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일반식사와 \'차\'를 함께 판다.
외양은 허름해보여도 음식은 깔끔하고 맛있는 경우가 많았다.
뉴델리에서 우리는 심심파적으로 커피를 파시러 레스토랑에 자주 갔었다.
인도에서는 프림을 넣지않은 커피+설탕이 주로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커피잔이 금이 갔거나, 약간 이빨이 나갔거나
아무튼 하자없는 커피잔은 본적이 별로 없었다.
커피잔이 이상 없으면 손잡이 부분에 때가 군데군데 껴있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마셨지만
비위 약한 사람들은 인도에서 음식먹기가 거북할 것이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옆자리의 인도인들의 식사 광경을 많이 볼수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손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손으로 커리를 조금 떠서 밥에다 비비는걸 보노라면
그 정교하고 날샌 손놀림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마 수저로는 도저히 그렇게 비벼서 먹지를 못할 것이다.
우리도 손으로 먹어볼까 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질않아
그냥 그들의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는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음식점에 앉으면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온다.
메뉴판엔 온통 영어로 주르륵 적혀있다.
이름만 가지고 도대체 이 음식이 어떤건지 알수가 없으니
식당에 들어오면 한 30분은 뭘 먹어야 하나로 고민을 하기가 일쑤였다.
어쩌다가 모르는 음식 시켜보면 너무 입에 안맞아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니 매일 먹던 짜파티나 난이나 탈리같이 익숙한 것만 주문하게 된다.
그러다가 옆좌석의 인도인들이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게 눈에 띈다.
그들에게 그게 어떤 음식이냐고 물어서
웨이터에게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와! 기가 막힌 맛이었다.
그렇게 해서 \'칠리소스\'라는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기도 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옆좌석의 음식들을 컨닝을 해서 주문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음식을 보면 어떤 맛일것 같다는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음식점뿐만이 아니라 화장실문화 또한 재미있다.
인도의 화장실은 반수세식인 경우가 많았는데
타일이 깔린 화장실에 슬리퍼가 없어서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한구석에 작은 양동이가 한 개 놓여 있을뿐 휴지란 찾을수 없다.
물로 처리하는게 훨씬 위생적 이라고는 했지만
익숙하지 이방인들은 아마도 화장지를 준비해야 할듯하다.
나는 변비에 치질까지 걸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휴지없는 화장실 문화가 전혀 이질적이라고 느껴지질 않았다.

드뎌 기다리던 기차가 도착 하나보다.
배낭을 짊어지려고 일어서려니까
어디선가 너무 말라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나이먹은 인도인이 잽싸게 배낭을 나꿔챈다.
자신이 기차역 까지 짊어주고 가겠다고 했다.
싫다고,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우리의 좌석에 배낭을 턱 내려놓은 갈비뼈 보이는 마른 인도인은
우리에게 50루삐를 받아갔다.
앉아서 도둑맞은 기분이다.

기차가 출발했고, 우리는 일등석의 편안한 좌석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때 남자차장이 호일에 뭔가를 싸가지고 일일이 한사람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호일이 배당되었다.
열어보니 짜파티를 돌돌 말아서 김밥처럼 호일에 싼것과
일회용 그릇에 \'달\'이라는 스프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이게 웬떡이냐? 역시 일등석이라서 뭔가 달라도 다르다며
우리는 맛나게 쨔파티에 달을 찍어서 먹었다.
공짜라서 그런지 무쟈게 맛있다며 신나게 떠들어가며 먹었다.
그런데 잠시후 차장이 식사값이라며 돈은 받으러 왔다.
에구, 으쩐지..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냐.

기차는 새벽 4시경에 바라나시역에 도착을 했다.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 있었고, 사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나중에 알게 된일이지만, 이곳은 바라나시 기차역이 아니라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바라나시정션역으로 시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기차역을 빠져 나오니 릭샤꾼들이 들러붙었다.
그런데 시간이 새벽이어서 그런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댔다.
가격이 비싸다며 그냥 지나치자 그들도 잡지 않는다.
아마도 새벽 4시에 너네들이 어디로 가겠느냐 싶어서 배짱을 드러내는 속셈이 분명하였다.

이사람 저사람 흥정을 해봐도 너무 바가지 요금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사방은 칠흙같은 어둠뿐이고, 낯설은 이곳에 시커먼 릭샤꾼들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큰도로로 나왔으나, 새벽이니 사람도 없고 불빛도 보이질 않는다.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해하고 있는데
시커먼 릭샤꾼 한사람이 다가온다.
우리가 가고자하는 M호텔은 릭샤로 한시간 거리라서 비쌀수 밖에 없다고 했다.
100루삐에 합의를 보고 M호텔로 출발하였다.
릭샤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비가 오락 가락 하였다.
릭샤꾼 말대로 정말 한참을 달렸고
중간쯤 갔을까 싶은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옷이 다 젖을정도로 줄기차게 내린다.

새벽 5시쯤 되니 M호텔앞에 도착을 했고
빗속을 뚫고 호텔안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프론트에 들어가 이름을 대고 예약되어 있다고 말했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손님은 우리밖에는 없는것 같았다.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고 방에 들어갔다.
고급 호텔답게 카펫이 깔린 방안은 아주 넓었고
TV, 에어컨에 커튼도 화려하고, 화장실도 깨끗했다.
비에 젖은 몸을 씻고 빨래를 해서 널고 나니 날이 훤하게 밝아왔다.
기차안에서 설친 잠부터 자기로 하고 우리는 침대에 누웠다.
차창가에서 들리는 굵은 빗발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