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황, <우금암도禹金巖圖>,/자료출처:국립중앙박물관(표암 강세황 특별전)



“표암 강세황-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
[부안역사문화기행]표암 강세황의 <우금암도禹金巖圖>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조선후기 대표 화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탄신 300주년을 기념하여 “표암 강세황-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 특별전(전시기간 : 2013. 6. 25 ~ 8. 25)이 열리고 있다. 『표암유고』 등 집안에 대대로 전해 오는 유물들과《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등 산수화, 초상화, 사군자화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망라하였으며, 그가 글을 남긴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선별하여 총 103점의 유물이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강세황이 변산을 돌아보고 남긴 <우금암도禹金巖圖>도 선보여 부안사람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전시회다.  

강세황은 그의 아들 강흔姜俒(姜俒, 봉정대부奉正大夫, 정4품)이 부안현감(1770~1772년)으로 있을 때 직접 변산을 돌아보고 그의 표암유고(豹菴遺稿)에 유우금암기(遊禹金巖記)와 유격포기(遊格浦記)를 남겼다. 그 시기라면 강세황이 영조(英祖)의 당부를 듣고 절필을 선언했던 기간이어서 그렇잖아도 절필기간이 아니었더라면 변산의 실경산수 한 폭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금암도는 절필 기간 중에 그려진 작품이면서, 금강산처럼 즐겨 그리던 지역이 아닌 전라북도 부안 일대를 유람하며 남긴 유일한 실경산수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금암도>(1770년~1771년경. 종이에 먹. 28.6×358.8cm.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소장. )는 아들 흔(俒,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행한 『표암 강세황』 도록에는 ‘흔’을 ‘완’으로 표기하고 있다.)이 부안현감(扶安縣監)으로 재임할 시기, 강세황이 이틀에 걸쳐 부안의 변산 일대를 유람하며 그린 실경산수화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는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아래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행한 『표암 강세황』 도록 358, 359, 360 면의 ‘강세황의 변산 기행 <우금암도>-이문현/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의 자료 소개 글 일부를 전제해 올린다.






강세황, <우금암도禹金巖圖>, 지본수묵, 25.4×267.34㎝,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소장/자료출처:국립중앙박물관(표암 강세황 특별전)

강세황의 변산 기행은 음력 2월 어느 날 부안현(扶安縣)의 서문(西門)을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강세황의 문집 『표암유고(豹菴遺稿)』에는 격포 일대를 유람하고 기록한 「유격포기(遊格浦記)」도 함께 실려 있는데, 이 글을 보면 둘째 아들 강완이 당시 부안 현감이었다. 강완은 강세황이 부안의 변산과 격포 일대를 여행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강세황이 변산을 찾아가는 길은 기행문의 마지막에 말을 채찍질을 하여 돌아왔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말을 타고 갔을 것이다.

개암사(開巖寺)에 이르기까지 강세황은 너른 평야를 지났다. 왼쪽으로 멀리 고부, 정읍 땅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변산을 향해 길을 재촉하였다. 가는 길에 동림서원(東林書院)을 거쳐 소나무 숲 아래에 있던 청계서원(淸溪書院)을 지났다. 강세황은 이곳을 유천서원(柳川書院)이라고 기록하였는데, 실제 유천서원은 개암사로 가는 길에서 한참 남쪽에 있다. 기행문의 표현대로 동림서원에서 몇 리를 더 가서 있으며, 변산의 입구까지 10여 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은 청계서원이다. 부안에 있는 여러 서원들의 이름을 같이 들었던 강세황의 착오라고 판단된다.

개암사에서 본격적인 강세황의 변산 기행이 시작되었다. 개암사 뒤쪽 우금암에 올랐고, 다시 고개를 넘어가 평지로 20여리를 가서 실상사(實相寺)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월명암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용추(龍湫)를 거쳐 내소사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말을 몰아 개암사 입구를 거쳐 부안현으로 돌아왔다. 기행문은 이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금암을 비롯하여 문현(門懸), 실상사, 용추, 극락암(極樂庵)에 대한 그림까지 남겨서 당시 변산의 모습을 상세하게 전해준다.

우금암이라고 기록한 그림에서는 우금굴(禹金窟)과 더불어 옥천암(玉泉菴)을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그 왼편에 바위로 된 산봉우리의 모습을 그렸는데 다른 그림들과 다르게 그림만 있다. 이 그림은 우금암을 다른 곳에서 바라본 것으로 추정되어 왔는데 우금암 맞은편의 우각봉(牛角峰)과 닮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어서 변산 일대의 기행문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글은 『표암유고』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어지는 그림은 문현(門懸)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강세황이 고개 넘어 몇 리를 가서 비로소 평평한 길을 만났다고 하였는데 우금암에서 내려와서 실상사 쪽으로 가는 평지가 이곳이다. 여기서부터 20여 리를 더 가면 실상사가 있다. 문현은 좌우의 기이한 바위가 마치 문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조선 후기 전주 출신 문인이었던 이기경(李基敬, 1713~1787)도 문현동(門懸洞)이라고 기록하였다. 맑은 물이 흐르고 층층의 석벽에 둘러싸인 문현동을 강세황이 인간 세상이 아니라고 한 것처럼, 이기경은 1748년에 변산을 유람하고 쓴 「변산동유일록(邊山同遊日錄)」에서 변산에서 제일 가는 경치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 유명한 여행가이자 문인이었던 권섭(權燮, 1671~1759)도 「변산추기(邊山追記)」에 실상사 골짜기에 문현연(門懸淵)이 있다고 기록하였다. 현재는 부안댐이 건설되고 물이 많아져서 강세황이 갔던 옛길은 접근하기 어렵다.

실상사와 용추는 마치 한 폭처럼 묘사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이곳을 유람했던 육당 최남선(1890~1957)은 1925년의 기행을 기록한 『심춘순례』에서 변산팔경의 하나로 실상용추를 꼽았다. 그림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전승이 최남선이 다녀갔을 때까지 전해진 것이다. 실상사부분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여러 채의 전각이 묘사되어 있는데 강세황이 방문했을 때의 번성했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강세황은 오동으로 만든 옛 물건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던 실상사 스님들을 깨우쳐주기도 하였다. 직소폭포로 널리 알려진 용추로 가는 길은 월명암 가는 길보다 험한, 변산 기행에서 가장 힘든 길이었다고 강세황은 기록하였다.

우금암에 오르는 길을 비롯하여 강세황은 대부분 어깨에 메는 견여(肩輿)라는 가마를 타고 다녔다. 문현을 묘사한 그림에는 앞뒤 각각 한 사람씩 가마를 메고 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어서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가마는 이튿날 월명암에 오를 때에도 등장하는데 스님들이 가마를 메고 갔으며, 강세황은 이 스님들을 재촉하기도 하였다. 가마에서 내려서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도 하였는데, 용추를 그린 장면에서는 폭포 위에 지팡이를 짚고 선 사람이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 그림은 극락암이다. 변산의 극락암은 강세황의 작품에서만 존재가 알려져 있고, 현재 남아있지는 않다. 극락암에 대한 설명도 강세황의 기행문에 빠져 있다. 다행이 최근 실상사의 주지를 지냈던 지안 스님이 옛날에 실상사 왼편에 극락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현재 원불교제법성지 옆 숲 속에 건물터가 있고, 그 안에는 부도의 일부가 남아 있는데 이곳이 극락암 터일 가능성이 높다. 강세황이 묘사한 것처럼 절벽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그가 올랐던 실상사 뒤쪽 선인봉 정상에서 볼 수 있다.

“표암 강세황, 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 특별전 안내

       ㅇ 전시기간 : 2013. 6. 25(화) ~ 8. 25(일)
       ㅇ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ㅇ 전시유물 : <우금암도禹金巖圖> 등 81건 103점

<관련 행사>

ㅇ전시 설명
  평  일 : 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3시 30분
  토요일 :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일요일 :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ㅇ큐레이터와의 대화
  전시기간 중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혹은 7시 30분/ 특별전시실
  
  *국립중앙박물관 자료

/부안21. buan21@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