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자려니 깊은 잠을 못자고
혹시나 내릴곳을 지나칠까봐 자주 선잠을 깨었다.
기차가 정차한것 같아 앞자리의 인도인에게 어디냐고 물으니까
아직 고락뿌르에는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오고 사위가 조금씩 밝아지면서
기차는 고락뿌르에 도착을 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내리니
수많은 인도인들도 고락뿌르에 볼일이 많은지 모두 쏟아져 내린다.
플랫홈을 나서려고하니 람바가 굿모닝 하고 인사를 한다.
아마도 우리가 있던 바로 옆칸에 탔던 모양이다.
밤새 이야기 했던 인연으로 대합실까지 걸어왔는데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갑자기 장대같은 소낙비로 바뀌었다.
모든 사람들이 굵은 장대비에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고
대합실안에서 쏟아지는 비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일부 급한 볼일이 있는 사람만 빼고는
모두 대합실안에 서있었다.
소나울리까지 가는 버스는 바로옆에 있기는 있는데
출발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한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있는데
람바가 갑자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빗속을 뛰어나갔다.
잠시후 돌아온 람바는 합승택시를 타고가면 버스보다 싸게 갈수 있다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우리야 그렇게만 할수 있으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총알택시 비슷한 택시 같았다.

람바가 수소문해서 갤로퍼 비슷한 택시를 구했고
람바와 우리 세명 말고도 뒷좌석 짐칸에도 다른 인도인들이 빽빽히 들어선 가운데
택시는 빗속을 뚫고 소나울리로 출발했다.
아…인도도 오늘을 기점으로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비오는 창밖으로 스쳐가는 나무들도 새롭게 보인다.
빗물을 머금은 넓은 나뭇잎들이 더 푸르르게만 보이고
무더운 더위를 장대같은 빗줄기가 씻겨주니
에어컨 바람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시원했다.

차는 조그만 가게가 있는 간이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를 했다.
더위를 식힌 우리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고
람바가 삼각형 모양으로 된 기름으로 튀긴 음식을 우리에게 권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향료를 섞어 삶은 감자를 밀가루로 씌워 튀긴것인데 \'사모사\'라고 하는
인도의 흔한 음식이었다.
람바는 그외에도 짜이도 사서 주고,
먹고픈게 없냐면서 친절을 베푼다.
잘생긴 외국 남자가 사주는 음식은 더 맛있는것 같다.

빗발이 약해졌을때 다시 찦차는 출발을 했고
3시간여 정도를 달려서 네팔 국경인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람바가 1인당 50루삐라고 하여 150루삐를 주었는데
버스요금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요금이었다.

네팔 비자는 뉴델리에 있을때 쑤닐이 미리 받아 두라고 하여
대사관에 가서 받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나기가 그치질 않아 조그만 상점앞에서 서서 기다렸으나
점점 더 세차게 내렸다.
할 수 없이 빗속을 뚫고 국경을 넘기로 하고 걸어갔다.
오른쪽에 네팔 입국심사대 건물이 보였고
우리는 여권을 준비해서 서류에 인적사항을 적었다.
비가 오니 종이도 젖고 볼펜이 물에 젖어 써지지도 않았다.


입국절차를 끝내고 조금 기다리니 금방 통과하라는 신호가 왔다.
람바는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님 네팔 국적이 있는지
여권이 없는데도 그냥 무사통과다.
조금 걷다보니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점심을 먹기로하고 람바가 추천하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네팔식당에서는 라면볶음 같은 요리도 많이 있었는데
람바가 추천하여 라면볶음을 맛있게 먹었다.
뿐만 아니라 로띠와 짜파티도 먹을만 했고
람바가 주인에게 잘 얘기하여 음식값도 퍽 저렴하게 해주었다.
람바가 음식을 먹고나서 조금만 하얀 알약을 먹기에 무슨약이냐고 하니
몸살끼가 있어서 미리 먹는다고 한다.
약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약을 좋아하는 람바가 나중에 카투만두에 가서
두통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는 바람에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른다.


카투만두까지 간다고 하니 람바가 함께 동행을 해준다고 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두어시간 여유가 있는것 같았다.
그동안 버스대합실 근방의 음식점에 들어가 차한잔씩 마시기로 했다.
커피를 마셨는데, 타국에서 마시는 커피는 왜이리 맛있는지
한잔씩 마셨는데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것 같았다.
옆좌석의 인도인이 만두를 먹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미덕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야…만두다!\"

갑자기 만두가 먹고픈 우리는 만두 한접시를 시켜서 함께 나눠 먹었다.
안에 든 고기는 양고기라고 했다.
그래도 다른 음식에 비해 한국사람 입맛에는 잘 맞는편 이었다.

네팔에는 모모(만두), 뚝바(국수), 띤뚝(수제비)등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들이 꽤 있는편이다.
만두먹고 나니 또 커피 생각이 나서 커피 한잔씩 마시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버스를 탔다.
내일 새벽이나 되어야 도착할 것이다.
내옆에 람바가 앉고, 미덕이와 마마보이가 바로 뒤에 앉았다.
잘생긴 이국의 젊은 남자 옆자리에 앉아서 여행을 하다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버스는 빗속을 뚫고 드디어 카투만두를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