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닐의 택시기사! 이름을 알려주었는데 잊어버렸다)


이제 뉴델리에서 보낼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바라나시 까지 가는 기차표를 쑤닐이 예매해 왔다.
그런데 쑤닐이 중간에 타즈마할이 있는 \'아그라\'에 꼭 들려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내가 몸이 안좋아서 그냥 바라나시로 곧장 간다고 하니까
가는 길목이니까 아그라에 들려도 크게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고집이 어찌나 황소 고집인지
여행 당사자인 우리가 싫다는데도, 아그라는 들려야지 무슨소리냐며 오히려 큰소리였다.

그러면서 아그라까지 택시타고 주변관광을 하고
바라나시 기차역까지 바래다 준단다.
그냥 내생각을 끝까지 주장했어야 했는데
그만 황소고집에 넘어가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는 비싼 택시관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라나시의 잘아는 호텔을 하루에 900루삐로 3일간 머물수 있도록 예약을 해주었다.
사실 비싼 호텔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깨끗하고 좋긴 하지만
진정한 배낭여행의 묘미는 어느나라에나 있는 게스트 하우스나
유스호스텔을 이용해야 함을 잘알고 있었다.
값도 저렴하거니와 함께 여행온 배낭족들과 함께 사귈수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호텔비가 비싸다고 해도, 쑤닐은 그래도 괜찮은 숙소에서 자야한다면서
한사코 우긴다.
누가 여행을 하는건지…
결국 숙박비와 아그라에서 바라나시까지의 기차표값,
그리고 뉴델리에서 아그라까지의 택시비조로
우리에게 15,000루삐를 받아 챙겼다.
호텔 종업원들 인건비가 한달 5,000루삐 인것을 생각하면
바가지 옴팍 씌인 것이다.
이일을 다시 상기하려니 마구 화가 나려고 한다.
내가 잠시 뭐가 씌였지… 사기꾼같은 넘.

새벽 6시가 되니 쑤닐이 하얀색 소형자가용에 운전기사까지 대동하여 나타났다.
우리는 5시에 일어나 미리 짐을 꾸리고 갈준비를 모두 마치고 있었다.
짐가방까지 들어다 주며, 쑤닐은 친절을 베푼다.
운전기사는 코밑에 까만 수염을 기른 31살의 노총각이었다.
차에 올라 작별인사를 하고, 아그라를 향해 출발했다.

차안에서 노총각 기사와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노총각은 쑤닐을 보스라고 얘기했으며
자신은 월급받는 직원이라고 한다.
아그라까지는 3시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식사를 하기로 하고
시내의 한음식점에서 차를 세웠다.
그다지 커 보이지도 않고 잘 꾸며놓지도 않은 평범한 식당이었다.
우리는 탈리정식을 주문했는데,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양도 많고, 그 어디에서 먹었던 탈리보다 뛰어난 맛이었다.
미덕이와 나는 지금도 이 식당의 탈리정식맛을 잊지못하고
인도여행을 추억삼아 이야기할때말다 떠올릴 정도다.

아그라는 보석의 도시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즈마할이 있는관계로
여행객들 누구나 아그라에 들리기 때문인것 같았다.
따라서 보석을 팔려는 보석상인들의 끄나풀들이 도처에 깔려있으며
숙소나 릭샤군들은 대부분 돈받고 여행객들을 가게에 데려가기 마련이었다.

이름모를 화려한 보석들과, 팔찌, 발찌, 코걸이, 귀걸이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외국인이어서 그런가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한 보석가게에서 맘에드는 목걸이가 있었는데
가격 합의를 보지못하여 그냥 나오고 말았다.
노총각 운전기사도 그런 호객꾼인지 아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보석가게와 도자기가게등 대여섯군데쯤 우리를 데리고 다녔다.
우리가 결코 구매를 하지 않자
친구가 하는 찻집이라면서 우리를 찻집으로 데리고갔다.

그다음엔 세계적인 무덤 타즈마할로 향했다.
타즈마할은 \'샤자한\'이 먼저 죽은 부인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여 만든 무덤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노총각기사는 나올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매표소 앞에선 우리는 입이 딱 벌어졌다.
입장료가 자그마치 1인당 한화로 50,000원 이었다.
인도정부는 외국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국정을 운영하나 싶을 정도다.
무덤하나 보기를 이렇게 비싸게 받아먹다니.
분명 가이드북에는 15루삐라고 되어있었는데
불과 몇년사이에 이렇게 올라 버린것이다.

표를 사고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할지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무덤안에는 들어갔다 와야 될것 같았다.
가이드북에는 공짜로 타즈마할에 들어가는 법이 나와있었다.
다른 여행객들이 타즈마할 구경을 끝내고 나오면
그 여행객에게 부탁해서 다시 표를 받고 들어가면 된다고 써있기는 했다.
아마 입장할때에 표를 보여주기만 하는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나라 여행객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러다가 국제 망신 당하는거나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비가 오락 가락 하더니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타즈마할 주변 담장을 빙빙 돌다가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노총각 기사가 아그라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저녁 7시이니 시간은 넉넉했다.
5시도 안되어 아그라 기차역에 도착했고 노총각 기사는 자기 할일을 다했다는듯
이제 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오케이, 땡큐를 하고 노총각을 보내버렸다.

무거운 배낭을 바닥에 뉘여놓고
생수와 바나나를 사왔다.
기차가 올때까지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제시간에나 오면 다행일것이다.
아그라 기차역 벤치에 앉아있으려니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졸음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