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태계를 상징하는 환경지표종
멸종위기종 '매화마름"

예전에 매화마름은 흔하디흔한 들꽃이었다. 4월 중순경부터 모내기 전까지 물을 가둬놓은 논에 지천으로 피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경지정리가 이뤄지면서 논에 물을 가둬둘 필요가 없어졌고, 또 농약과 제초제 등의 영향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급기야 환경부는 1998년 매화마름을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 종으로 지정하였다.  

매화마름하면 ‘강화도 매화마름’이 떠오른다. 경지정리로 훼손위기에 처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성금을 조성해, 2002년 총 3,009㎡ 중 2,640㎡를 매입하였고, 369㎡를 소유주로부터 기증받아 보전하게 되었다. 이 군락지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자연유산 제1호'이다. 그 후 2008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예전에는 논에 자라는 귀찮은 잡초쯤으로 여겼던 매화마름이 지금은 이처럼 깨끗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상징하는 환경지표종으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전하고 있는 초지리 농민들은 매화마름을 지역 농산물 브랜드로 연결시켜 2006년에는 유기농 쌀을 인증 받았고, 이 쌀로 막걸리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매화마름(Ranunculus kazusensis Makino)은 꽃이 물매화를, 또 잎은 붕어마름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강화도에서 전북 고창까지 서해안 지역의 수심이 낮고 물 흐름이 빠르지 않으며 햇볕이 잘 드는 논이나 늪, 연못에서 자란다. 매화마름의 줄기는 50cm 정도 뻗으며 대부분의 수생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줄기의 속이 텅 비었는데 산소를 공급하는 통로로 이용한다. 3~4회 갈라져서 실같이 가는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에는 잔털이 돋아 있다. 꽃은 지름이 1cm도 채 안 될 정도로 아주 작고 앙증맞다. 이처럼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술 주변에 노란 무늬가 있어 매우 화려할 뿐 아니라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최근 들어 친환경농법의 확대 등으로 여러 곳에서 매화마름 자생지가 발견되고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09년에는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일대 농경지에, 2010년에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신덕리 일대 논 3만 3000m²에 매화마름이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부안에서도 매화마름이 자생하고 있다. 변산해수욕장 주차장 옆 논에 무리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부안의 농민단체들은 이곳의 매화마름을 부안의 여러 지역에 분산 이식해서라도 부안에서의 매화마름 보전을 희망하고 있다. 깨끗한 환경을 상징하는 매화마름을 부안의 농산물 브랜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허철희 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