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자니 비로소,
인도여행을 한다는 실감이 난다.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나무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고
깨끗하지는 않지만 오아시도 보였다.
나무옆을 지날때는 꼬마가 주의를 준다
no good tree! 라면서
바지가 찢겨지는 시늉을 한다.
아닌게 아니라 나무들이 모두 가시가 크게 돋혀 있다.
바지뿐이 아니라 종아리에 상채기 날 위험이 커보인다.

두시간 정도 걸었나 싶은데
드뎌 오늘 머무를곳에 도착했나보다.
사막 한가운데 라도, 분지처럼 아늑하게 옴폭 파인곳이었다.
터번아저씨가 자리를 펴고, 낙타들을 모두 멈추게 했다.
주위는 온통 모래밭.
손으로 만져보니, 한국에선 볼수없는 너무나 입자가 고운 모래다.

터번아저씨들이 저녁을 준비한다.
미덕이와 나는 모래밭 언덕에 올라 일몰을 본답시고 앉았다가
따뜻한 모래둔덕에 누워버렸다.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는데, 세상에 코로 귀로 입으로 모래가
하나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해가지고 어두워지니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카레를 만들었는데 한입 먹으니 모래가 씹힌다.
그래도 맛은 기가 막혔다. 잊지못할 모레카레맛이다.
원주민 아저씨는 설거지도 모레로한다.
그런데 닦고난 그릇이 트리오로 한것보다 더 빛난다.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다.

낙타들도 여기저기 쓰러져 자고
우리 일행도 여기저기 거적대기 하나씩 깔고 누웠다.
사막 한가운데 인데도 의외로 도시보다 더운걸 모르겠다.
무척이나 피곤했던지 미덕이와 나는 곯아 떨어져버렸다.

몇시나 되었을까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눈을 뜬 나는 깜짝 놀랬다.
하늘 가득히 쏟아질것 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별들이.....
너무나 맑게, 너무나 많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이렇게 별들이 많을수가 있다니..

볼일을 보기위해 모레 언덕을 넘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간다.
그런데 일어나서 바지를 입고 있으려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똥구리 4마리가 내 배설물을 힘차게 짊어지고 간다.
영차..영차\'\'.\'
너무도 신기해서 소똥구리들을 한참이나 쳐다 보고 있었다.

돌아와 자리에 누우니 잠이 오질 않는다.
별들의 잔치를 보고 있자니
별똥별들이 사방으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나간다.
아…저게 바로 유성이라는 거구나.
별똥별을 함께 보자고 미덕을 깨워서
한참을 별구경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해가 뜨고 낙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쟤네들도 소들처럼 우는구나 싶었다.
아침을 먹고, 다음장소로 이동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내가 두통이 생긴것이다.

사실 나는 오랜세월동안 두통을 앓아왔다.
그냥 \'두통\'이 아니라 극심하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두통\'이다.
너무 심해서 위장안의 내용물을 모두 토해야 하는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다.
평소 심하면 1주일 한두번, 아니면 한달에 서너번은
이런 고통을 홍역처럼 치르면서 지내온 셈이다.

이렇게 자주 아픈 관계로 직장을 오래 못다니고
자주 옮겨 다니게 되었다.
두통이 찾아오면 그즉시 아무일도 못하고 드러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방안을 설설 기어 다닌다.
통증이 견딜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옥죄어 오기 때문이다.

두통 때문에 별 대체의학을 다 찾아 다녔고,
별짓거리를 다하고 돌아다녔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한번은 우리나라 인간문화재급에 속하는 임기욱 선생님(무속인)을
찾아가 지노귀굿도 해봤지만 나중에 도로 아팠다.
그런데 임기욱선생님의 굿은 우리나라 전통 방식 그대로를
재현한 것으로 어찌나 굿을 가슴이 저며오게 잘하는지,
그당시 눈물날 정도로 가슴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 두통이 사막 한가운데서 갑자기 찾아온 것이었다.

잠시 나무그늘 밑에서 쉬어가기로 한단다.
머리가 너무 아파 고통스러워 하니, 연장자인 원주민이 다가온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느낌으로 얼굴표정으로 대화를 한다.
내머리가 아프다 하니, 원주민이 내머리를 패트병으로 맛사지 해준다.
두통이 심할때는 감각이 없어져서 주먹으로 때려도 아프기는 커녕
감각도 없을때가 많다.

원주민 아저씨들이 점심을 준비한다.
그러나 갈증에 시달리는 우리들은 오로지 물만을 찾으며
점심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사막한가운데 물이 있을리 없다.
근처 조그만 웅덩이에서 물을 퍼와 \'짜이\'를 만든다고 한다.
뜨거운 차라도 마시면 괜찮을까 싶어
짜이를 무려 6잔이나 마셨다.
(나중에 그 웅덩이를 보니 쟁반만한 낙타똥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갈증은 여전했고, 두통도 견딜수 없을만큼 아파왔다.

다시 길을 떠나기위해 낙타를 탔다.
너무 힘이 드니, 낙타등위에서 엎어져서 가기로 했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떨어질것 같아, 손으로 고삐를 꽉 잡았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낙타 등위에서 버티면서 돌아왔다.
두통과 갈증과 더위에 지쳐서, 낙타등에서 내리니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다.
그냥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려니,
원주민들이 걱정스레 둘러싸여 쳐다본다.
그들은 아무 물이나 마셔도 되지만,
우리는 지금 물한방울도 마실 수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를 태우러 올 찦차가 도착했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원주민들과 작별을 하자니, 말도 통하지 않고
그저 눈빛으로 미소로써 잘있으라 인사를 했다.
우리가 만난 낙타 몰이꾼은 아주 진실되고 소박한 사람들 이어서
낙타사파리를 잘 마칠수가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숙소로 돌아오기전 매점으로 뛰어가
냉장고안의 물을 두병사서 그자리에서 한병을 다 마셔버렸다.
그래도 갈증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물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