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슈파티나트 사원 앞에서.......)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카투만두에서 가까운곳에 위치한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가기로 했다.
프론트로 나오니 빠담과 빤트외에 또 한명의 젊은 총각이 앉아 있었다.
꼭 깍아놓은 밤처럼 잘생긴 외모였다.
빠담에게 사원 가는길을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주었다.
깍아놓은 밤처럼 생긴 남자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든다.
이름은 \"스레스트\"이고 25살 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북한사람이고 어머니는 중국사람인데 자기는 네팔에서 태어났으니
세개의 국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혼혈인인데 장동건 뺨치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가 북한사람이라니..괜히 반갑기까지 했다.

갑자기 스레스트가 나에게 결혼했냐고 물어본다.
노우, 아직 싱글이라고 하니까 왜 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때 얼떨결에 내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There in no handsome man like you!\"
그러자 빠담도 웃고 빤트도 웃고 호텔안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스레스트는 입이 귀에 걸쳐 있었다.
자기 칭찬해 줬으니 기분 좋은일 아닌가.

빠담이 알려준대로 버스를 타고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도착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려고 하니 스포츠 머리에 키가 큰 남자가 다가왔다.
가이드 필요없다고 하니까, 많이 안받을테니 그냥 함께 걸을수 있게 해달란다.
많이 안받는다니까 그냥 따라오게 내버려 두었다.
스포츠머리의 가이드가 엄청 많은 설명을 해주었는데
영어가 짧은 탓에 거의 알아 듣지 못하고 눈으로만 구경을 한셈이다.
기억나는것은 이 오래된 사원 내부에 강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열심히 시체를 태우고 있었다는것과
힌두교 사원답게 쉬바링감 이라고 하여 남성의 심볼을 돌로 만들어
군데 군데 모셔 놓은것 뿐이다.

아쉽게도 쉬바링감 사진을 한장도 못찍어 왔다.
가이드는 목소리가 저음이면서도 부드러웠고
이 직업을 오랫동안 해왔음직한 제스처를 많이 사용한다.
자신의 이메일도 알려주면서 친분을 유지하자고 하면서
가이드와 고객이 아닌 친구처럼 지내고 싶단다.
사원 내부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는데 푼자비 드레스를 입고왔던 미덕이는 더욱 더위를 못참아 했다.

사원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서 가이드에게 얼마를 주어야 하냐고 하니
\"as you like\" 라고 한다.
그래서 20루삐를 주고 바이바이 하고 나왔다.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망고를 사가지고 가기로 했다.
이제 여행이 어느정도 익숙해 지니까
우리가 가고싶은곳을 버스나 도보를 이용해서 가게 되었다.
처음 인도땅에 발을 디딜때만 해도 어리버리해서 택시만 이용했던 초보자의 티를 벗은셈이다.
카두만두에 와서는 거의 버스를 타고 다녔다.

시장을 둘러보니 우리가 인도에서 그렇게 맛나게 먹던 노란색의 망고는 찾을수가 없었다.
그냥 시퍼렇게 익지않은 망고만 하나 가득이다.
물어보니 노란색의 망고는 거의 찾기가 힘들단다.
시퍼런 망고는 단맛도 덜하고 감칠맛도 나질 않는다.
시장안을 뺑뺑 돌다가 할 수없이 시퍼런 망고라도 한봉지 사들고 들어왔다.
빤트가 우리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우리에게 저녁을 사고 싶단다.
저녁 산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저녁 먹으러 나가야 하는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와도 먹을건 먹어야 하니 빤트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다.
미덕이에게 반한 빤트가 우리를 데려간 식당은 엄청 크고 화려한 대형식당이었다.
홀 크기가 1층만 해도 500평이 넘어보이는데 2층까지 하면 굉장한 평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큰 식당을 찾기 힘들것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메뉴판을 주면서 먹고싶은것을 주문하라고 했다.
무엇이 맛있는지 모르니까 일단 \"모모\"를 먹겠다고 하니까
빤트가 모모와 맥주를 시켰다.

람바하고 버스대합실에서 먹던 모모보다 훨씬 맛있었다.
모모 말고도 여러가지를 사주었는데 인도보다 음식이 더 한국적 이었다.
빤트에게 한달 봉급을 물어보니 1,500루삐 라고 했다.
한화로 약 30,000원 정도이다.
그 적은 월급으로 낯선 외국여행객인 우리에게 비싼 음식을 사주는 것이었다.

인도의 돈이 네팔에서도 통용이 된다.
다만 인도화폐 1루삐는 네팔에서 1.6루삐로 계산이 된다.
따라서 인도여행 하면서 남은 돈은 환전이 필요없이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것이다.
네팔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것이 익숙한듯
상점에서든 택시안에서든 인도화폐를 지불하면
계산기 없이도 빠르게 거스름돈을 내어준다.

비가 오는 카투만두의 밤거리를 셋이서 함께 걸어오자니 기분이 그럴듯 했다.
빤트가 없다면 이 밤거리를 어찌 걸어본단 말인가.
시내의 중심가답게 여기저기 불빛이 반짝였지만
거리에는 인도처럼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비가 많이 온탓에 도로는 물바다였고 빤트의 바지가 다 젖어버렸다.
숙소앞에서 헤어지고 빤트는 자신의 자취방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