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함 뒤에 감춰진 ‘예리한 가시’
실거리나무



파릇파릇 이제 막 돋아난 연두색의 푸름 속에서 노랗게 핀 실거리나무 꽃이 단단히 눈길을 붙들어 맨다. 재작년 국립수목원은 오월의 신록 사이로 화사하게 얼굴을 내밀어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이 실거리나무를 그해 5월의 나무로 선정했었다.

그러나 꽃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장미가 그렇듯이 실거리나무도 그 화사함 뒤에 예리한 가시를 감추고 있다. 언젠가 실거리나무 꽃을 더 가까이에서 사진기에 담아보려고 덤불 속으로 들어섰다가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가지에 나 있는 가시가 낚시처럼 아래로 꼬부라져 가시에 걸린 옷을 좀처럼 떼어내기가 어려웠다.

실거리나무라는 이름도 가시에 옷의 실이 걸리면 좀처럼 떼어내기 어렵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실거리나무를 \'띠거리나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실거리나무와 띠거리나무는 어감 상 같은 연유로 지어진 이름인 듯하다.

콩과에 속하는 실거리나무는 변산반도 이남의 산기슭이나 섬에 자라는 덩굴성 낙엽관목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 변화로 인해 서해5도까지 북상해 자란다고 한다. 지난 해, 국립생물자원관은 기후변화에 민감해 지속적인 조사·관리가 필요한 한반도 고유생물 100종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CBIS: Climate-sensitive Biological Indicator Species)‘로 지정했는데, 이러한 생물 중에는 실거리나무도 포함되어 있다.

가지는 4~5m 정도 주변의 나무를 타고 뻗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0m까지도 뻗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멀리서보면 마치 실거리나무가 아닌 그 나무가 꽃을 피운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잎은 아까시나무 잎을 닮았으며, 5월 중순경부터 6월 초까지 피는 꽃은 가지 끝에 꽃차례가 길이 20-30cm 올라와 여러 송이가 달리는데 길게 뻗어 나온 붉은 수술대가 강한 인상을 준다.

콩과 식물의 열매가 그렇듯이 실거리나무 열매도 콩꼬투리처럼 생겼으며, 보다 넓고 크다. 가을에 익는 송편모양의 길이 약 9cm, 나비 약 3cm 정도의 열매는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익어갈수록 갈색으로 변하며, 열매 안에는 검은빛을 띤 갈색의 구슬 같은 씨앗이 6∼8개 들어 있다.

실거리나무 열매는 운실(雲實)이라 하여 학질, 이질, 설사 등에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민간에서는 뿌리와 줄기 껍질을 도계우(倒桂牛)라 하여 감기에 의한 두통이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증상, 타박상 치료 등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유독성 식물이므로 사용 시에는 주의헤야 한다.

그 외에도, 실거리나무가 흔하게 자라는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로 가시울타리를 친다고 한다.

(부안 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