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렌의 오토바이 뒤에 미덕이가 앉아서 폼을 잡았다)


아침 일찌기 쑤렌과 친구가 숙소로 찾아왔다.
쑤렌은 우리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다시 자신들의 집앞에서 내리더니
잠시후 각자 오토바이 한대씩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순다르 계곡이 멀지 않으니 오토바이로 가자고 한다.
미덕이는 쑤렌의 오토바이에 나는 우락부락한 친구의 오토바이에 각각 올라탔다.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는 씽씽 달렸고
계곡을 오토바이로 간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한 30여분정도를 달려서 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좁은 산길이라 오토바이는 주차시켜놓고 걸어가야 했다.
꼬불 꼬불 좁은 흙길이 계속 이어졌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부지런히 걸어갔다.
잠시후 흙으로 지은 자그마한 집이 나타났는데 이곳에서 쉬어가자고 했다.
안으로 들어간 쑤렌이 찌그러진 양은 그릇에 뜸물 같은것을 하나가득 퍼가지고 왔다.
마셔보라고 나에게 내밀기에 맛을 봤더니 동동주 맛이 났다.
아마도 네팔의 막걸리인 모양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관계로 사양을 하니 쑤렌과 친구는 두어대접 더 마시고
안주까지 맛있게 먹고는 일어났다.

좁은 산길 밑으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올라갈수록 계곡물은 깊어지고 넓어졌고 물은 아주 맑았다.
맑은 물속에 다리를 담그니 너무나도 시원했다.
유명한 계곡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꽤 있었다.
쑤렌과 우락부락 친구는 물장구 치느라 옷이 다 젖어버렸다.
계곡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천천히 내려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시내로 와서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왔다.
마땅히 먹을만한게 눈에 띄질 않아 뚝바를 시켰는데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넘어가질 않았다.
국수가 닝닝하고 느끼해서였다.
쑤렌과 친구는 위스키를 마셨다.
어느나라 이고 간에 젊은이들은 술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은 쑤렌과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숙소까지는 꽤 먼거리이지만 오토바이 타고 시내를 누비게 되었다.
해가 졌는지 맞은편 하늘엔 눈썹같은 초생달이 걸려있었다.
초생달을 바라보노라니 만감이 교차를 한다.
서울에서 바라보는 달이나 카투만두에서 바라보는 달이나 같은 초생달이겠지..
숙소앞에 다다르자 우리를 위해 가이드를 자청한 그들에게 청바지를 선물하기로 했다.
가까운 남성복 가게에 들러 그들에게 옷을 골라보라고 했다.
쑤렌은 쑥쓰러운지 미덕이에게 골라달라고 한다.
네팔은 청바지 같은 공산품이 워낙에 고가이다 보니 무척 귀하다고 한다.
그들은 청바지 살돈이 없었을 것이다.
사는김에 티셔츠와 청바지 한벌씩을 사서 쇼핑백에 들러 보내고
내일 아침 카투만투 공항으로 배웅을 나오기로 하고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오니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듯이 빠담과 빤트와 스레스트가 송별회를 하자고 한다.
오늘만이 카투만두에서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프론트 옆의 조그만 레스토랑 탁자에 앉자
빠담이 맥주와 위스키 그리고 이름모를 고급스런 안주들을 가져오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부담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사람들이 우리에게 바가지 씌우려고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술과 안주가 도착했고, 술을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미덕이가 열심히 건배를 외쳐댔다.
스레스트가 내옆에 앉아서 열심히 안주를 입에 넣어 주었다.
술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 빠담은 어찌나 커피를 권하는지..커피만 엄청 마셔댔다.

호텔에서 일하는 종업원들까지 모두 모였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 안에 있었다.
나만 술을 안먹었을뿐 모두 술에 취해 버렸다.
내일 아침 일찍이 떠나야 하기 때문에
나는 빠담에게 호텔비를 미리 계산하자고 말했다.
술에 취했어도 빠담은 호텔비를 정확히 계산했고, 세금정도만 할인을 해주었다.
다들 너무나 술에 취해서 더 이상 앉아 있으면 뭔일 날것 같아
얼른 미덕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너무 취한 미덕이는 그대로 곯아 떨어졌고 나도 옆에 누워 금방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택시를 불러 공항을 향해 떠났다.
아직 빠담도 빤트도 출근하지 않았는지 보이질 않아 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빤트가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라며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청사안으로 들어가 보딩을 하며 쑤렌을 기다렸다.
공항이 어찌나 작은지 무슨 버스터미날 대합실 같았다.
그런데 이 작은 공항이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바깥으로 나올수 없게 해놓았다.
입구에서 나올수 없게 제복입은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바깥에 쑤렌과 친구가 우리를 찾는지 열심히 창문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 인사를 하며, 바로 옆에 쇠창살로 되어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우리에게 얇고 하얀 천으로 된 스카프를 목에 걸어주었는데
네팔에서는 하얀 스카프가 나마스테처럼 신성을 경배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도 네팔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을 한장씩 그들 손에 쥐어 주었다.
서로 악수를 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돌아섰다.
우리를 향해 무척 아쉬운듯한 눈길을 보내는 쑤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제 방콕에서 하룻밤만 지내면 한국에 돌아가는 구나..싶으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