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신령스런 풀을 내니-부평초'
   개구리밥



하늘이 신령스런 풀을 내니
줄기 하나 돋지 않아 산간에도 나지 않고
강 언덕에서 볼 수 없네.
봄바람이 불어와서 버들개지 날아들면
파릇파릇 세 잎 붙어 물 위에 떠다니네.
이 한 가지 선약으로 어려운 병 고친다네.
음력 7월 보름날에 거두어다 볕에 말려 꿀 반죽해 알약 지어
전신불수 반신불수 사소한 풍병까지
두림주(豆淋酒)를 만들어서 세 알 만 먹어두면
땀이 나며 낫는다네.

동의보감에 실린 수평(水萍) 캐는 노래다. 위의 시에서 두림주(豆淋酒)란 나팔꽃 씨를 콩과 함께 넣어서 빚은 술로, 풍증으로 인한 경련 따위에 약으로 쓴다고 한다. 그런데 수평이 도대체 어떤 풀이기에 ‘하늘이 내린 신령스런 풀’이라는 것일까.

수평은 논이나 못에서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부유성 풀, 바로 개구리밥(Spirodela polyrhiza (L.) Sch.)을 이르는 말이다. ‘머구리밥’이라고도 하고 물위에 떠서 살기 때문에 ‘부평浮萍’ 또는 ‘부평초浮萍草’라고도 한다. 부평초?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을 일컬어 ‘부평초 인생’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바로 이 개구리밥에서 연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개구리밥과에 속하는 개구리밥은 전체全體가 연한 녹색의 둥글고 미끈미끈한 5~7mm의 비늘, 혹은 작은 잎 모양이다. 엽상체(葉狀體) 뒷면은 적자색으로 중앙에 5∼11개의 장상맥(掌狀脈)이 있으며, 3~4잎씩 모여서 물위에 뜬다. 잎의 뒷면 중앙에서 5~11개의 하얗고 가는 실뿌리가 늘어져 나며 뿌리의 길이는 3~5cm이다.

줄기는 뿌리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으며, 보통 뿌리를 내리는 곳 또는 맥이 나누어지는 곳을 경계부분으로 여긴다. 이 경계 부근의 아랫면이나 옆면에는 1개 또는 2개의 패인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생장점이다.

개구리밥은 원래 백색의 아주 작은 꽃을 엽상체 뒷면에 피우고, 또 포과의 열매도 맺지만 지금은 그 기능이 퇴화하여 꽃과 열매를 보기란 매우 힘들다.

이렇듯 꽃도 피는 듯 마는 듯하고, 잎과 줄기의 경계도 불분명한데다 한 곳에 뿌리박지 못하고 물위에 떠서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정처 없이 떠돌며 사는 풀이라면 이미 지구상에서 도태되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논이다 못의 수면을 다 뒤덮을 정도로 무리지어 자생하며 왕성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어찌된 일일까?

여기에는 개구리밥만의 독특한 생존전략이 있다. 개구리밥은 가볍고 작은 특성을 이용해 작은 물 흐름이나 미세한 바람에도 자리를 이동한다. 그리고 가을에 모체에서 생긴 둥근 겨울눈(冬芽)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겨울을 난 후 이듬해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번식 한다.

세계에는 약 6속 30여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개구리밥과 좀개구리밥, 분개구리밥 3종이 분포한다.

그런데 이렇게 작고 흔하디흔한 풀이 땀을 내는 데 좋은 약으로 마황보다도 좋다고 하며, 열독, 풍열병, 열로 미친 증상, 화기로 붓고 독이 뻗치는 증상, 끓는 물이나 불에 덴 증상, 풍진, 갑자기 열이 나는 증상, 몸이 가려운 증상을 낫게 하고, 수기水氣를 내리며 술에 취하지 않게 하고 수염과 머리털을 자라게 하며 소갈을 낫게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참고문헌 :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신동원·김남일·여인석 공저/들녘 발행)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