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울 시어머니를 매우 좋아한다. 어쩔땐 미운 신랑이다가도 \'신랑 넌 어머니 잘 만나서 내가 참는다\' 생각하면 그냥 넘기기도 했다.
근데 요즘 어머니를 보면 \'아 늙으셨구나, 힘드시구나!\'를 느끼면서도 그 고왔던 예전의 모습이 어딜가고 이리 변하시나 안타깝고 속상하다.
어쩔땐 화가 날 정도로.... 아직도 꽁깍지가 안 떨어진 신랑은 울 엄마 울 엄마 하지만.
(근데 자기가 그렇게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은 느끼지도 못하면서 의석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무척 질투한다. 왜 자기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는냐고.
아 옆길로 샛다.)
곱고 참한 심성이셨는데 아버님 돌아가시면서 보호막을 잃으셨는지 점점 험한 모습이 튀어나온다. 입에서 행동에서...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원래 그러셨는데 그런모습 보일일이 없으셔서 안나왔다가 아버님 일 겪으면서 튀어나온 것인지 어쩐것이지....
남에게 할때는 그냥 속으로 참고 넘기겠는데 그것이 점차 나에게로 보일땐 힘들다.
그동안 내한테 엄청 쌓이셨나 보다 하다가도 도대체 나 없을때 신랑과 무슨 애기를 하길래 저럴실까 싶어서
신랑에게 오늘 한마디 했다. 어머님께 힘든 소리 없는 소리 절대 한마디도 하지 말라고...
눈치보이셔서 저리 행동하시는 것 같아 맘이 아플때도 있다.
참 곱고 고우신 분이었는데..
제발 더 변하면 안되는데 점점 그 모습에서 시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도 싫어하셨는데....
점점 그 싫어하시고 질색이셨던 분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건 -- 스스로 인식도 못한채 --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싶다.
아버님 일찍 돌아가신것이 넘 속상하다. 어머님때문에 더.....
평생 아버님이 주시는 안락함 속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시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
아버님 남겨주신 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울 어머니 기 좀 펴시게 그래서 변하지 않게.
시동생도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어머니 환한 얼굴 좀 보게...
시댁 친척들은 아버님때문에 잘 되었는데 그 옆에서 그 고통을 다 감당했던 어머니 자식들은 잘 풀리지 않으니 어머니 더 속상해 하신다.
이럴때 내가 진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머님 경제력이라도 좀 주게.
친정엄마도 아빠돌아가시고 한 몇년새에 그 여장부 같으신 분이 완전 노친네가 되어버려서 힘들었는데 그 과정을 어머님이 밟고 계신다.
옆에서 같이 당하고 있는 나도 덩달아 힘들어 죽겠다. 내색도 못하고 \'네네\' 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다 어머님 싫어하게 될까봐 겁난다. 앞으로 수십년은 같이 살아야 할 분인데.
돈 열심히 벌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고는 하지만 제발 그 경우에서 울 어머니 만큼은 비껴나갔으면 좋겠다.
철 없는 며느리와 자식, 능력부족인 며느리와 자식이 커버할 수 있는 만큼만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머니의 그런 모습까지 커버할 수 있는 좋은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 복 없고 자식 복 별로 없으신 어머니 며느리 복까지 없으면 넘 불쌍하지 않을 까 싶다.
어머니 나이드심에 변하심에맘 아프고 속상한 나날이다.
아직도 이세상에 울 어머니 같은 분 없다고 어머니가 이상형인 울 어린애 같은 신랑이 실망하는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