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 묘역.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산 28-1번지, 묘비의 비문은 1768년(영조 44) 유언지가 지었고 홍계희가 글씨를 썼다.ⓒ부안21



'죽산의 용천 정배산 선영에 안장하다'
[2013 얼아로미-문화답사보고서-12]반계 묘역


부안여고 문화답사동아리 ‘얼아로미’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험적 학습과 탐구, 향토문화 조사와 보존 등을 주요 활동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전국을 무대로 매년 정기답사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는가 하면, 해마다 향토문화와 관련된 특별 주제를 하나씩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을 문화답사보고서로 발간하고 있다. 부안21은 부안여고 ‘얼아로미’의 허락을 얻어 2013년 2월 15일 펴낸 <얼아로미-문화답사보고서 실학의 비조 반계 유형원>을 여러 회로 나누어 게재한다.<부안21>


1673년 3월 19일 반계 유형원이 세상을 떠나자 우반동 반계서당 뒤에 가묘를 만들어 잠시 모시다가 그해에 지금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산 28-1번지, 황석마을 정배산 남쪽 야산 선영으로 이장했다. 반계의 묘 윗편에는 아버지 유흠과 모부인 이씨를 합장한 묘소가 있다. 1976년 8월 27일에 경기도 기념물 제31호로 지정되었다.

묘역에는 1971년 묘역 정화 시에 새로 설치한 41m 길이의 반원형 담장이 둘러져 있다. 봉분의 왼쪽에는 묘비와 중수한 표석이 세워져 있고 봉분 중앙에는 상석, 향로석, 묘비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좌우에는 심하게 마모된 문인석이 서 있다. 묘비의 비문은 1768년(영조 44) 유언지가 지었고 홍계희가 글씨를 썼다.

반계의 묘역은 1971년 서울대학교 교양과정 부강사 이성무씨에 의해 발견되기 전에는 그의 문중에서조차 반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 채 방치되었던 듯하다. 아래에 반계 묘역 발견 당시의 동아일보 가사를 올린다.

李成茂씨 경기도 용인군 정배산에서
반계 유형원 선생 묘 발견

문헌에만 기록되어 있고 실제 장소를 모르고 있던 실학의 비조 반계 유형원의 묘가 발견되었다.

반계의 묘는 그의 행장(行狀)이나 연보 등에 竹山 湧泉里 鼎排山 기슭에 있다고 명기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의 묘가 용천리 어느 곳에 있었는지는 최근까지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교양과정 부강사 이성무씨가 최근 확인한 바에 의하면 반계의 묘는 경기도 용인군 외서면 용천리 정배산 산기슭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 묘가 헐어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고 높이 170cm, 너비 50cm 의 묘비도 기울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인 豊山沈씨와 합장되어 있는 이 묘의 묘비에는 ‘有名朝鮮國進士贈執義兼進善磻溪柳馨遠之墓’라고 분명히 새겨져 있고, 바로 윗자리에 그의 부친 유흠(柳흠)의 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葬于竹山府治北五十里湧泉里酉坐卯向之原說書公墓下’라고 기술되어 있는 연보 내용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設書公은 반계의 부친임.)

광해군 14년(1622)에 태어나 진사에 합격했으나 뜻한 바 있어 전북 부안군 우반동에 은거하면서 유명한 반계수록 26권 등 불후의 명저를 낸 그는 현종14년(1673)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는 별세 7개월 후에 죽산의 선영에 이장되었고, 묘비는 1768년 죽산부사 유언지(柳彦摯)에 의해, 그리고 판중추(判中樞) 홍계희(洪啓禧)가 비문을 쓴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묘가 처음 세인의 눈길을 끈 것은 동란중인 1952년의 일로 전 백암중학교 교장 유진형(柳鎭馨)씨가 북한군에 희생된 청년당원들을 이장키 위해 정배산에서 묘자리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씨는 반계의 학문적 위치를 전해 듣지 못해 그를 ‘進士’급의 조상으로만 알아 이같은 소식이 학계에 까지 알려져 오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이 젊은 국사학자에 의해 확인, 학계에도 소식이 전해지게 된 것이다.
<동아일보 197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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