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더 바라나시에서 보내고 내일은 밤기차로 고락뿌르까지 가야한다.
고락뿌르에서 네팔로 넘어가야 하기때문이다.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듯이 바싹 마른 사이클릭샤꾼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오토릭샤에 비해 사이클릭샤는 가격이 싼편이다.
그들중 나이가 많아보이는 사람을 선택해서 가까운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그때, 번개처럼 나타난 숙소전용 오토릭샤 아저씨.
우리가 이곳에 있을동안은 자신의 릭샤를 이용해야 한단다.
정말 할말이 없었다.
사이클릭샤꾼들은 모두 빈곤층이고, 이 더운날 한푼이라도 벌어보려고
힘겹게 나왔는데, 우리가 오늘만은 사이클릭샤를 탄다고해도 막무가내였다.
우리가 타려고 했던 나이많고 마른 사이클릭샤 주인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릭샤아저씨가 우리의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데려다 준곳은
드넓은 정원에 테이블을 갖다놓은 멋진 전망이 있는곳이었다.
우리나라의 근교의 가든을 연상케했다.
이곳에서 후식으로 마신 커피맛도 일품이었다.

릭샤를 타고 엊그제 갔던 갓트에 다시 도착했다.
강가에는 여행객들이 탈수있는 나룻배가 있었다.
물어보니 배가 불룩나온 배주인은 1인당 900루삐씩을 요구했다.
깎아서 1인당 700루삐씩으로 합의를 보고 뱃놀이를 하기로했다.
나중에 가이드북을 보니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인것이 속상했지만
뱃놀이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나룻배에 올라타니 10살쯤 되보이는 소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함께 탄다.
강물은 비가 많이와서 흙탕물 이었고, 수위가 높아서 먼곳으로는 가지못하고
가트와 가트사이만 왔다 갔다 하는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소녀가 종이로 만든것 같은 접시같은것에 초를 얹고
초사이에 꽃잎을 몇 개 뿌린것을 하나씩 준다.
그러면서 강물위에 띄우라는 시늉을 한다.
아마도 여행객들에게 이런식으로 꽃잎접시를 파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소원을 빌면서 강물위에 띄우면 이루어진다나?
그렇게해서 소녀는 우리에게 100루삐를 요구했다.

나룻배는 다른 갓트에 잠깐 쉬었다 간다고 했다.
그곳에도 여기저기 화장을 하느라 시체타는 연기가 하늘을 찌른다.
시체옆에 서서 바라보고 있자니, 해골안의 물이 뽀글뽀글 대는 소리가 들린다.
향료를 진하게 뿌려서인지 의외로 냄새는 고약하지 않았다.
시체타고 남은 재들이 그대로 강물에 던져졌고
다시 나룻배를 타기위해 종아리까지는 강물이 닿을수 밖에 없었다.
방금전에 던져진 시체의 잿물이 그대로 다리에 묻어나는 기분이었다.
미덕이는 강물이 다리에 닿는것이 무척 끔찍하게 여겨지나 보다.
다리에 강물이 안묻혀지도록 애를 무척이나 쓰고 있었다.

한시간여동안을 유람을 하고 다시 갓트로 돌아왔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려고 후드득 거린다.
아까 꽃접시를 팔았던 소녀가 아는척을 하며
자신의 천막안으로 비를 피할수 있도록 우리를 그쪽으로 안내를 한다.
그때 이가 가지런하고 하얀 젊은 인도인이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는 동양에서온 외국여성에게 무척 관심이 많았는지
저녁때 시간있으면 영화를 함께 보자고한다.
바라나시가 타지역보다 위험한 곳이다보니
우리는 웃으면서 거절을 한다.

그랬더니 그 젊은 인도남자는 힌두사원을 함께 들어가보자고 한다.
사원입구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기도도하고 담소도 나누고 있다.
그런데 이 사원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단다.
신발 잃어버릴까봐 안들어간다고 하니까
절대 잃어버릴 염려 없다고 자꾸 권유를 한다.
할수 없이 신발을 벗어서 한구석에 잘 놔누고 사원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종도 있었고, 이상한 그림들도 여기 저기 붙어있다.
머리가 엄청 긴 사람을 가리키며 그가 \'power man\' 이라고 알려주었다.

긴 복도처럼 생긴 방을 따라가니
그안에 분수대처럼 생긴곳에 바위같은 돌이 있었고
무척 나이가 많아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이 쭈구리고 앉아있었다.
그 바위같은 곳에서 우유빛깔 나는 액체가 고랑을 따라 졸졸 흐르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합장을 하고, 그 액체를 조금이라도 마셔야 한단다.
내눈엔 무척 비위생적으로만 보였다.
모두들 조금씩이라도 마시는 시늉을 하길래, 혀끝을 대보니
밍밍한것이 아무맛도 나질 않았다.

사원을 나와서도 그는 우리곁에서 끊임없이 많은것을 이야기하며
이것저것 궁금해했다.
해가 지기전에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웃으면서 악수를 청한다.

내일이면 밤기차를 타고 인도를 여행하는 마지막날이 될것이다.
그럼에도 서운하거나 아쉬운점이 없는것이
너무나도 더운 이나라에 지쳤고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픈 심정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네팔은 여기보다 조금 나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