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가의 작은 갓트에 앉아서...나를 따랐던 개 한마리와)


바라나시에 왔으니 성지순례의 1순위로 꼽히는 갠지스강부터 찾아볼 일이었다.
호텔측에서 전속 오토릭샤꾼을 소개해 주었다.
이 호텔에서 갠지스강가의 \'갓트\'까지는 왕복 한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릭샤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호텔에서 소개해준 릭샤군은 40대정도의 코밑에 수염이 있는 마른 인도인이였고
그는 많은 외국 관광객을 접해본듯 했다.
그러나 영어는 기본적인 단어외에는 할줄 모르는것 같았다.

릭샤를 타고 일단 갓트 근방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잊어버린 이 식당이 우리가 3일동안 줄기차게 애용한 집이 되버렸다.
이곳에서 \'난\'과 아이스크림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릭샤꾼이 우리를 데리고 간 갓트는 힌두교사원이 인접해 있는 작은곳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릭샤꾼이 관광객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를 해준것이었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다사스와메드 갓트\'같이 큰곳으로 가려했는데
그당시 왜 내주장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있던 갓트 바로 옆의 갓트는 무척 큰곳이었는지 사람들이 와글와글했다.
우기여서 그런지 갠스강물은 흙탕물이었고 내눈에 깨끗해 보이질 않는다.
듣던대로 항아리를 인 나이든 남자가 \'성수\'를 조심스레 퍼가고 있었고
정말 바로 옆에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임에도 우리는 물속에 들어갈 엄두도 나질 않았다.
물도 더럽기도 했지만 바로 옆에서 화려한 비단천에 둘둘말린 시체를
화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갠지스강가에서 화장을 하는것도 돈이 많아야 한다고 한다.
장작값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작을 차곡차곡 쌓더니 그위에 둘둘말린 시체를 올려놓는다.
우리는 가까이서 그 광경을 보기로 하고 다가갔다.
그때 젊은 인도남자가 다가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이렇게 화장을 하고 갠지스강에 띄어 보냄으로써
영혼이 좋은곳으로 갔다는 믿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체는 사진 촬영을 하면 가족들에게 항의를 받게되니 주의하라고 하였다.

시신을 화장하기 시작한다.
겉에 싸인 천은 삽시간에 타버렸고
몸형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살타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했다.
불길이 어찌나 거센지, 손하나가 툭 떨어져 나가고
조금있다가 발도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이렇게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머리도 다 타고 순식간에 재만 남는다.

가족인듯한 젊은 인도인들이 재를 정리해서, 강가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들은 전혀 슬퍼하지도 않았고
형제인듯한 남자들끼리 물속에서 웃으면서 장난까지 쳤다.
육신의 죽음이 영원한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듯 했다.

나는 시체타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이런 장면을 본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충격이지도 않고, 싫거나 거부반응도 없고
그저 늘상 접해왔던 장면을 목격했다고나 할까.
장작개비와 함께 툭, 툭 떨어져 나가는 팔다리를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갓트에 앉아 있으려니 근방 마을 어린아이들이 개까지 대동하고서 우리 주변을
기웃거렸다.
아이들에게 볼펜 한자루씩 주었는데, 한아이가 데려온 개가 나를 무척 따랐다.
수염이 허옇게 자란 할아버지 한분이 계단 끝에 앉아서
새들에게 빵부스러기를 주고 있었다.
새들은 아주 익숙하게 할아버지 손에도 앉고, 머리에도 앉으면서
모이를 받아 먹었다.
이 갓트에는 원숭이들이 아주 많았다.
원숭이 십여마리가 갓트 위의 게스트하우스 난간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사람과 원숭이와 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무렇지도 않게 놀고있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미로같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니
또다른 시체가 화려한 천에 둘러싸여 강가로 가고 있었다.
빨간 바탕에 하얀 꽃무늬의 천이 눈에 강렬하게 박혀왔다.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것을..
죽으면 한줌 재만이 남는것을..

하루종일 시체만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허무해지려고 한다.
시내로 들어가니 빵집이 보였다.
기분전환을 위해 맛있게 구워진 과자와 빵을 사들고 돌아왔다.

우리가 묵은 M호텔은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있다.
공기도 맑았고(인도 시내 대부분이 매연에 찌들었다) 주변 풍경도 괜찮은 편이다.
불편하다면 주변에 가게와 음식점이 없다는 점이다.
저녁은 걸어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손님이 어찌나 없는지
갈때마다 오직 우리밖에 없었다.
그런대로 음식은 먹을만했다.
돌아오는길에 산책삼아 주변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자전거 타고 가던 인도인이 손들 흔들며 헬로우를 외친다.
낯선 외국인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인도인들.
어린이이던 어른이던 남자던 여자던 그저 외국인만 보면 반갑게 맞아준다.

그런데 우리들이 지나가면 대부분은 \'사요나라\' 하기 일쑤이다.
처음에는 코리안이라고 얘기를 해주었는데
나중에는 같이 손흔들며 \'사요나라\' \'곤니찌와\' 하고 같이 손을 흔들었다.
아니라고 얘기하는것도 귀찮을 정도였다.
또 우리를 일본인으로 알면 어떻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