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서원, 보안면 영전리 212-3에 있다.ⓒ부안21
  

남부풍(南扶風)의 사현서원(四賢書院)
[부안역사문화기행]유천서원(柳川書院)

유천서원(柳川書院, 보안면 영전리 212-3)은 효종 3년(1652년)에 건립하여 동상(東湘) 허진동(許震童)을 배향하였고, 영조44년(1768)에 죽계(竹溪) 김횡(金鋐), 화곡(火谷) 김명(金銘) 형제가 추배되었으며, 그 후 농암(聾岩) 김택삼(金宅三)이 추배되었다. 유천서원 역시 고종 2년(1865년) 대원군의 전국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어 보안면 영전리에 유허비와 함께 그 터만 남아 오다가 1999년 10월 복설되었다. 매년 4월8일(음) 4현의 후손들과 지방 유림들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다.

동상 허진동(東湘 許震童), 1525(중종 20)∼1610(광해 2)
허진동은 조선 중엽의 유학자로 자는 백기(伯起)이며 호는 동상(東湘)이고 본관은 태인(泰仁)이다. 지평(持平) 사문(斯文)의 현손이며 습독(習讀) 회(會)의 손자로 부안군 보안면 성매(扶安郡 保安面 城山)에서 태어나 당대의 석학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 사암 박순(思庵 朴淳, 1523~1589)의 문하에서 수학하고, 옥계(玉溪) 노진, 송강(松江) 정철(鄭澈), 우계(牛溪) 성혼(成渾), 중봉(重峰) 조헌(趙憲), 율곡 이이(栗谷 李珥) 등 많은 학자들과 종유하면서 학문과 인격을 연마했다. 학행으로 천거되어 찰방(察訪)에 제수되었고 이어 수운판관(水運判官)에 옮겨졌다. 그는 말년에 우반동 그의 서재 풍뢰당(風雷堂)에서 소요하면서 우반동 일대 열 곳의 경승을 손꼽아 ‘우반십경(愚磻十景)’을 짓고, 사암 박순(思庵 朴淳, 1523~1589)은 허진동의 이 우반십경에 시를 지어 부쳤는데, 구름 끝에서 쏟아지는 듯한 선계의 맑은 폭포와 사진항(沙津, 지금의 고창군 흥덕면 후포)을 분주히 오가는 상고선들, 곰소 앞바다 죽도의 고기잡이 등불, 검모포진 수군들의 저물녘 호각소리, 갯골을 따라 매어놓은 어살에 가득한 고기 등, 그 당시 우반동과 줄포만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잘 그려져 있다. 사림에서는 그가 졸한 뒤 44년 후인 1652년(효종 3)에 유천서원을 입사(立祠)하고, 그를 제향하였다. 그의 유고 『동상집(東湘集)』은 1870년에 간행되었는데 7권 2책으로 되어 있다.

죽계 김횡(竹溪 金鋐), 1541(중종 36)∼1590(선조 23)
김횡은 본관이 부안(扶安)이며 문정공(文貞公) 구(坵)의 후예요 주부(主簿) 경정(景貞)의 아들로 1541년(중종 36)에 부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자는 여기(汝器)이며 호는 죽계(竹溪)라 하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학문에 힘썼는데 『중용(中庸)』과 『대학(大學)』 『근사록(近思錄)』 등을 마음에 새기었다. 1573년(선조 6) 그의 나이 33세 때에 진사시(進士試)에 장원했고, 생원시(生員試)에도 제2인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힘썼는데 모당(慕堂) 홍이상(洪履祥),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 등과 도의로 사귀었다. 만년에 학행으로 천거되어 선릉참봉(宣陵參奉)에 제수되었다. 그러나 벼슬길에 나가지 아니하고 그의 아우 화곡(火谷) 김명(金銘)과 서계(西溪) 김협(金鋏)과 함께 경학에 전념하였다. 그가 졸한 뒤 180여년 뒤인 1768년(영조 44)에 고을의 선비에 의하여 그의 아우 명(銘)과 함께 부안의 유천서원(柳川書院)에 제향하였다.

화곡 김명(火谷 金銘), 1545(인종 1)∼1619(광해 11)
김명은 본관이 부안이며 자는 여신(汝新)이고 호는 화곡(火谷)이다. 문정공(文貞公) 구(坵)의 후예이며 주부(主簿) 경정(景貞)의 아들이며 죽계 횡의 아우요 1545년(인종 1)에 부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학문에 뜻을 두고 그의 형인 죽계와 함께 학문에 정성을 다하였다. 그리하여 경서를 비롯하여 사기 제자백가(諸子百家) 등 통하지 않은 책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의 학명은 널리 떨쳐서 경향의 석학들과 교류하였다. 특히 그와 친교가 깊은 석학으로는 월사 이정구(月沙 李廷龜), 율곡 이이(栗谷 李珥)를 들 수 있다. 그가 졸한 지 150년 뒤인 1768년(영조 44년)에 그의 형 김횡과 함께 부안의 유천서원에 향사하였다.

농암 김택삼(聾岩 金宅三), 1619(광해 11)~1703(숙종 29)
김택삼은 자가 계용(季用)이며 호는 농암(聾岩)이고 본관은 부안이다. 문정공 구(文貞公 坵)의 후예이며 참봉 곡의 아들로 1619년(광해 11)에 부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7세에 송광사(松廣寺)에 들어가 공부하였고, 후에는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의 문에 들어가 성리학(性理學)을 닦았다. 그는 존심 충신으로 자기를 지키되, 이로써 옛 성현과 같이 되기를 기약하고, 세상의 공리는 가슴속에서 영원히 끊으며, 평생에 힘쓴 것은 오로지 「대학」에 있는데 지는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붙이고, 성정(誠正)은 닦아 행함에 붙이고, 제가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편하게 한 것은 따라 행하는 이치가 된 것이니 한 가지 공경으로써 성학(聖學)의 시와 종을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송시열이 김택삼에게 편지를 보낼 때에 마농암이라고 하였기에 사람들은 이로부터 농암선생이라고 불렀다. 그는 또한 반계 유형원(磻溪 柳馨遠)과도 절친하여 서로 의리를 강마하였다. 그는 반계(磻溪)에게 말하기를 일이 지나간 뒤에 스스로 반성하여 병이 없으면 마음에 편함을 얻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불안함이 있으면 그 일은 반드시 의리에 맞이 않은 것이다 하니, 반계(磻溪)는 탄복하여 마지않았다. 그가 이와 같이 학문이 출중하였으므로, 조정에 천거하니 조정에서는 그에게 건원릉 참봉(健元陵 參奉)을 제수하였지만 그는 나가지 아니하였다. 이어 다시 별검(別檢)과 주부(主簿)를 제수하였으나 모두 나가지 아니했다. 1703년(숙종 29) 85세에 졸하니 유천서원(柳川書院)에 향사하였으며 그의 저서 『농암유고(聾岩遺稿)』가 전해진다.

유천서원복설상량문(柳川書院復設 上樑文)
사람이 조상과 선현의 학덕을 기려 제향(祭享)함은 후손된 자의 보본성심(報本誠心)이요. 사우(祠宇)를 지어 그 영령(英靈)을 받들며 문루(門樓)를 갖춤은 이를 길이 호위하여 삼립(三立)의 덕을 불후(不朽)케 하려 함이니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으랴. 유천서원(柳川書院)은 조선조 중기 이후 부남(扶南) 사현(四賢)인 동상공(東湘公) 허진동(許震童), 죽계공(竹溪公) 김횡(金鋐), 화곡공(火谷公) 김명(金銘), 농암공(聾岩公) 김택삼(金宅三)을 제향하며 그 학문과 덕행을 기려 온 향사(鄕祠)다. 향사가 훼철(毁撤)된지 130수년이 지난 오늘 후손들이 사우를 복설하는 대들보를 올리니 비로소 삼립불후(三立不朽)를 밝혀 삼불(三不)의 잘못을 면함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 보건대 사현(四賢)의 높은 학문과 덕행이 일세에 떨치면서 그 유향(遺香)이 날로 짙으니 향방(鄕邦)의 사림과 후손이 경모하여 1652년(효종3) 이곳 영전에 사우를 세워 유천서원이라 하고 동상공 허진동을 배향하였으며, 이후 죽계공 김횡, 화곡공 김명 형제분과 농암공 김택삼이 배향되니 사람들이 남부풍(南扶風)의 사현서원(四賢書院)이라하고 경배하여 왔다. 그 후 국정이 문란하여지면서 원사(院祠)의 작폐(作弊) 또한 심해지므로 1865년(고종2) 흥선대원군이 섭정 시에 전국의 1,229개 서원 중 사액서원 47개소를 제외한 모든 서원을 철폐하면서 옥석이 함께 불타는 참화를 입었으니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었다. 사우는 헐리고 위패는 매안(埋安)되었으나 경모의 성심은 사림과 후손들 가슴 안에 오히려 면면하여 백삼십 여 년 동안 향화가 그치지 않았으니 이는 그 유덕의 연원이 깊었음이다. 그러나 청태 낀 유허비 앞에 자리 펴고 향 피우기 매양 송구하고 허전하여 1999년 정초에 사현의 자손들이 모여 사우복설에 뜻을 모으고 경비를 분담하니 미구에 1억 원이 모아졌다. 이에 7월12일 고유제(告由祭) 후 터를 다듬고 8월 22일 기공하니 형국의 오성(五星)과 좌향의 나경(羅經)이 합당하고 주초는 공고하며 동량은 경남(梗楠)의 재목이라 목수 석공의 승묵(繩墨) 또한 바르고 공교하다. 길진의 날을 가려 상동하우로 사우를 일으켜 세우니 원근에 우뚝하고 울울창창 죽림병이 감싸으니 천백의 세월 이으리로다. 사당은 가진 주삼포 삼 칸이요, 내삼문의 소슬문 삼 칸은 적전(赤塼)의 장원(牆垣)에 둘렀으며 강당 30평이 백호에 자리하니 위용이 윤환(輪奐)하여 사람마다 찬탄이라 이 어찌 사람만의 성력이랴 또한 신지(神祗)의 호위가 있음이다. 이에 무지개 같은 들보를 육합으로 들어 올리며 육위(六偉)의 노래로 축송하네. 예랑위(兒郞偉)여! 들보를 동으로 들어 올리니 붉은 해가 천태(天台) 영주(瀛州)에 찬란한데 옥천추하(玉川楸下) 마농암에 갈고 닦은 농암 학덕 유천사에 이었구나 예랑위여! 들보를 남으로 들어 올리니 방장산이 거기로다 십주삼도(十洲三島) 사호선(四皓仙)은 영전죽림 놀았는가 남극성도 요요하다. 예랑위여! 들보를 서편으로 들어 올리니 일봉래 내린 자락 천마산하(天馬山下) 풍뇌당(風雷堂)엔 허동상 우반십경 선경일시 분명하네 예랑위여! 들보를 위로 들어 올리니 푸르창창 구만리가 처마끝에 나란하고 은한(銀漢)이 돌아들어 해와 달이 밝았으니 사현 계신 곳에 일마다 장할씨고 예랑위여! 들보를 아래로 하니 넓고 넓은 전야엔 오곡이 만곡(萬斛)이라 제손(諸孫)은 당하에 가득하고 전작 향화는 영겁에 향기롭네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 후에도 천신지지가 호위하여 문호엔 차마가 가득하며 사현 학덕의 유습은 뭇사람을 적시고 자손 복록은 천만세에 융성케 하소서        
1999년 10월                                  
죽계공 십이대손 김형주 근찬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