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 유형원이 19년의 세월에 걸쳐 집필한 그의 필생의 역작 《반계수록》. 총 26권에 걸쳐 그의 개혁사상과 이상적 국가 건설안을 담은 대작이다. 《반계수록》은 정약용 등 후기 실학자들은 물론, 소론계의 성리학자 윤증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개혁군주인 영조와 정조에 의해 국정 개혁의 지표가 되었다.(출처:국립전주박물관)







반계수록, 어떤 책인가?
[2013 얼아로미-문화답사보고서-4] 반계수록의 집필목적


부안여고 문화답사동아리 ‘얼아로미’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험적 학습과 탐구, 향토문화 조사와 보존 등을 주요 활동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전국을 무대로 매년 정기답사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는가 하면, 해마다 향토문화와 관련된 특별 주제를 하나씩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을 문화답사보고서로 발간하고 있다. 부안21은 부안여고 ‘얼아로미’의 허락을 얻어 2013년 2월 15일 펴낸 <얼아로미-문화답사보고서 실학의 비조 반계 유형원>을 여러 회로 나누어 게재한다.<부안21> 


반계수록, 어떤 책인가?


반계수록의 집필목적

‘수록(隨錄)’이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기록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반계가 우반동으로 내려오기 1년 전인 31세 되던 해부터 시작하여 19년에 걸쳐 쓴 이 26권의 기록은 그러나 결코 그 이름처럼 가볍지 않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조선의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가 구상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생각하건대 왕도(王道)가 없어진 뒤로 만사가 기강을 잃어, 처음에는 사사로움을 따라 법을 만들더니, 끝내는 오랑캐가 중국을 지배하는 데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고루한 폐습이 고쳐지지 않은 것이 많았는데, 더욱 쇠약해져 마침내는 (오랑캐에게) 큰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 천하 국가가 대개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쁜 법을 고치지 않으면 치세(治世)로 돌아갈 수가 없다. (《수록》 권26, 〈書隨錄後〉)

위 글은 《반계수록》 집필의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계는 15세 때 병자호란(1636)을 만나 피난길에 나섰던 일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 나라가 왜 그 지경이 되었을까? 어쩌다가 오랑캐라고 여기는 북방 민족에게 치욕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할 방안은 무엇인가? 반계는 이 질문을 평생 간직하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였다. 
반계는 그 근본 원인을 위정자의 사리사욕과 그로 인하여 생겨난 잘못된 제도(법)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국력의 신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반계 실학의 출발은 약해진 국력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그 극복을 위한 성찰의 결과였던 것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1592~1599)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광해군을 내쫓고 인조를 왕으로 세우는 인조반정(1623)이 일어났다. 반정의 주역인 서인들은 망해 가는 명(明)과 친하게 지내고 새롭게 일어나는 만주족의 후금(後金)을 멀리하였다. 그러자 후금은 광해군의 복수를 한다며 조선에 침입했는데, 이것이 정묘호란(1627)이다. 조선은 하는 수 없이 후금과 ‘형제 관계’를 맺어야 했다. 

그 후 명나라를 무너뜨린 후금은 나라 이름을 ‘청’(淸)으로 바꾸고, 조선에게 ‘신하 나라’의 예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이때 신하들은 끝까지 싸우자는 척화파와 적당히 타협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었는데 결국 조선은 척화파의 주장이 우세하여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청나라가 군대를 이끌고 다시 침입했다. 이것이 병자호란(1636)이다. 

때는 12월, 혹한 속에 청나라 군대는 순식간에 한양 근처까지 쳐들어 왔다.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45일간 대항해 싸웠지만 차츰 먹을 것이 떨어지고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마침내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 된다. 

항복의 결과, 조선은 청과 굴욕적인 ‘군신 관계’를 맺어야 했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척화파 대신들이 청에 인질로 잡혀갔다. 이때 수만(어떤 기록에는 50만) 명의 무고한 백성들도 청나라에 함께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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