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처럼 강인한 풀 '파산호(爬山虎)'
[2016년 2월 달력] '담쟁이덩굴'

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tricuspidata (Siebold & Zucc.) Planch.)은 포도과의 낙엽활엽 덩굴식물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주로 담장을 뒤덮고 자란다하여 담쟁이덩굴이다. 산의 바위나 나무 등에 붙어 자란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부안에도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편이다. 특히 채석강이나 적벽강 주변 해안 바위절벽을 에워싸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담쟁이덩굴은 성장하면서 줄기가 아주 굵어지고, 수피가 발달하면서 마디에서 공기뿌리(氣根)을 내 나무나 돌에 달라붙으며, 10m 이상 길게 뻗어 자란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끝이 3갈래로 뾰족하게 갈라진 넓은 달걀 모양이며 밑은 하트 모양이다. 너비 10~20㎝ 정도이며 가장자리에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크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잎보다 길다. 가을에 붉게 물든다.

6~7월에 녹황색으로 피는 꽃은 잎 달린 자리나 짧은 가지 끝에 취산화서(聚散花序, 고른 우산살 송이모양 꽃차례)로 달리는데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암술 1개, 수술 5개, 꽃잎은 5장이며, 꽃받침잎도 5장이다.

포도처럼 생긴 열매는 8~10월에 익으며 지름 6~8㎜ 정도로 둥글고 검푸른 색을 띠고, 흰 가루에 덮여 있다. 열매 안에는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열매는 조류나 설치류의 먹이가 되고, 또 이들의 산포로 퍼져 나간다.











담쟁이덩굴의 쓰임은 다양하다. 담쟁이덩굴 종류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타이완·중국 등 동아시아와 북미 동부지역에만 자생하며 모두 조경식물(造景植物)로 유용하게 이용된다. 담쟁이덩굴은 덩굴식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칡이나 등나무처럼 이웃하는 나무나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타고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웃 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방식이 아니다. 담쟁이덩굴의 덩굴손은 청개구리의 발가락처럼 생긴 흡반(吸盤, sticky pad) 구조로 다른 물체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평면이건 수직이건 어떤 방향으로든 줄기를 뻗어서 큰 다발을 이룬다.

담쟁이덩굴의 한자명 파산호(爬山虎)는 ‘산(山)에서 기어 다니는(爬) 범(虎)처럼 강인한 풀’로 뜻풀이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한 번 뿌리내리면 강인한 생명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뜻이다. 담쟁이덩굴의 이러한 생태적 특징은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건물 외벽을 피복(被服)하기에 아주 적합한 식물이다. 특히 도시의 콘크리트 숲 속에서 담쟁이덩굴은 돌담이나 건물 벽에 녹색 풍광을 창출하여 정서적, 심미적 편안함을 제공할 뿐 아니라, 복사열 저감효과도 아주 크다.

그런가 하면 담쟁이덩굴 줄기에서는 달달한 즙액이 나와 감미료로, 또 달여서 엿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담쟁이덩굴 뿌리와 줄기 말린 것을 지금(地錦)이라 하여 산후 어혈로 인한 복통, 류머티스성 관절염, 반신불수, 편두통, 대하증 등에 약재로 이용한다. 동의보감에는 “당쟁이덩굴은 옹종이 잘 삭아지지 않는 증상, 목 안과 혀가 부은 증상, 쇠붙이에 상한 증상 등에 좋다. 또한 뱀독으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도 쓴다. 담장에 붙어 자라는 것을 따로 구별하여 벽려라고 한다. 등에 난 옹종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참고문헌:[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식물생태보감’]>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