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이름없는 생명 '바다민달팽이'

사라져가는 새만금의 생명들-5-바다민달팽이

사라져가는 새만금의 생명들

백합, 해방조개, 계화도조개, 우즐기, 실뱀장어, 짱뚱어, 대추귀고둥, 바다민달팽이... 우리네 삶을 지탱해 주고, 입맛을 사로잡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안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를 이들 생명체들... 단 한 컷의 사진으로도 그 모습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농합처럼 기억의 끈을 놓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부안이 꼭 기억해두어야 할 이름들이다.


바다민달팽이

세상에 그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채 새만금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는 생명체가 있다. 동진강과 고부천이 만나는 지점인 동진강 하구(부안군 동진면 하장리 일대)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미기록종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순천만에도 이 미기록종이 서식한다는데 갯벌전문가들 사이에서 육상의 민달팽이를 닮은 이 생명체의 이름을 ‘순천바다민달팽이’라고 짓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 없는 생명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순천만 말고도 새만금에도 엄연하게 생존하고 있으니 앞의 ‘순천’은 빼고 ‘바다민달팽이’이라고 이름 지어도 무방할 것 같다.  

2006년 3월 9일 한·일공동갯벌조사단은 환경부 기자실에서 일본 측 전문가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는 신종과 미기록종을 발표했는데 육지의 민달팽이와 닮은 이 미기록종의 일본 이름은 ‘야베가와모치’라고 밝힌 바 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고 네 해가 지난 2010년 9월 17일, 이들의 생존 여부가 궁금하여 이들 서식지를 답사했으나 애석하게도 이들의 생존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 전, 키 낮은 나문재, 칠면초 등의 군락을 이루고 있던 갯벌에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억세고 키 큰 갈대, 명아주, 사데풀 등이 숲을 이루다시피 우거져 아직은 설령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서식지 소멸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여겨진다.

/허철희 huh@buan21.com

'부안이야기 6호' 기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