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고있는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쿠마리사원이 있다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물어 물어 30여분 걸어가니 사원이 보였다.
매표소앞에 내국인은 무료, 외국인은 100루삐라고 쓰여져 있다.
우리는 내국인인척하며 빤빤하게 들어가려 했더니
직원이 잽싸게 나와 우리를 가로막는데
그놈의 벙거지 모자가 화근이었다.
네팔사람이나 우리나 크게 차이는 없었는데
모자를 쓰니 당연히 여행객으로 보였을것이다.
나는 직원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가난한 학생이라고 사기까지 치며
입장료를 50루삐를 깍았다.(지금 생각하니 되게 부끄럽다. 내가 왜 그랬지?)

사원 중심에는 스와얌부나트라고 하여 탑모양인데 중앙에 눈이 그려져 있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부처 얼굴이라고 한다.
사진은 이 탑에 올라가서 찍은 것이다.
이곳에 잠시 앉아 있었는데 꽤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네팔에 오면 이 사원에는 반드시 들리는 모양이었다.
탑을 내려와서 걷다보면 탑주위에는 작은 종들이 수도 없이 매달려 있었고
그때 만난 네팔인에 의하면 그 종을 건들면서 소원을 비는 것이라고 하였다.

탑 주변을 둘러싸고 조그마한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군데 들어가서 보니 우리나라 절입구의 유원지처럼 수많은 장신구들을 팔고 있었다.
혹시나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역시나 비싸서 그냥 나와버렸다.
상점이 끝나는 곳에 문이 있어서 들어가보니
우리나라 보신각 종을 방불케할만한 종이 두개나 있었다.
사람들이 종을 따라 열심히 돌고 있기에
우리도 따라서 탑돌이 하듯이 종을 따라 돌았다.
쿠마리 사원은 10세 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국왕보다도 더 숭배 받는다는데
이곳에 기거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얼굴을 보질 못했다.
그 여자아이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일반 시민으로 강등되고
다시 어린 여자아이가 여신으로 발탁된다고 들었다.

쿠마리 사원을 나와서 조금만 더 걸으면 다른 사원에 갈수 있다고 한다.
그 사원이름이 너무 길어서 잊어버렸다.
도로를 따라 쭉 걷다보니 두갈래 길이 나왔다.
내생각엔 왼쪽으로 가야 맞을것 같은데, 확인하는게 고생을 덜 할것 같아
바로 앞에 오토바이를 타고있는 젊은 총각에게 이길이 사원가는 길이 맞냐고 물었다.
눈이 크고 쌍커플진 총각은 그렇다고 하면서
하지만 걸으려면 40분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그렇게나 많이 걸어야하나 싶어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그 총각이 오토바이 뒷좌석을 가르키며
오토바이로 간다면 10분밖에 안걸린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눈이큰 총각 오토바이 뒤에 둘이 매달려서 사원까지 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더니
사원앞에 도착하니 비가 곧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산도 없고 난감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총각이 비를 피하자며 우리를 찻집으로 안내 하였다.
찻집에서 커피를 시킨 총각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것 같더니
잠시후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덩치가 큰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젊은 총각이 들어왔다.

네명이서 마주앉아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하였다.
눈이 큰 총각은 쑤렌이라고 하였으며, 덩치큰 친구는 이름이 길어서 생각이 나질 않는다.
찻집 뒤편으로는 푸르른 들판이 쫘악 펼쳐져 있었고
들판 뒤로 야트막한 산들이 아담하게 앉아 있었다.
우리나라 뒷산처럼 눈에 익은 풍경이었다.
쑤렌이 우리에게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눈이 맑고 큰 쑤렌은 참 착해 보였다.

길가에 옥수수를 구워파는 포장마차가 보였다.
우리에게 군옥수수를 하나씩 사주는 쑤렌.
점심을 사겠다며 허름한 가게로 우리를 데려갔는데 모모를 한접시 시켰다.
배고팠던 우리는 모모 한접시를 게눈 감추듯 먹었고
다시 한접시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모모가 그렇게 맛있냐며 쑤렌이 웃었다.

이 동네가 쑤렌이 사는 동네인것 같았다.
식당을 하는 친구집인지 아는집인지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짜장면 비슷한 음식을 시켜서 한그릇씩 먹었다.
옥상에서 먹는 음식은 아주 특별했다.

쑤렌과 우락부락한 친구가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를 함께 기다려 주었다.
우리가 내겠다는데도 굳이 우리 버스비를 내주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에 숙소에 오겠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내일은 쑤렌의 보호아래 카투만두에서 유명한 순다르 계곡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쑤렌은 내가 본 수많은 지구인중 무척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이라는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