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귀여움을 받고 자라났다.
자상한 아버지와 현모양처의 어머니 사이에서 남부러울것 없이 살았고
어려서부터 명석하고 뛰어난 두뇌로 학교에서도 수석의 자리를 놓치지않았다.
성격도 원만하여 주변 친구관계도 좋아 중고등 학창 시절에는
늘 친구들간에 인기가 좋았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국내 굴지의 재벌회사에 당당히 입사하여 촉망받는 사원이 되었고
얼마후 집안좋고 학벌좋은 집의 이쁘고 착한 규수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아무 문제없이 아들딸 낳고 승승장구 계속 승진하여 재산을 불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았다.
이렇게 평생을 복받으며 살아왔던 남자가 80세가 되던해에 말을 했다.
\"아…나는 인생의 반쪽만을 살아왔다. 가난이 무언지 고통이, 아픔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나는 절반만을 살아왔으니 어찌 불행하다고 하지 않을수 있게는가…\"

이글은 두통때문에 힘들어하며 좌절하던 때에
나자신을 합리화 하고자 위안삼아 자주 되되이던 글귀입니다.

8월이 되면서 자주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찌는 더위때문에도 힘들지만 머리가 터질것 같은 두통은 더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너무나 슬퍼서 숨쉬기도 버거웠던때에 수면제 62알을 먹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인명은 재천이라고 그만 살아나 버렸고
그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안좋으면 위가 많이 아픕니다.
두통과 더불어 위의 통증까지 손잡고 나란히 찾아 왔습니다.

조선생님은 부지런히 재미있는 퀴즈를 내시지만
나는 멀건히 바라만 보다가 내려오곤 해야 했지요..
머리아플때 머리 쓰면 쥐약이거든요.

너무나 오랜 시간을 두통과 함께 지내다보니
나중에는 두통이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 랍니다.
아픔이 찾아오면 자동적으로 나자신을 돌아다 보게 됩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으니까 두통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내가 알아야할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학창시절 뛰어난 성적으로 늘 앞서서 달리던 나는 오만하고 교만하였습니다.
내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두통이 찾아온 것이 앞으로 치달리는 나에게 제동을 걸고자 하는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에게 겸손을 가르키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액셀만 밟는것이 틀렸다는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두통은 분명히 고통과 동시에 자각을 가져다 줍니다.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숨만 쉬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갈래 만갈래로 갈라져 있던 생각들은 삽시간에 달아나 버리고
오로지 아픔.. 이 한가지만이 똑바로 나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력을 다해 나도 이 아픔과 마주 바라봅니다.

두통이 지나가면
폭풍우가 몰아친 다음날 청명한 아침날씨처럼
머리속이 유난히 맑아집니다.

오늘도 내안의 어떤 낡은 에너지가
내 목덜미를 잡아채는지를 지켜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