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인 빠담이 우리들과 수다떨다 사진찍자고 하니 애교를 떨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어째 포즈가 좀 야하다)

글을 쓸때는 쓰고 싶은 마음이 들때만 쓰게 되는데,
오늘은 컴앞에 앉으니, 3년전의 비디오가 사르륵 감기면서
글이 술술 잘 써진다.
안써지는 날은 글을 쓴다고 앉아봐야 서너줄 쓰다가 그냥 내려오기 일쑤이다.
이렇게 글발 오를때 써놓자 하여 엑셀에 저장해 놓았는데
그냥 올리기로 했다.



네팔은 중국에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여러모로 동양쪽의 냄새가 많이 난다.
음식도 그러하거니와, 사람모습도 중국사람들과 흡사하다.
아니 우리들이 외국인인지 아닌지 분간이 잘 안갈 정도이다.

땅거미가 진 어두운 산길을 달리던 버스는
폭우로 인해 낙석이 많이 떨어지고 도로가 유실되어서 그런지
자주 정차를 했다.
정차된 차안에서 바라본 네팔의 산새가 매우 수려했다.
깊은 계곡에서 피어난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안으며 돌고 있었고
산새는 우리나라처럼 부드럽고 야트막한 봉우리들이 둘러 싸여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휴게소에서 정차하고 간다고 한다.
만두를 많이 먹은 우리는 먹고픈 생각이 없는데두 람바가 자꾸 권한다.
괜찮다고 했는데 람바는 이미 우리것까지 주문을 했는지
커다란 사발에 라면이 세그릇 나왔다.
우리나라 신라면처럼 얼큰하지는 않지만 라면맛은 틀림 없었다.
성의를 생각해서 억지로 라면을 먹는데
옆좌석의 다른 인도인들이 손으로 맛있게 커리를 밥에 비벼 먹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다시보아도 밥비비는 손놀림이 예술이었다.

정차한 차는 우리나라처럼 10분정도 쉬는게 아니라
아예 한숨 자고 가려는지 갈생각도 않는다.
조금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인도보다 훨씬 시원했다.
두어시간을 휴식한 버스는 다시 출발을 했고
끝도 없는 산길로만 가는것 같았다.

이번에 정차한 휴게소는 조그마한 읍내정도의 마을이었다.
미덕이와 나는 화장실이 급했고 람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람바가 이리저리 알아보러 나갔으나 불행히도 화장실이 없다고 했다.
인도에는 기차역 빼고는 공중화장실이 있는걸 보질 못했다.
계속 화장실 때문에 난감해 하자
람바는 우리보고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였다.
이리저리 한참을 기웃기웃 하던 람바는
한적하고 으슥한 어느집 뒷담 같은곳인데
자신이 망을 볼테니 얼른 볼일을 보란다.
볼일이 너무나 급했던 우리는 체면불구하고 낯선 외국남자가
망을 보는동안 노상방뇨를 했다.

버스에 올라탄 우리에게 람바가 무얼 마시겠냐고 한다.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은 우리가 괜찮다고 해도 결국 음료수와 과자를 사들고 들어온다.
친절이 지나친것도 불편하다.
이렇게 휴게소에 두번정도 정차하고
또 중간에 산길에서 한번 정차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버스는 카투만두에 도착을 했다.
람바가 예약된 숙소가 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니, 자신이 잘아는 호텔을 소개해 준단다.
새벽녘에 호텔 찾아 헤매는 것도 피곤한 일일텐데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넷이서 택시를 타고 람바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옆의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시설이 깨끗하고 괜찮아 보였다.
우리는 방열쇠를 받아들고 객실로 들어서고
람바가 배낭까지 들어다 주었다.
아침먹고 가라고 하니까, 나중에 다시 들린다면서 람바는 돌아갔다.
밤새 버스에 시달리고 지친 몸부터 샤워하고 아침을 먹으러 호텔을 나섰다.

호텔 바로 뒤편에 우리나라 실내 포장마차를 연상시키는듯한 허름한 식당이 보였다.
외관은 허름해 보이지만 음식맛은 끝내주게 맛있는 이집이
일주일간 머물면서 하루도 빼지 않고 들리게 된 곳이 되었다.
17,8세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소년이 메뉴판을 들고 우리에게 왔다.
영어를 못하는 이 눈이 맑은 소년은
나중에 자주와서 우리가 눈에 익자, 눈으로 인사를 하고 반색을 하며 반겨 주었다.

버터를 바른 난이라 하여 \'버타난\'이라고 하는데
이집의 명물이었다.
암튼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정도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뿐만 아니라 탈리정식도 맛있고, 커리에 달도 맛있고 칠리소스맛도 일품이었다.
카투만두에서는 이집에서 음식먹는 맛때문에
여행의 묘미가 더했다.

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니 키가 작고 통통한 지배인이 인사를 한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으니 심심도 할것이다.
이름이 빠담이라는 지배인은 영어를 잘하고 발음도 정확했다.
빠담 옆에는 호텔에서 일하는 종업원인듯한 키가 껑다리처럼 큰 더벅머리 총각이 서있었다.
그 총각은 23세이고 \'빤트\'라고 하는데
미덕이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다.
빠담과 빤트와 미덕이와 나는 프론트 앞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카투만두에서는 마마보이와 따로 행동하기로 하였다.따라서 마마보이는 숙소에 있었을것이다)

빠담이 코리안들은 개를 먹는다는데 사실이냐며 묻는다.
그러면서 개가 정력에 좋다는게 맞냐는등
처음보는 외국여성에게 야한 얘기들을 마구 마구 건넨다.
농담이니까 그냥 받아주기로 하고 함께 신나게 떠들었다.
빤트가 미덕이의 나이를 묻는다.
30이 훨씬 넘었다고 하니까 믿지를 않는다.
18살로 보이고 나는 22살 정도로 보인단다.
갑자기 18세와 22세로 둔갑한 우리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다가 네팔와서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다며 웃어댔다.
외국남자들하고 수다떠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빠담은 40정도된 유부남 이었고 유머가 풍부했다.
대화하는 동안 공짜로 커피를 주는등 우리에게 호감을 보였다.
이 호텔에 있는동안 거의 매일 공짜 커피를 마신것 같았다.
한국에서 커피를 안마시던 나는
인도와 네팔을 다니면서 많이도 마시고 다녔다.
외국 나오면 음식가리기나 음양식사를 도저히 지킬수가 없다.
그냥 기회 닿는대로 주어지는대로 먹고 마셔야 한다.
이렇게라도 먹고 마실수 있는것이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