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긐 물길이 막히기 전, 월포‧장신포갯벌의 굴 채취 작업



벽해상전의 땅 '월포‧장신포'
새만금갯벌을 가다(3) 잃어버린 해안선-5-월포‧장신포


월포‧장신포 앞바다에는 사람 한 길 정도 높이의 삿갓 모양의 바위가 솟아 있다. 만조가 되어도 바닷물에 잠기지 않는 는들바위다.

이 는들바위에는 아기장수 설화가 전한다.

옛날 장신포 마을 柳씨댁은 생활은 넉넉하나 나이 50이 되도록 혈육 한 점 없는 것이 한이어서 변산의 절에 들어가 백일동안 정성을 다하여 공을 들였더니 부처님의 영험으로 아기를 가졌다. 아기는 기골이 장대하고 옥같이 잘 생긴 얼굴에다 자라면서 사서오경을 줄줄이 외우고, 방안의 천정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므로 유씨 부부가 놀라 아기의 겨드랑이를 살펴보니 새깃과 같은 날개가 돋아나고 있었다. 부부가 생각하기를 이는 큰 장수감인지라 만일 소문이 퍼져 조정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 여겨 고심 끝에 아이를 다듬이로 눌러 죽였다. 그러자 어디서인가 눈부시게 하얀 白馬 한 마리가 뛰어와 유씨 집을 밤낮 사흘을 돌면서 슬피 울더니 는들바위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 백마는 죽은 아기가 장차 타고 다닐 말인데 제 주인이 죽으니 슬피 울었던 것이다.

이 는들바위는 백마가 밑에서 항시 떠받고 있기 때문에 바닷물에 잠기지 않고 항시 그만큼 솟아있다 하며 그래서 ‘는들바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 바위가 물에 잠기려면, 변산의 제일봉인 의상봉이 잠겨야 이 바위도 잠긴다고 한다.<참고문헌/1990년 전라북도 발행 ‘전설지'>

는들바위는 주변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굴 등의 패류 채취 작업도 주로 는들바위 주변에서 이루어졌고, 허리 등 몸이 아플 때는 햇볕에 달구어진 바위에 드러누워 찜질을 하면 잘 나았다고 한다.  장신포 해변의 모래찜질은 유명하여 단오 무렵이면 이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인들 인파로 붐볐다고 한다.

이 는들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하서면 월포, 장신포 마을도 계화도나 문포, 돈지와 같은 운명의 길을 가고 있다. 월포와 장신포 사이에는 변산에서 달려 온 물줄기가 는들바위 앞쪽으로 흐른다. 이 하천을 ‘똘개목’이라 부르는데, 비록 가는 물줄기이지만 이 물이 닿는 지대의 갯벌은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갯벌에 메어놓은 어살에 조기가 가득 가득 들었다. 백합 등의 조개류는 멀리 나가지 않고 는들바위 뒤에 나있는 갯골 부근에만 가도 다 옮겨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김양식으로 소득을 올렸으나 이도 잠깐, 김양식은 새만금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퇴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갯벌에는 백합, 가무락조개, 가리맛조개, 굴 등의 패류가 묻혀있어 근근이 갯살림은 유지시킬 수 있었으나 새만금 방조제 길이가 길어지면서 갯벌이 황폐화되어 이마저 사라져갔다. 새만금 끝막이 몇 해 전부터는 새로운 어로방식인 PVC통을 이용한 칠게 잡이로 조금이나마 가계를 보탤 수 있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고 여섯 해가 지나는 지금, 는들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월포, 장신포 앞 그 좋던 갯벌도 잡초밭으로 변해 있다. 벽해상전의 땅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대신에 월포 마을 앞들에는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가 들어섰다. 뒤로는 새만금사업이, 앞으로는 신재생에너지파크가 마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마을에 아직 남아 있는 김공장 폐건물이 그나마 이 마을이 칠산어장의 한 자락으로 황금어장과 황금갯벌을 끼고 있었던 마을임을 어슴푸레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허철희 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