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제주도-참깨(2)

육지에 이런 비가 왔다면 소양강댐도 무너지고 말았을 것입니다.몇년전 강원도에 1000미리 정도 비가 왔는데 당시 기상대에서 1000년만에 호우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때 당시 강원도 산봉우리들이 폭삭 주저 앉았는데 다행이 제주도는 바다에 접해있고 화산회토라 별 피해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이 이 폭우를 맞고도 깨가 죽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작물 같았다면 이틀에 1000미리 맞고 결코 살아 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때 깨를 그 뒤로 전멸 시키고 무일푼으로 제주도를 떠났지만 깨를 죽이지 않는 방법을 드디어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자 부지런이 약을 쳐 깨가 밭을 덮어버리자 이웃 동네에서 깨밭을 구경 왔습니다.제주깨와 달리 한매디 6개씩 올라가는 걸 보고 종자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깨를 빌 무렵 태풍이 들어 왔습니다.
나는 깨밭에나가 하루 종일 태풍을 맞으며 밭을 돌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내 눈에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갑자기 깨가 새카맣게 타 죽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끔작한 광경 이었습니다.
알고보니 비가 그치면서 태풍이 불자 짠물이 날아와 깨가 타 죽은 것이었습니다. 길가의 가로수 잎도 소금물에 타 죽었습니다.
담밑에 깨만 조금 남고 참깨는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망연자실하여 신제주 참깨밭을 가 보았습니다.
이곳의 깨는 짠물을 맞지 않았는데도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알고보니 이 밭은 장마때 한라산의 수로였습니다.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고 햇빛이 나니 시들음병으로 한 포기도 못 살고 만평의 깨가 전멸 한 것입니다.나는 농사의 여려움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남은 깨를 비어 세우는데 제주 사람들이 깨를 한조를 세개로 세우지 않고 여섯개로 세우는 것이었습나다.과연 바람이 센 제주도에도 여섯개 짜리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겨우 가마 반 정도의 깨를 털어 농약값 50만원 주고 차비하고 겨울에 생활비도 없어 쩔쩔매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