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6월 28일)
저희 시어머님 얘기를 가끔 썼기 때문에 연세가 많으신 것은 아시지요?
1905 년 생이시니 올해 100 세로 만 나이 99세 일백 百 자에사 한살 작다고
위 한 획을 빼서 흰백 白 을 써서 백수연(白壽宴)을 하지요.

올 5 월에 저희 시어머님 백수연을 치뤗습니다.
정작 어머님은 당신이 백세이신 줄도 모르시지만...너무나 존경스럽고 훌륭하신분이시라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88 세 미수연(米壽宴)은 호텔에서 근 200 여명이 모여 정말 원없이 해드렸는데...
이번엔 본인이 모르시니 모시고 나갈 수도 없어 집에서 하고 그 대신
금 한돈짜리 돼지 핸드폰 줄을 기념으로해서 대소가 일가친척들께 선물을 하니 더 좋았습니다.

어머님을 보면서 인생공부 참 많이 합니다.
지금은 정말 뼈만 남으셨는데...병없이 뼈만 남은 몸은 그 모습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야말로 낙엽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천수를 다하는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 당신의 지으신 복덕이 하늘에 닿아 4 년전에 들어온 살림도우미가 너무나 훌륭한지라...내가 살림고수라
이름을 지었지요. 이사람이 얼마나 영특한지 정말 하나를 알면 10을 아는 현명함이 있어 나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사람이 늙으면 애기 된다는 게..세상이치가 처음과 끝이 맞물린 원으로 싸이클링 하는가 봅니다.
먹는 것도 이유식이요...웃는 모습...까만 배냇머리까지 돋는 것 보면요...
그래서 어머님께 쓰던 존댓말이 가끔 어린애한테 쓰는 말로 될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살림 고수는 무조건 다 갑니다. 백김치도 갈고 무도 갈고 밥도 갈고 모든걸 다 갈아야지
떠 먹여드릴 수가 있으니까요. 하도 갈아부치니 우리집 블렌더는 최고품질을 사도 일년이면 망가집니다.

그런데 이것 저것 넣어 밥을 갈아 밥죽을 해서 드리는데..우리살림 고수 떠먹어볼 때마다 맛있다을 연발 합니다.
밥을 갈면 맛있다고요. 집에 있는 건강 보조식품이며..산야초효소며...먹다 뒹굴어다니는 거 모조리 넣고 다 갈아댑니다.
그러면서 뒹굴어다니는거로 해서 죄받겠다고 하면서요. ㅎㅎㅎ

오늘은 모처럼 실림 고수가 오후에 하루 외박?을 나가서 제가 영동에 감자캐고 저녁에 와서
밥죽을 만들려니...이왕하는거 해초미식당 문을 엽니다.

이 밥죽은 쉽고 맛도 괜찮지만 일인분이나 하는 거지요. 양이 많으면 누가 그걸 갈아댑니까...
두세그릇만 해도 그냥 슬로우쿠커로 죽을 쑤는 게 편하지요.

그러니 이건 노인이나. 환자나. 이유식 정도로나 해야겠지요.
하여튼 밥에다 아무거나 다 섞으면 됩니다. 정말 못 섞는 게 없는 거죠.

그날 그날의 국에다 밥만 섞어 갈면 됩니다. 된장장국, 미역국, 없으면 잣, 통깨,김등 전천후입니다.
백김치랑 갈아도 좋고 생야채랑도 다 잘 어울립니다.

처음 거는 완두를 끓는 물에 삶아(색이 고우라고) 밥과 간 것이고요.
가운데는 생 토마토를 간 것입니다.
이 두가지는 우리 어머님 식단은 아닌데 제가 해초미식당메뉴로 갈아봤지요.
완두는 그냥 완두죽보다 더 맛있고요. 토마토는 토마토 밥 말은 게 더 맛있네요.

갈색은 우리 어머님 식단인데요. 우린물에 통마늘 한쪽 같이 삶아 넣고 갈은 겁니다. 아주 맛 있어요.

이보다 더 맛있는 거는 가마솥에 넓게 눌은 누룽지 물 조금씩 부어가며 박바가지로 박박 문대가며
만든 누룽지문댄 밥죽입니다. 예전에 집 식구들이 아프면 우리시어머님께서 해주시던거죠.
얼마나 정성으로 문댔으면... 지금 불렌더로 갈은 거보다 더 고왔습니다.

제가 안흥가서 가마솥 걸어놓고 이 누룽지 문댄 밥 해드린다고 하니까
우리시누님들 지금 꿈?에 부풀어 계십니다. ㅎㅎㅎ
장마나 지나고 택지정리 들어갈텐데...아직도 구상이 끝나지를 않네요...

더운 밤...그냥 이러 저러한 소리 써 봅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진리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밤에 찍어서 색이 별로네요. 실은 실력부족이지만...ㅎㅎㅎ
토마토를 가위로 오려서 꽃을... 자두로 하면 색은 더 찐한데...그냥 아무거나 걸리는 대로요.

<고맙습니다>


* 최동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2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