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바의 두아들과 함께 람바의 집에서 찍었다)


아침 일찍부터 람바가 찾아왔다.
오늘 오후에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인도 가정집을 방문해볼 기회인지라 흔쾌히 승낙을 하고 약속시간을 정했다.
그런데 람바가 대화 도중 \"이미~\" \"오미~\" 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흘려 들었는데
눈치빠른 미덕이가 그게 우리 이름인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아항~! 통성명 할때 한국식으로 인사했더니만 졸지에 이름이 바뀌어 버렸다.
람바는 끝까지 우리는 이미와 오미로 불러댔다.

오후 3시경에 람바를 만나 택시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몸 컨디션이 영 별로이다.
약속을 했으니 안갈수도 없는데 조금씩 머리가 아파 오려고 한다.
택시에 내려서 람바 먼저 들어가 있으라 하고
가까운 슈퍼에서 아기들 먹을 과자를 사가기로 했다.
과자를 사들고 들어가니 람바 부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입술이 두툼하고 후덕하게 생겼는데 인상이 좋아보였다.

부엌 바닥과 거실등은 아무것도 깔지를 않은 시멘트 바닥이었다.
벽지도 바르지 않고 시멘트 그대로 살고 있었다.
람바는 인도인 중에도 중산층에 속하는것 같았다.
TV가 우리나라 대우 제품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람바는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허리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는데
인도인들은 가족끼리도 춤추는것이 일상생활화가 된것 같았다.
큰아들도 아빠를 따라 함께 춤을 추는데 무척 행복해 보였다.

부인이 저녁으로 로띠를 만들었다며 부엌으로 갔다.
대여섯살 먹은 큰아들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가 심부름을 한다.
부지런히 로띠를 나르고, 음료수도 나르며 손님 접대를 한다.
두통은 점점 더 심해오고, 정성스런 음식을 아니 먹을수가 없어 억지로 몇 개 집어먹었다.

잠시후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두통이 심해지니 곧이어 일어나는 구토 때문이었다.
람바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 안은 넓었으나 타일 바닥엔 역시 슬리퍼가 없었고
그냥 맨발로 수세식 변기위에 쭈그리고 앉아 그동안 먹은것을 모두 토해 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지러워서 그런지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남의 집에 초대 받아 놀러 와서는 이게 무슨 추태람…
람바에게도 미안하고, 미덕이에게도 미안했다.
람바 부인에게도 미안스러워서 화장실을 깨끗이 물로 청소하고 나왔다.

내가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있을수가 없다고 말하니까
람바가 바래다 주겠다고 옷을 갈아입었다.
람바부인이 선물이라며 실로 짠듯한 주황색깔의 가방을 미덕이에게 주었다.
다시 택시를 탔는데, 람바가 병원에 가야 할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병원가봐야 소용없는지라 싫다고 하는데도,
람바는 택시를 카투만두 시내의 조그만 병원앞에서 세웠다.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어쩔수없이 람바에게 이끌려 병원안에 들어섰다.

병원안은 한마디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 낡은 철재테이블이 하나 덩그라니 있었고,
청진기를 꽂은 뚱뚱한 여의사 한명이 있을뿐이었다.
침대에 누운 나에게 의사가 증상을 물어왔다.
그냥 두통과 구토 증세를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말하기도 힘든 상황에 자꾸 이것 저것 물어본다.
청진기로 이리 저리 대본 의사는 약을 조제해 주었는데
약값과 병원비하고 400루삐만 날렸다.

병원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는데 두어발자국 걷다가 토하고, 또 걷다가 토한다.
제대로 걸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내모습을 본 미덕이는 그당시 내가 곧 죽을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간신히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나는 거의 정신을 잃고 있었다.
미덕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저녁도 거른채 그대로 다음날 아침까지 정신없이 잠만 잤다.
아침에 눈을뜨니 조금 살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