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13-03-29 (12:47) | ![]() |
[특파원 리뷰] 백악관 김치와 코스트코의 배
글쓴이 : 권정숙 | 조회 : 3159 |
[특파원 리뷰] 백악관 김치와 코스트코의 배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얼마전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에서 김치를 담갔다는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를 올린 것이다.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우리 부엌에서 김치를 담갔다"고 알렸다. 그 뿐아니다. 병에 담아둔 자신의 김치사진과 함께 담그는 법을 백악관 요리 블로그인 '오바마 푸도라마(Obama Foodorama)'에까지 올렸다. 여기엔 “채식주의자라면 양념 중 액젓은 빼도 되고요, 재료는 꼭 손으로 섞으세요.”라는 자상한 조언까지 보탰다. 더구나 미셸 오바마는 김치 사진 옆에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온 비만 방지 건강 캠페인 '렛츠 무브 (Let's Move)' 마크도 올려두었다. 김치를 비만 예방하는 건강 식품으로 백악관이 인증해준 셈이다. 이쯤되면 최고의 김치 홍보대사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 백악관 김치 사진은 사실 필자에겐 다소 의외였다. 흔히 생각하던 김치라기 보다는 미국 식품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병에 든 피클’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달들어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엔 “김치 피클은 오늘 담가서 내일 먹을 수 있습니다"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 인기를 끌었다. 뉴욕타임스 음식 전문기자 멜리사 클라크가 4분 23초 분량의 ‘ 레디시(무) 김치 피클’ 조리법을 소개한 동영상이었다.우리로 치면 즉석 깍두기를 만드는 법을 소개한 것이다. 김치가 꼭 곰삭은 ‘묵은지’이어야 할 필요가 없듯이 피클의 모습이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어차피 음식이나 문화는 시간과 공간에 걸맞게 스스로 진화하며 발전해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시뻘건 김치’도 16세기 전후 임진왜란 무렵 고추가 전래된 뒤에야 우리네 식탁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그렇게 마음 먹고 있는데도 필자에겐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남아있다. 자꾸 지난 해 한 교포 신문에 실린 독자투고가 생각 나서다. 내용은 이랬다. 한 교민이 코스트코로 쇼핑을 갔다. 그곳 청과물 코너에서 ‘한국산 배’ 시식행사가 열리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이 교민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선 어렸을 적 먹었던 고향의 꿀배를 맛볼 수 있게 돼서 기뻤다. 또 한국산 배가 얼마나 맛있는 지 이웃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뿌듯함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기심으로 줄을 서서 배를 시식한 미국인들이 한결같이 인상을 찌푸리고 돌아서고 있는게 아닌가. 이유는 간단했다. 행사를 벌이는 미국인 직원이 배의 시고 신 한 가운데 부분까지 그대로 포함해서 잘라서는 고객들에게 그대로 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가 꼼꼼하지 못한 시식행사가 오히려 한국산 배에 대한 인상을 망치고 있었던 셈이다. 요즘 미국에서도 한류의 바람은 거세다. 김치를 모르는 미국인은 거의 없고, 비빔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웬만한 학교 행사에선 케이팝(K-POP) 따라하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싸이를 모른다하면 '간첩' 이다. 그동안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오랜기간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가 점차 해외에서도 결심을 맺고 있는 것을 실감하는 시기다. 그럴수록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국산 배가 맛있다고 선전만 할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맛나게 깍아먹는 방법도 친절히 가르쳐 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그래야 모처럼 맞은 한국문화나 한류 바람도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고 해외에서도 생명력있게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뉴욕=김근철 기자 kckim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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