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암은 개암사 뒷편에 있는 울금바위 남쪽에 위치한 약150평 정도의 작은 암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부안21


'굴 앞에는 자그마한 절이 있어'
[부안역사문화기행] 옥천암(玉泉庵)


옥천암(玉泉庵)은 개암사 뒷산이 이고 있는 울금바위 아래에 있었던 절로 비정되고 있다. 아래는 1990년 전라북도에서 발행한 <사찰지寺刹誌>의 옥천암에 관한 기록이다.

“옥천암지는 개암사 뒷편에 있는 울금바위 남쪽에 위치한 약150평 정도의 작은 암자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연혁은 알 수 없다. 현재 작은 할석(割石)을 사용한 초석들이 일부 노출되어 있고 주변은 잡목들이 얽혀 있어서 건물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이 일대에서 수습되는 유물은 주로 평와편(平瓦片)인데 조선후기의 것들이어서 개암사에 속했던 조선후기의 암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울금바위는 변산을 상징하는 지형이다. 울금바위 북면과 남동면으로는 석성이 이어지는데 이 성이 우금산성(전라북도기념물 제20호)이다. 그러나 이 산성은 백제가 망한 후 백제 부흥을 위하여 복신이 일본에 망명해 있는 왕자 ‘부여 풍’을 받들고 유민을 규합하여 최후 항쟁을 벌였던 ‘주류성’으로 비정되고 있다.

울금바위에는 남, 서남, 북 세 곳에 굴실이 있는데, 세 굴실 중 가장 작은 북쪽의 굴실은 백제부흥운동 당시 군사들을 입히기 위해 베를 짰다하여 ‘베틀굴’, 남쪽의 굴실은 지표면에서 20여 미터나 되는 암벽 중간에 있어 사다리나 밧줄이 없이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는 곳인데, 이 굴실은 신라 고승 원효대사(617~686)의 수도처 ‘원효방’으로 비정되고 있다.

가장 큰 서남쪽의 굴실은 백제부흥운동 당시 복신이 거처한 굴이라 하여 ‘복신굴’이라고 불린다고 전하며, 이 굴실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바위틈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샘이 있고, 굴 입구는 약 200여 평의 평평한 공간이 있다. 굴 입구 넓은 공간에는 기와조각들이 흩어져 있고, 주춧돌로 보이는 돌들이 노출되어 있다. 이곳이 옥천암터로 추정된다.

“또 거기서 십여 리를 가면 오른쪽으로 변산의 입구를 들어가는데 얼마동안 꺾어 들어가면 솔밭사이에 큰 가람이 있는데 이것이 개암사다. 절에 들어가 우러러 쳐다보니 절 뒤엔 만장萬丈의 높은 봉우리가 하늘의 구름을 꿰뚫고 서 있고, 봉우리 위엔 바위 셋이 서 있는데 높이가 모두 백여 장이나 되어 보였다. 가마를 타고 올라가니 바위 밑에는 굴이 있는데 크기가 백 칸 집 같았고, 길이도 수십 장쯤 되는데 벽 무늬가 가로 세로로 되어 마치 무늬 있는 비단 같았다. 이것을 우진굴禹陳窟 또는 우금굴禹金窟이라 하는데 굴 앞에는 자그마한 절이 있어 옥천암玉泉庵이라 편액했다.“

위의 글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이 그의 아들 강흔姜俒(봉정대부奉正大夫, 정4품)이 부안현감(1770~1772년)으로 있을 때 직접 변산을 돌아보며 쓴 글로 표암유고豹菴遺稿에 전한다. 이 글로 보아 옥천암은 1770년 무렵까지는 분명히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복신굴을 암자로 삼아 옥천암(玉泉菴)이라 했다는데, 흔적도 없으니 탄식할만하다.”

위의 글은 소승규(蘇昇奎, 1864~1908)의 유봉래산일기(遊蓬萊山日記, 1897. 4~5월)에 전하는 글이다.

그렇다면 옥천암은 1770년 무렵에서 1897년 사이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