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자료사진ⓒ부안21



‘수입소금으로 장을 담가 망쳤다’
[부안 소금이야기-5] 우리 밥상의 점령군 '수입소금'

이처럼 질 좋은 국내산 천일염마저도 수입염에 밀리게 된다. 냉동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소금 소비가 급격히 준 데다 값싼 중국산 소금에 밀려 우리나라 제염업 기반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데, 문제는 이번에는 천일염이 자염 밀어낼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천일염은 원래 양질의 소금이기에 한 시기 입맛을 바꾸는데 애를 조금 먹었다지만 우리네 밥상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수입염은 우리네 밥상을 망치고, 또 우리나라 제염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수입염으로 음식을 했더니 써서 못 먹겠더라’, ‘수입염으로 김치를 담가 망쳤다’, ‘수입염으로 장을 담갔더니 발효가 안되더라’ 수입염에 우리네 식탁을 점령당한 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볼멘소리들이다. 그러기에 좀 비싸더라도 국내산 천일염을 구하려고 해도 여기에는 또 그놈의 불량상혼이 판을 치고 있다.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속아 잘못 구입하듯이 수입소금을 국내산 천일염으로 속아 잘못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산 천일염과 수입염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국내산 천일염은 손끝으로 비비면 쉽게 부서지는데 수입염은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는다. 수입염은 대부분 건조하고, 햇볕이 강렬한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응결속도가 빨라 소금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염도 또한 높다. 이런 소금으로 김치를 담그면 배추가 쉬 물러지고, 맛이 쓰고, 덤덤하며, 된장, 간장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국산 소금은 염도가 낮다. 그리고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다양한 양이온들을 함유하고 있고, 소금의 수소이온지수(pH)도 수입염이 4~6인 반면, 국산은 8 이상으로 몸에 좋은 알칼리성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선 배추가 빨리 물러지지 않고, 김치 맛을 좋게 하는데 김치의 맛을 결정하는 유기산과 상쾌한 맛을 내는 이산화탄소가 국내산 천일염을 사용하면 염도가 높은 수입 소금보다 더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황폐화되어가는 밥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염업 기반은 또 어떤가. 우선 전라북도만 해도 칠산바다를 끼고 있는 고창에서 군산까지의 해안에는 최근까지 고창의 동호, 부안의 곰소, 군산의 옥구 염전이 남아 있었으나 몇 해 전에 군산의 옥구염전은 폐전되고 고창의 동호, 부안의 곰소염전만이 남아 있다.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인 서남해안 갯벌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밥상은 수입소금에 점령당하고, 제염업 기반은 형편없이 무너지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한국산 천일염이 외국산 천일염에 비해 성분상에서, 특히 미네랄 함량이 높다는 사실이 속속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데다 국민들의 천일염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지고 있다. 더하여 지난 2008년부터 천일염이 식품으로 정식 인정받게 됨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앞 다투어 천일염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니 한층 더 고무적이다. 그동안 국내 소금 소비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는 천일염이 1963년 염(鹽) 관리법에 의해 광물로 분류되면서, 법적으로는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바람에 유통업체들의 공식적인 판매가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이제라도 천일염이 식품으로 정식 인정되었다니 우리나라 제염업의 발전도 기대가 된다.

/허철희 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