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계신 분들은 아마도 녹차가 거의 생활화 되셨을 겝니다.
혹사 당하는 목을 진정시키는데...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녹차니까요.
저도 급한 성질 때문에 악깨나 쓰고 소리를 질러대는 하급교사인지라 목이 늘부어있습니다.

무슨 연수 점수 올린다고 뒤늣게 쫓아다닌 연수에예절교육이니 다도교육이니 많이도 받았지만...
결론은 다도고 뭐고 내게는 돼지 목에 진주인 것이...저는 골수?귀차니스트라 귀찮은 것 딱 질색입니다.
다포니 숙우니...몇번우려라 이렇게 놓아라..저렇게 놓아라...에고 난 도대체 귀찮아서 내맘대로 마신다...
백자 찾잔에 청풍명월과 함께 제대로 우려 마시지 않을바에야 그냥 머그컵에 들어마시는 게 낫지...하며요.

그것도 귀찮아서 아예 가루로 내어...처음엔 말차 섞는 대나무 다선에 반해서 제대로 먹다가
이도 귀찮아서 물없이 씹어먹고 나중에 물만 마시는데 ㅎㅎㅎ
이게 효과는 제일 이더군요. 고진 감래라고... 맛도 그게 통하는 게 이렇게 하니 처음의 쓴맛이
아마 두시간은 족히 계속 단침이 입안에 고이는 겁니다.

그러다 감잎차로 바꾼 것이 녹차가 속을 깍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체 무식하게 가루를 씹어 먹어제끼니 그랬겠지만 질 낮는 녹차는실제로 위에 별로 안 좋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커피포트를 참 싫어합니다. 전기로 윙 끓이는 것도 싫고 생긴 것도 싫고..
그런데 교실에선 이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지요.

그래서 이 귀차니스트가 연구? 해낸 것이 사진과 같은 아로마 초에 어울리진 않지만 도기 주전자입니다.
직화로 할 수 있는 주전자 찾다가 인사동에서 산 건데... 직화에 작은 크기는 이것 말고는 구 할 수가 없었지요.

편하고 좋습니다. 다관, 숙우, 찾잔 챙길 거 없이 그냥 찻잎 넣어 우려서 그냥 먹습니다.
향이니 뭐니..그냥 선물 들어온 녹차도 많고... 부은 목 가라 앉히는 게 목적이니가요.

각설...한 것처럼 마구잡이로 마신 사람이라 차 맛을 말하기엔 부족하나...
제 식미의 기준은 <부드러우나 풀어지지않는다> <쫄깃거리나 질기지 않다>에 있으니

박종대 어르신 야생수제 녹차가 바로 제가 찾던 맛 입니다.
차잎이 이렇게 부드러우면서 쫄깃거리다니...이거 우린잎 하나도 버리지 않고 나물로 먹어야겟습니다.
아니지요. 저는 그냥 씹어먹겟습니다. 이제 다시 녹차 씹어먹던 시절로 유턴하렵니다.

제가 먹어본 차 중에 일엽차라고 조금 얻어서 먹어본 중국 고정차가 제겐 최고였습니다.
원래 고진감래 맛을 좋아하니까..쓴맛에 길들여진 제겐 고정차가 참 좋았는데
중국 어린처녀애들이 일일이 침 묻혀가며 한잎한잎 무릎에 놓고 말아서 만든다고 하데요.
찻잔에 한잎 놓고 꼬인 것이 배시시 풀어지는게 참 묘미가...눈으로도 즐기는것이죠.
박종대어르신 야생 수제녹차를 보니까 고정차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차잎을 찻잔에 담아서 먹어 봤습니다. 차잎 먹는 맛도 일품이네요.

고정차가 내가 제일이라고 뽐내는,잘난체 하는 맛이라면
<복룡산 자생 녹차 伏龍山自生綠茶>는 우리네 조선의 여인네 같습니다.
도도하지 않은 자연스런 풍미... 아무리 꽃처럼 잘나도 화무십일홍이듯이...
자연스런 다소곳함에는 이길자 없지요.

어찌 이리 아무 거북함이 없이 잘 수련된 오케스트라 화음처럼 이리도 잘 다독여 다스렸는지요.
몇번씩이나 덖으면서 손맛이 얼마나 배었으면 쓴맛도...단맛도 서로 잘난체 못하게스리요...

이게 정말로 적은양을 가지고 귀한 자손 기르듯 손에서 놓지를 않으셨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병에다 번호래도 붙이셔야 할판에...ㅎㅎㅎ 그렇게 품위? 없는 병에 담긴 최고명품이라니...
그렇지요...내공이 하늘에 닿은 고승이 누더기 입고 있는 법이니까요....
박선생님 참으로 귀한 명품 만드신 인격이 찻잎 하나하나에 다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모습만 두어번 뵙고 사시는 모습을 뵌 적은 없으나...처음 인상 그대로... 이 수제녹차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한잔의 녹차에 이리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시니...많이 배웁니다.

송하선생님!... 말린 오디에 그냥 뜨거운 물을 넣어봤더니 참 말로...색이 끝내주네요.
우러난 물 맛은 색처럼 진하지 않아 좀 싱겁더고 할 수 있으나...건져 먹어본 불은 오디는 생거보다 더 좋았습니다.
꿀을 조금 첨가하면 손님 접대로 최상이겠습니다. 말린 오디 구경이나 했겠습니까?ㅎㅎㅎ

뭐하러 생거 먹는대요?...오디 만큼은 생거보다 이게 훨씬 맛있습니다.
이제 생 오디 먹고 싶다는 생각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최동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2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