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목의 만남 '꽃무릇'  ~~ 석산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상사화가 피고, 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부터는 위도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등이 핀다. 그리고 가을 길목에 석산이 피는데 대개 추석 절기와 맞아 떨어진다.

석산(石蒜, 학명:Lycoris radiata)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무릇이라고 더 많이 부른다. 흔히 절 주위에 많이 심는데, 이는 석산에 방부 효과가 있어 절 안의 책에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하며, 탱화를 그릴 때 석산을 짓찧어 바르면 좀으로부터 보호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변산의 몇몇 석산 야생지도 모두 옛 절터 부근이다.

또 석산에는 독성이 있지만 비늘줄기를 짓찧어 우려내면 독성이 없어져서 질 좋은 녹말을 얻을 수 있는데, 옛날에는 석산에서 추출한 녹말로 식량을 대신했다고 한다. 특히 절에서는 이 녹말을 이용해 불경을 제본하고, 탱화를 표구했다고 한다.

석산의 원산지는 중국의 양쯔강 지역으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한다. 석산은 상사화처럼 덩이뿌리로 번식하며 생태적 특징도 상사화와 같다. 길이 20~40cm, 너비 1.5cm 정도로 길쭉한 잎은 꽃이 지고난 후인 10월에 돋아나 겨울을 나고 다음해 5월이 되면 차차 시들어 없어진다. 그리고는 9월에 잎이 없어진 자리에서 1m 정도 길게 솟아난 꽃대머리에 산형꽃차례로 4~5개의 꽃이 붉게 핀다. 이처럼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하여 상사화라고 하는데, 더러는 석산을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비늘줄기를 인후 또는 편도선염, 종기, 악창 등의 치료에 쓰이며, 치루와 자궁탈수에 비늘줄기를 물과 함께 달여서 환부를 닦아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최근에 중국에서는 석산의 비늘줄기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을 이용해 항암치료제로 개발했다고 한다.

/허철희 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