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 아홉구미에서 본 줄포만 전경ⓒ부안21







줄포만인가? 곰소만인가?
[부안역사문화기행]줄포만을 가다-1


'줄포만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혼란스럽게도 줄포만은 '곰소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혼용된다. 정확히 '줄포만'이라는 이름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동아일보｣ 기사에 '줄포만'이라는 표현이 나오며 ｢동아일보｣ 1928.8.19. “전북 줄포만의 이천백여 정보는 전주에 있는 일본인 다나카田中光政 씨가 이미 대정 십년일월 경에 대부허가를 수한 이래...”

이후에도 ｢동아일보｣는 줄곧 '줄포만'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줄포만'은 줄포항이 크게 성장하던, 적어도 1920년대 무렵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불리어졌던 것 같다. 이와 달리 '곰소만'이라는 이름은 한참 후인, 적어도 1990년대부터 사용되어 왔던 것 같다. ｢한겨레신문｣기사에는 '곰소만'이라는 지칭이 나온다. ｢한겨레신문｣ 1994.10.14. “변산해수욕장과 곰소만 사이의 왕포는 4만평에 이르는 왕포수로가 있어...”

이에 정부에서도 '곰소만'으로 명시하기 시작했다. 1996년 당시 환경부는 갯벌 7곳 보전 지역을 지정하였는데, 그 중 하나로 '곰소만'을 꼽았다. 그렇다고 정부의 공식적인 지명으로서 '곰소만'으로 사용해온 것은 아닌 듯 하다. 실제로 2006년 당시 해양수산부가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때는 줄포면 우포리, 보안면 유천리 및 신복리 일대를 '줄포만 습지보호지역'으로 명명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줄포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198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줄포 포구 기능마저 상실하게 되고 1990년대에 최종적으로는 줄포면의 우포리와 줄포리 양 해안을 잇는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줄포항이 중심이 되어 형성되었던 줄포 지역은 바다의 생활권과도 아예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겨우 해안선만 유지될 정도로 줄포의 인문해양지리가 쇠퇴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줄포만'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의 관념에서 점차 지워지고 그 대신 곰소항이 번창한 결과 자연스럽게 '곰소만'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부각된 듯하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하는 지도들에서 '곰소만'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 있다. 지도에서의 '곰소만' 표기는 어떤 근거와 경로를 통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특히 지도가 여행의 필수품인 오늘날에 일반 사람들은 지도표기법에 따른다. 각종 여행 지도나 부안군에서 발행하는 관광지도 따위들도 국토지리정보원의 표기법에 따르다보니 그대로 복사될 수밖에 없다. 지도상으로는 '줄포만'이라는 지명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곰소만'이라는 지명이 독차지한다.

'줄포만' 지명이 다시 부각된 것은 2006년의 '줄포만 습지보호지역'과 관련된다. 잊혀져가는 '줄포만' 이름이 다시 살아난 꼴이다. 게다가 2010년에는 동일한 생태계를 이루는 기존 고창갯벌 습지보호지역 10.4㎢와 줄포만 갯벌습지 보호지역 4.9㎢ 외에 고창군 주변 갯벌 30.2㎢을 포함하여 하나의 람사르습지로 등록하였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짐으로써 이곳 갯벌이 더욱 중요해져 정부 차원에서도 이곳 갯벌 복원에 힘쓰는 모양이다. 국토해양부가 배포한 2009년 12월 18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읍‧김제‧부안‧고창 일원 1,066㎢(도 면적의 13.2%)를 '해양‧농경역사문화권 특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개발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특히 이 자료는 '곰소만'이라 하지 않고 '줄포만'이라고 명시하였다. “‘해양‧농경역사문화권’은 전북 서해안 주변지역으로 고대부터 해양교역 루트로서 연근해 항로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왔었고, 변산반도를 중심으로 한 줄포만 일원에는 다양한 해양역사 문화자원이 있으며...”

이 개발 계획안에는 '줄포만 해안 체험탐방도로'(7.5km)도 포함되었다. 2011년 전라북도는 부안 도청리와 고창 왕촌리를 잇는 총연장 15km 규모의 부창대교(교량만 7.48km)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곰소만(줄포만)'이라고 병기하였다. 바로 얼마 전 2011년 7월에 국토해양부는 ‘2010년도 연안습지 기초조사’ 결과 '줄포만(곰소만)'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가 지리산의 10배 쯤 된다고 보고했다.

정부나 전라북도는 결국 통일된 지명의 지정이 없이 '줄포만'과 '곰소만'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선택해 혼란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는 이 만에 대해 특별한 개념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해당 지자체인 부안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91년 부안군에서 발간한 <부안군지>는 부안의 해안선, 섬, 간석지, 하천, 변산반도 등 자연지리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다루면서도 정작 '줄포만'/'곰소만'에 대해서는 내용 언급이 전혀 없다. 단지 “본군은 동진강 하구와 곰소만 사이의 변산반도에 위치하며 해안에서 2~3km까지 넓은 간석지가 분포한다”고만 명시하며 '곰소만'을 군의 경계선 개념으로 사용할 뿐이다. 부안군의 역사를 설명하는 다른 곳에서는 '줄포만'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하는 정도다. 가령 동진강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어 동진강을 부안군 자연지리의 지세로 파악하였으나 '줄포만‧곰소만'은 해양 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전혀 설명이 없다는 것은 이 만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안군지>의 관련 지도에도 '줄포만'이나 '곰소만'의 지명이 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부안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에는 '줄포만 전통장터'라고 표기하면서도 그 내용은 곰소어시장 사진으로 채웠다. 한편 김호수 부안군수는 ｢경향신문｣ 2011년 7월 18일자 인터뷰에서 “곰소만과 줄포만은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곳”이라면서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듯, '줄포만'과 '곰소만'을 혼용하였다.

줄포 사람들은 '줄포만'으로 불러왔다. 곰소 사람들은 당연히 '곰소만'이라고 한다. 줄포항의 옛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줄포만'이 익숙한 존재다. 시인이나 문인들도 '줄포만'으로 기억한다. 전문연구자들이나 언론기자들은 '줄포만'이나 '곰소만'으로 제각기 사용한다. 해양문화 전문연구자인 김준 박사는 2010년에 발행한 <대한민국 갯벌문화사전>에서는 '줄포만 갯벌'을 한 꼭지로 다룬다. 서울대학교 해양학과의 고철환 교수는 <한국의 갯벌>(2001)에서 '곰소만'으로 표기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이나 다음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항목을 '줄포만'이라 하지 않고 '곰소만'으로 소개한다. 브리태니커는 "옛날에는 줄포만이라고 하였으나 곰처럼 생긴 2개의 만과 그 섬 앞바다에 깊은 소(沼)가 있어 곰소만이라 하였다"고 언급하면서 '웅연만'이라고도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웅연만'은 처음 듣는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신문 시사용어로 '줄포만'으로 등재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서는 '곰소만'이라고 통일되었으나 중앙 정부, 전라북도, 부안군은 모두 통일해 명시하지 않는다. 고창군은 '고창갯벌'로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줄포만'이든 '곰소만'이든 달가워하지 않는 듯 하다. 

한편, 역사적으로 보면 줄포만은 고부만이라 불리기도 했다. “만의 명칭은 시대마다 달라져 왔는데, 고부만 혹은 줄포내포로 표기한 도서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홍금수, ｢18-19세기 줄포만의 자염｣, <대한지리학회지> 29-1, 1994, 48쪽.)

이는 고창군의 부안면이 고부군의 월경지로 관리된 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 명칭 문제와는 별도로 줄포만은 행정 구역상 부안군과 고창군이 나눠가지고 있다. 줄포만은 행정적으로 분리될 지형이 아니다. 하나의 자연 생태적 흐름으로 줄포만 전체를 보아야 한다.

/부안21 buan21@buan21.com

<부안이야기 7호 고길섶의 '줄포만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