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연천 전곡 고려농원 콩

농약중독에서 깨나나 했더니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힘든일도 못할것 같아 누워있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이제는 대규모화 ,기계화하지 못하면 농촌에서 살아 남기 힘들것 같았습니다.
마땅한 작물이 없을까 생각하던중 어느날 TV를 보다가 팔달콩이 보급된다는 것을 보고 수확량도 획기적으로 많고 산파를 해도 되고 대규모재배에도 콩은 무리가 없는 작물이라 전곡에 이 밭 저 밭을 알아보다 고려농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총 7만평 짜리 밭인데 현재 비어있는 밭이 3만평이라 하여 작년에 하던 밭과 합쳐 팔달콩을 심기로 했습니다.
전곡밭은 질기로 유명한데 희안한것은 밭이 아래가 진게 아니고 위가 질다는 점입니다. 봄에 가물때 일을 못하면 트랙타도 빠져서 못나오기 때문에 날이 좋을 때 서둘러 일을 마쳐야 했습니다.

콩복비를 사다 뿌리는데 경운기에다 비료를 싣고 남자 둘이 뒤에 타고 뿌렸는데 다 뿌리고 나니 비료가 절반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혹시 밭을 또 속아서 절반 짜리를 구했나 싶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밭주인과 함께 줄자로 밭마다 재어보았더니 정확히 절반밖에 평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밭도지 절반을 돌려 달라고 하자 밭주인은 도지에 길도 포함된것이니 돌려 줄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평수가 터무니없거나 작물이 않되는 밭들은 해마다 주인이 바뀌는데 좋은밭은 나오지 않고 망하는 밭들만 해마다 나와 좋은밭 만나기란 정말 힘들어 20년이 넘게 농사를 지었어도 두세번 밖에 없었던것 같습니다.

결국 비료를 2배를 뿌린 셈인데도 한쪽밭은 콩이 잘 않자라 알아보니 밭주인이 흙을 깍아 팔아 먹고 위만 살짝 복토해 놓은 밭이었습니다.
전곡엔 붉은벽돌공장이 있는데 밭주인들은 흙도 팔아먹고 임대료도 받아쳐 먹는 밭이 많은데 물론 농사는 될리가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박박 깍아 먹은밭을 2배 도지를 물고 들어 갔으니 적자는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가을이 되어 밭주인이 미안했던지 운전수에게 군인들을 동원해 도와주라고 해 1575부대의 대민지원을 받아 콩을 꺽기 시작했습니다.
고참들은 잘 하는 편인데 신참들은 낫질도 처음해본 애들도 있고 낫질하다 손을 다쳐 돌아가고 일은 지지부진하여 계산해보니 밥해주느라고 경비만 들어가고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내 주다보니 오히려 쓰던 인부들 보다 돈도 더 들어가고 일만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시간을 질질 끌다보니 11월경이 되서야 낫질이 끝났는데 콩을 군데군데 모아놓고 보니 비가 오면 뒷쪽이 마르지 않아 한번씩 뒤집어 줘야 했습니다.
10월에 일을 마쳤으면 콩도 잘말라 털기도 쉬웠을 텐데 초겨울의 날씨가 되자 비도 자주오고 콩도 마르지 않아 뒤집다가 12월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는 날이 좋아 큰포장을 펴놓고 콩을 나란이 펴고 차로 뭉개면 콩이 잘나왔는데 콩이 눅지자 차로는 아무리 뭉개도 떨어 지지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콩 탈곡기를 임대하여 콩을 털다보니 그 해는 비도 자주와 크리스마스 이브날 작업이 끝났습니다.
역시 돈 못버는 해는 고생만 죽도록 하는 법입니다.
농협에 콩을 수매하러 갔더니 콩이 않 말랐다고 다시 말려 오라고 해서 할수 없이 건조기삯을 주고 콩을 말려 다시 납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