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날을 기다리며,
긴 잠에서 깨어나듯,
실로 오랜만에 나들이 준비에 설레이는 날들이었다

누구랑 무슨 차를 타고 어떻게 갈 것인지
어디를 다니면서 무엇을 구경 할 것인지
어디에서 하룻밤 잠을 잘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


(1)
작년에 농장에서는 배꽃이 피었다, 배가 열렸다,
재작년에 우리가 심은 오디나무에 드디어 오디가 열렸다,
오디따기 축제를 한다, 체험교육관을 지었다는 소식만 듣고 있었지
그 축제에 참석을 못했다.
늘 가던 농장에 못가고 마음이 어땠는가
가을에 꼭 가야지 했다

태풍이 지나갔다, 배가 다 떨어졌다, 하나도 없다,
배따기 축제는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눈은 얼마나 많이 내렸는가
그렇게 2010년이 지나갔다

2년여동안 정신없이 바빴다
왜 그렇게 살아야했는지 ~~
이제 바쁜 일에서 조금 물러나 여유를 찾으며
올해는 농장에 가야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2)
2011년 5월 7일 토요일 22시 21분 드디어 축제 공지가 떴다
<자연이 빚은 보물 부안> 이라는 부안군 통합브랜드가 큰 글씨로
써진 사진과 함께

<행사 날짜는 6월4일(토) ~ 6월5일(일)입니다> 라고.

에구 ~~ 아이들이 노는 토요일도 아니고
더군다나 월요일까지 연휴가 낀 휴일이었다
에구 에구 ~~ 또 얼마나 차가 막힐 것인가 ~~걱정부터 앞섰다

숙박과 식사문제로 참석여부를 알려달라고 간곡히 쓰여 있었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은 몇 안되었다


(3)
자유롭고 싶어 떠나는 나들이, 모두 각자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를 맞추는 것도, 시간을 맞춰 모두 모이는 것도 ~~어려웠다
각자의 생활에 다 맞추기도 어려웠다
이제 어디를 가든 떠나는 것은 자유롭게 하자는 생각이
올핸 더 간절했다

그리고 끝까지 속을 썩인 것은 숙박이였다
몇 명이 숙박을 할 건지도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어디에 숙소를 정할 건지도 ~~정할 수가 없었다
숙소를 한 달 전에 예약할 수도 없었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나중에는 어디에든 방이 없었다
이화만 야단치며~~해결하라고 ~~큰소리 치고 ~~
결국 체험관으로 정해졌지만 체험관은 방이 많질 않아 방배정이 힘들었다

떠나기 전날인 6월3일에야 겨우공지를 올릴 수가 있었고
나중에 보니 공지를 너무 늦게 올려 못보고 온 분들도 많이 있었다
암튼 ~~ 떠난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즐거웠다

(4)
날씨는 너무 좋았다
차는 달리고 달려 부안에 도착하였고
우리 일행은 곧장 바닷가로 향했다
격포 앞 바다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해넘이타운 앞 바다로 갔다
한적한 바닷가~~ 물결은 하염없이 찰삭거리며 흔들리고
모래사장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고
우리는 끝없이 찰랑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었다
바닷가에만 가면 왜 그리 좋은지 ~~왜 그리 마음이 설레이는지 ~~
바둥거리며 살아온 시간들이 왜 그리 덧없어지는지 ~~
마냥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어둑어둑 ~~해그림자 질 때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5)
농장의 아침은 언제나 싱그럽다
어느새 봉지가 하얗게 씌워져 있는 배밭을 바라보노라니
우리가 여전히 신경 못써주는 데도 이화는 열심히 농사를 지었구나
감개무량하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가꿔놓은 농장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같았다
보라 ~~이 배 밭을 !!
어느 누가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가!!

(6)
어제 저녁 숙소에서부터 먹을 것은 충분하였다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와 뽕주~~ 맛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늦도록 먹고 마시고 ~~ 얘기하고 ~~
또
농장에서는 어떠했는가
명품 바지락 뽕잎 칼국수, 먹고 또 먹고 ~~

아이들은 신이났다
오디따기, 양파캐기, 옥수수 심기, 수박 순 따기 ~~~

(7)
그러다가 모두 떠나고 ~~ 몇사람 둘러 앉아 맥주 한잔 마시려니
왜 그리 마음은 짠한지 ~~

고생했다 정말 고생했다 모두 고생했다 ~~중얼거릴 뿐!!


(후기)
늦게나마 기억을 되살려 후기를 올려 봅니다
만났던 모든 분들 너무 반가웠고요
많이 불편 했을 것 같아 미안하고요

준비하느라 고생한 농장식구들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번에 미리 준비 많이 못하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떠나와 생각하니 단체 사진도 안찍었고,
그러고 보니 프랑카드도 없었어요
나중에 이화가 올린 글을 읽으니 ~~또 한번 가슴이 뭉클했고요
뽕나무가 잘 자라 오디가 잘 열린 것처럼
올해 아무 탈없이 배도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원해봅니다
그래야 가을에 또 만나지요 ~~ 그렇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