 무청 같은 건 말려도 괜찮더군요. 색깔이 검으니까 별 표가 안나고 또 무보다 두껍지 않구요.
호박이나 무는 두껍고 또 야채 진액이 나와서 햇볕에 말리면 누래집니다. 날씨 잘 못 만나면 시커매지구요.

윗어른들께서는 호박도 살짝 씻어서 말리면 진액이 씻겨 깨끗이 마른다고 하던데, 무는 두꺼워서 잘 안돼요.

제가 베란다에, 바깥에, 씻어서, 골고루 다 해 보앗는 데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단시간에 말리는 게 최곱니다.
그래서 방이나 거실에 난방을 넣고 깨끗한 면보자기(애기귀저기 사서 쓰면 돼요)깔고 하면 이틀이면 됩니다.
그 다음에 햇볕에 한번 바짝 소독 겸 볕을 쬐주면 아주 백옥? 같이 깨끗하게 마릅니다.

지금은 봄이니까 아마 초겨울 보단 색이 좀 안 좋을 거예요.
제가 꽃을 잘 말리는 데, 초겨울 북쪽 그늘에 차게 해서 말리는 게 색이 제일 선명하더군요.

저는 무를 무척 좋아하고 몸에 잘 맞기도 하지만 무말랭이에 어려서부터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제 초등학교 5, 6 학년 때, 짝꿍이 이북이 고향인 친구인데, 이 무말랭이 반찬을 매일 싸오는데...
요새 아주 가는 오징어채 처럼 가늘게 말린 무말랭이를 얼마나 맛있게 무쳐 오는지... 저는 그맛에 그만 중독이 돼서,
이날 이때 까지 무말랭이는 영원한 저의 친구죠, 어려서 집에서는 고춧잎 말린거랑도 무치고...
근데 왜 요새 고추잎 말리면 쓴지 모르겠어요. 유기농으로 제가 직접 주말 농사지은 것도 그렇더라구요.

오징어채랑, 북어채랑 무쳐도 맛있습니다. 생선지짐이 할 때 생 무 없으면 무말랭이 깔고 해도 되고요.

저는 매니아? 급 답게 무말랭이 봉투에 담아 차에 두고 그냥 먹습니다.저는 이런 걸 고순도음식이라 하죠.
아무 것도 섞지 않고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생 것도 아닌...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것들요.

아래 사진 중 가운데 조그만 접시에 담긴 것이 보우 무말랭이 입니다. 붉은 것은 매운 김치국물에 담근 거고요.
약간 진 한 것은 초절임에, 약간 연한 것은 백김치국물에 담가놓기만 한 건데요.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우리 딸은 초절임이 제일 맛잇다고 하고 저는 세가지 다 맛있네요 가운데 흰 것은 컬리플라워인데요.
요게 참 맛이 보통아닙니다. 연하면서도 아삭거리는 맛도 있고, 요건 해보시면 아마 모두 다 좋아 하실 것 같슴당.

참 !~~ 새로운 거 하나 개발 했슴당~~ 요새 요리 사진 올리느라고 새로운 궁리가 자꾸 싹 틉니다.
송하샘님 묘목 심다 더 좋은 아이디어에 새로 해? 말어? 하시는 거 백분 동감합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어제 연근약밥하고 남은 검은 쌀물하고 연근을 꿀에 조린 거 연근 쨈을 하면 어떨까? 한 생각이 들었죠.햐~ 좋은 생각!

쨈을 하려면 젤라틴 성분이 좀 있어야 반들거리고 진기도 있고...연근도 점성이 좀 있긴 하지만 약간 부족하니,
찹쌀떡이나 그런거 하고 갈던지 찹살가루를 되게 쑤어 하면 되겠지요? 근데 없으니 편하게...
그냥 밥 솥에 검은 쌀 밥 있으니 그거 두 숟갈 쯤 넣고 드립다 갈았더니.. 사진 보세요, 색도 맛도 대성공~~

뭐하려 쨈 사다 먹어요? 이거 말고도 아무 과일 이나 갈고 묽으면 이렇게 밥 넣고 갈면 되겠네요.
많이 만들어 두는 거 하지 말고 이렇게 즉석 일회분만 하는 게 자연식이죠. 우리 손녀가 쪼코렛인 줄 아네요.

그 옆이 호박 죽인데요. 여기 밤호박 그냥 버리려다 말앗어요. 아무맛탱이도 없어 단 거 안 넣고는 못 먹겟어요.
작년,두레매장에 어떤 장로님이 유기농 농사지은 밤호박은 돌덩이 같이 칼도 안들어가고, 속은 주황색인게, 햐~

호박을 그대로 통째로 슬로우쿠커에 물없이 쪄서 (씨는 씹으면 톡톡하고 나오는데, 이건 그냥 쭉쟁이니..)
체에 내리면 얌전하겠으나, 손님상 아니니 편하게 그냥 손으로 꾹꾹 뭉개고, 껍질 넣고,안 넣고 두가지 색이죠.

그 옆은 반달콩(밤색콩) 삶은 것과 토마토를 갈으니 이것도 쨈이 되네요. 그 옆엔 콩죽 이고요.

그 옆에 노리끼리 한 것이 현미 멥쌀 안 불리고 슬로우 쿠커로 4 시간 두어서 된죽을 만들어 놓구요.
메인? 베이직? 이렇게 이름부치면 될까요? 저 메인에다 콩 섞으면 콩죽이고 호박 섞으면 호박죽이고... 아주 쉽슴당.

오늘은 연근쨈 개발?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이런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무신 인사말?ㅎㅎㅎ

하여튼 재미있었습니다. 모두모두 좋은 나날 되세요~~~

* 최동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2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