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 쪽에서 계화저류지 너머로 본 계화도ⓒ부안21

벽해(碧海)상전(桑田)의 땅 '계화도'
[아름다운 우리말 마을이름들-3] 계화면

계화면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1963년부터 1977년까지 15년간에 걸쳐서 하서면 돈지(豚地)에서 계화도(界火島)와 동진면 새포(鳥浦)까지에 이르는 12.8㎞의 바다를 막는 계화도 간척공사(干拓工事)로 조성된 벽해가 상전(桑田)이 된 곳에 새로 생겨난 면이다.

  갯벌을 막아 조성한 3,968㏊의 갯벌과 종전에 행안면에 속했었던 섬 계화도 그리고 궁안리의 대설리와 용정리 등이 주축이 되고 거기에 동진면의 창북리와 새포 용화동, 하서면의 돈지마을이 보태져서 1983년에 하나의 면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안(扶安)이라는 땅이름의 뿌리를 계화(界火)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안지방의 가장 오랜 옛 땅이름은 백제때의 땅이름 개화(皆火)와 흔양매(欣良買)인데 그 중 개부리인 개화(皆火)가 계화(界火)로 그 원형의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계화면에 남아 있는 순수한 우리말 땅이름 중 마을 이름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남아 있다.

● 구렁밖 : 창북리 서편 구렁텅이 바깥쪽의 마을. 구렁이란 말은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 꽃골 : 금산리(琴山里)의 남쪽에 있는 화동리(花洞里), 마을의 이름이 우리말 그대로 꽃골, 이렇게 예쁠 수 없다. 마을 뒷산에 비봉탐화형(飛蜂探花形)의 명당혈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 동구레 : 동끄테, 또는 동편, 창북리 동쪽의 들에 있는 마을

● 서두레 : 서끄테, 서편, 창북리 서편의 들에 있는 마을

● 하나재 : 창북리 북쪽에 있는 마을. 이민주택지, 옛날 하나재라는 큰 마을이 있었는데 1898년의 수해로 집을 잃어 정부의 보조로 집을 짓고 이민(移民)시켰다 하여 이민주택지라고도 한다.

● 웃거태 : 용화동(龍化洞)의 위쪽 마을

● 새포 : 조포(鳥浦), 양산리의 북쪽 바닷가의 어촌마을, 순수국어와 한자가 복합된 땅이름이다. 옛날에는 꽤나 번창했던 어항이었다.

● 새포뒷장터 : 새포 옆 길노리(吉老里)에 옛날 장이 섰었다. 지금도 “새포 뒷장날 보세”, “새포장날 갚으마” 등의 속담이 부안지방에 전해오고 있다. 길노리는 1898년의 큰 해일로 마을이 없어졌다.

● 동두레와 서두레 : 새포의 동편과 서편에도 동두레 마을과 서두레 마을이 있다. 동끄테, 동편, 서끄테, 서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방향성을 지칭하는 땅이름이다.

● 창안꼴 : 동두레 북쪽 골짜기에 있는 마을. 조선조 때 세곡(稅穀)을 수봉하여 갈무리 하였던 부안 오창(五倉)의 하나였던 북창(北倉)이 이곳에 있어서 창안꼴이라 하였다. 읍성안의 본창, 해창, 사창, 줄포의 남창, 새포의 북창이 부안현의 다섯 관창(官倉)이었다.

● 다리목 : 대벌리(大筏里: 염소) 뒤편에 있었던 마을 이름. 옛날 이곳에 마을이 있었고 마을 입구에는 큰 다리가 있어서 교항촌(橋項村)이라고도 했다. 교항은 다리목이란 뜻이다.

● 단물시암 : 용정리(龍井里), 염창산 밑에 있는 마을. 마을의 우물 물맛이 매우 좋아서 단물시암(우물)이라 하였다.

● 살꾸미 : 살끄미(箭金), 살끔, 살구미(箭九味), 계화도의 계하리(界下里) 서편 뒤쪽에 있는 바닷가의 마을. 고기잡에 쓰이는 대발인 어살(魚箭)을 메던 곳이다. 그미(金)나 구미(九味)는 바닷가의 지형이 활(弓)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에 붙혀지는 땅이름이다. 곶이(또는 구지) 지형의 반대형 지형으로 이와 같은 땅이름은 특히 위도(蝟島)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생끄미 : 생금이, 생끔, 생구미, 양지마을의 북쪽 너머에 있는 후미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살끄미와 같은 지형 계열의 땅이름인데. 계화도에 두 곳이 보인다.

● 양지너머 : 계상리(界上里)의 북쪽 양지마을 너머에 있는 마을. 양지마을 뒷동네라는 뜻의 지명이다.

● 장자울 : 장자을, 또는 장재울, 살끄미의 북쪽 산속에 있는 3.4호의 마을. 마을의 서북쪽은 서해바다 절벽으로 벼랑에 중중다락이라 부르는 수십척의 절벽이 장관이며, 그 아래에 약수터가 있어 유명하다.

● 앞산소 : 돈지의 앞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 큰돈지 : 돈지(豚地)마을 동북부에 있는 마을. 돈지는 원래 하서면 옷골(의복리)에 속한 바닷가 어촌이었으나 계화면이 생기면서 동돈, 서돈, 남돈, 돈지 1,2,3구가 계화면에 편입되었다. 마을의 뒷산 형국이 돼지형국이어서 돈지(豚地)라 한다는 설도 있고, 산 밑 돌 사이에서 솟는 우물이 유명한데 어느 도사에 의하여 막혔던 우물물이 트이어 물이 막힘없이 잘 솟아난다 하여 돈지(沌池)라 한다고도 전해온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원래는 돈지(墩地)로 써온 것 같다. 돈지(墩地)란 평지에 흙돌을 돈대처럼 높직하게 쌓은 것을 이름인데 동돈에 있는 당산숲과 당집이 있었던 돼지 모양의 동산이 마치 평지에 토석을 돈대형으로 쌓은 것 같은 형국이므로 돈지(墩地)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돈지의 앞 서남에 평지말(平地里)이라는 마을도 있어서 돈지와 평지말은 대칭을 이루는 지형형의 땅이름이다.

/김형주

(부안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