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전경-대항리에서ⓒ부안21







통한(痛恨)의 섬 '위도'
치도리 어선 조난사고, 통도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위도는 부안군에 속한 섬 중에서는 제일 큰 섬으로 일 개 면(面)을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상 위도면에는 위도를 포함하여 식도, 치도, 거륜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리, 치도리, 식도리, 대리, 거륜리, 정금리, 상왕등리, 하왕등리 등 8개의 리가 있다.

섬 모양이 고슴도치 형국이라 하여 고슴도치 위(蝟)자를 써서 위도(蝟島)라는 땅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위도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식도리고분 등의 유물을 통해 고대로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고려 때에는 이규보의 유배지였다는 것을 문헌을 통해 알 수 있고, 최근에는 심청이 빠져 죽은 ‘인당수’가 바로 이곳 위도의 ‘임수도’라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국여지승람󰡕 34권 부안현 산천조의 “在縣西海中, 周三十里 有魚梁(현 서쪽 바다 가운데 있고, 둘레가 30리이며, 어량(어살)이 있다)”이라는 기록을 통해 옛날부터 부안에 속한 섬이었음을 알 수 있고, 살을 매어 고기를 잡는 일이 생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기록처럼 위도는 본래 부안군에 속하였으나 1896년(고종 33), 전라 좌우도를 오늘날과 같은 전라남북도로 개편할 때 고군산도와 더불어 전라남도 지도군(智島郡)에 편입되었다. 1914년에는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지도군이 소멸되면서 고군산도는 전북 옥구군에, 위도는 전남 영광군에 편입되었다가 1963년 행정구역 개편 때 부안군으로 되돌아왔다.  

󰡔증보문헌비고󰡕에는 1682년(숙종 8) 위도에 “진(鎭)을 설치하여 종3품직 무관인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를 두었고, 이 섬에 어민들이 많이 살며 청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해마다 봄에 경향에서 장삿배들이 모여든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역사기록을 통해 위도가 조선 중기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위도는 조기로 유명했던 칠산어장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위도 앞바다에 조기떼가 몰려들 때면 전국 각지에서 고깃배들이 조기떼를 따라 위도로 몰려들고 위도에는 파시(波市)가 들어섰다. 위도의 파시는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 중의 하나인데 1970년대 중반까지 그 명맥이 이어졌다. 

이처럼 풍요를 누리던 섬이었지만, 반면에 수많은 인명을 바다에 내주어야 했던 통한의 섬이기도 하다. 1931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어선 5백여 척, 어민 6백여 명이 수장된 치도어선 조난사고와 위도 주민 3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1959년 4월 22일에 일어난 통도호 침몰사고, 그리고 1993년 10월 10일 오전 10시에는 미증유의 해상사고로 292명이 목숨을 잃은 서해훼리호 침몰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조난어업자조령기념비(遭難漁業者弔靈記念碑)/이 비는 1931년 위도면 치도리 앞 칠산어장에서 조업 중 3회에 걸친 강한 태풍으로 인하여 500여 척의 어선이 전복되어 익사한 600여 어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1932년 3월 전라남도 수산당국이 건립하였다. 오랜 풍상을 겪는 동안 제단에 금이 가는 등 붕괴위기에 놓인 것을 1997년 5월 부안군의 제정지원과 치도리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면 보수하였다.ⓒ부안21

외치도(外雉島, 딴치도) 어선 조난사고

그 무렵(해방 무렵까지)에는 위도의 치도리에 파시가 들어섰다. 위도의 파시는 1년에 두 차례 섰는데, 4~5월엔 조기, 6~7월엔 고등어와 아지(전갱이) 파시가 섰다. 위도는 조기, 아지, 고등어 외에도 조선시대에는 청어의 산지로도 유명했다.『증보문헌비고』에는 “1682년(숙종 8) 위도에 진(鎭)을 설치하여 종3품직 무관인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를 두었고, 이 섬에 어민들이 많이 살며 청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해마다 봄에 경향에서 장삿배들이 모여든다.“고 하였다.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강강술래」의 ‘청어엮세 청어엮세 위도 군산 청어엮세’랄지, 「에해용소리」의 ‘잡어보세 잡어보세 칠산바다 청어잡세’ 등의 노랫말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위도가 조기 외에도 청어의 주 산지였음을 알 수 있다.

치도리 해안은 ‘치도리 당집’ 아래에서부터 대리 가는 모퉁이까지 이어지는 위도에서는 가장 넓은 갯벌이 형성된 곳이다. 치도리 사람들은 이곳 갯벌을 장불이라 부른다. 파시가 들어설 때면 각지에서 몰려든 배들로 이곳 장불은 배 댈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파시가 들어서면 치도리는 전국에서 고기잡이 배들이 몰려들고 그 배들을 뒤따라 몰려온 상인들이 세운 천막과 ‘바라크(이동할 때는 접어서 배에 싣고 다녔다고 한다.)’라고 불리는 임시건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집 마당에까지 들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주막, 요릿집, 여관(유곽), 잡화상, 정육점, 선구상(船具商), 염상(鹽商), 목욕탕 등의 간판을 내걸었다. 

해방을 전후해 풍선배에서 통통배(동력선)로 바뀌면서 위도의 파시도 치도리에서 파장금으로 옮겨갔다. 풍선배는 갯벌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정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도리 장불에 배를 대기가 유리했지만, 동력선은 바닥이 깊은 요즈음과 같은 선착장이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외치도(外雉島) 어선 조난사고는 치도에 파시가 들어서던 1931년에 일어났다. 그 해 한 해 동안에 세 차례에 걸친 풍랑으로 어선 500여 척과 어부 600여 명이 치도 앞 바다에서 수장되어 버린 해난사고다.

치도 앞 의 섬 딴치도에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조난어업자조령기념비(遭難漁業者弔靈記念碑)가 그때를 말해준다. 이 비는 1932년 3월 전라남도 수산당국이 건립하였고(그 당시 위도는 전라남도 영광군에 속하였다.), 1977년 5월 부안군과 치도리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면 보수하였다. 비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 비는 서기 1931년 위도면 치도리 앞 칠산어장에서 조업 중 3회에 걸친 강한 태풍으로 인하여 500여 척 어선이 전복되어 익사한 어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1932년 3월 전라남도 수산당국이 건립함.”

“본 비는 오랜 풍상을 겪는 동안 제단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을 서기 1977년 부안군의 재정지원과 치도리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면 보수함.”


통도호 침몰사고를 보도한 1959년 4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부안21

통도호(統道號) 침몰사고

근대들어 위도를 울린 두 번째 큰 사고는 1959年 4월 22일에 일어난 곰소-위도간 여객선 통도호의 강한 풍랑으로 인한 침몰사고로 삽시간에 30여 명을 삼켜버렸다.

1959年 4월 22일 오후 3시 50분, 곰소를 출발한 순항여객선 통도호(57톤, 정원 58명)는 순탄치 않은 파도를 헤치고 고창군 심원면 미여도(未與島) 북방 약 2km 해상에 이르렀을 무렵(오후 4시 50분경) 심한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 곰소항을 출범한지 꼭 한 시간 후였다. 

당시 생환자의 증언에 의하면 세찬 풍랑이 일자 배에 물이 들기 시작했으며, 선장 서길보(徐吉甫, 48, 사망) 씨는 모포로 구멍을 막아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자 곰소로 돌아가려고 뱃머리를 돌리니 엔진이 멈춰버렸다. 이때 이미 사태를 각오한 선장은 “선원은 배 위로 올라가라”고 고함을 쳤다. 이렇게 아비규환의 아우성이 바닷물과 대결하는 동안 덮어 누르는 듯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배의 측면 중허리를 사정없이 들이치자 배는 그대로 쪼개지고 말았다고 한다.

이날 통도호 선장 서씨는 풍랑이 심상치 않으므로 출항을 못하겠다고 했으나 위도에서 곰소로 장 보러 왔던 많은 일행은 왜 안 가느니, 하루를 묵게 되면 숙박료를 물라느니 옥신각신이 벌어졌고, 또 지서(支署)에서는 출항을 허가했기 때문에 부득이 했던 듯하다.

승선자 명단에 오른 것은 20여 명(선원 6명 제외)에 불과했으나 그 당시 법성포대책위원회 본부에서 발표한 조난자는 총 36명에 4명이 생환하고, 고창군 상하면 장호리에 시체가 7구가 표착되어 사망‧행방불명자는 총 32명으로 발표되었다.



서해훼리호기념비ⓒ부안21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1993년 10월 10일 10시, 위도를 출발한 서해훼리호가 위도와 격포 사이에 있는 임수도 북서쪽 3km 지점 물골목 앞에서 침몰해 버리는 해상사고가 일어났다. 바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다.

국내의 해상사건으로는 1953년 1월 9일 부산 다대포 앞 창경호 침몰사건(3백 30명이 사망)과 1970년 부산-제주간 남영호 침몰사건(3백 23명 사망)에 이어 세 번째 큰 해난사고로 292명이 사망한 사고다.

서해훼리호 승선정원은 221명인데 그 날 배에 승선한 인원은 무려 362명으로 정원보다 141명을 초과했다. 그 중에서 생존자 70, 사망자 292명이었다. 그 중 위도 주민은 61명이 승선하여 3명이 생존하고 58명이 사망했다.

그 당시 부모나 형제를 바다에 망실해 버린 위도주민 중에는 슬픔과 죄책감으로 지금까지도 위도 근해에서 잡은 생선은 먹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위도에는 같은 날 여러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