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모두 낙타사파리를 하기 위해서 온다.
자이살메르는 라자스탄 지역중에서도 사막한가운데 있으며
낙타 사파리라는 이점 때문에 숙소와 상가들이 많은 편이다.

적은 인원으로는 낙타여행을 하기 힘들고
보통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가야한다.
하지만 여자들만 있을경우 위험한 것이
낙타 여행도중 자고 일어나 보니 사막 한가운데 내버려두고 가버리거나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하는 불상사 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소나 알선소를 통하여 계약을 하면 금액이
터무니 없는 경우가 왕왕있고 직접 주인과 흥정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한의 튼실한 남학생 2명과, 혼자 배낭메고 여행온
안경낀 26세의 키큰 남자까지 모두 8명이므로
직접 낙타여행을 저럼하고 알차게 할수 있도록 발벗고 뛰기로 했다.

먼저 마을 입구에 들어오니 수돗가가 보인다.
대충 양치질과 세수만 하고, 쉬면서 아침도 먹을수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옥상에 탁자가 놓여있는 넓은 식당이었고
이곳에다 배낭을 맡겨놓고, 우리는 팀을 짜서 낙타여행 계약을
알아보러 다니기로 했다.

나와 호재라는 여대생이 한팀이 되어 마을로 들어가
낙타사파리 라고 쓰여있는 곳을 여러군데 가보았으나
가격을 터무니 없이 부르거나, 숙소가 맘에 안드는 곳이 많아
수확없이 되돌아 와야 했다.

그런데 고영욱 닮은 남학생이 저렴하게 해준다고 하는데를
알아온 모양이다.
1박 2일 코스로 하루 세끼 밥해주고, 하룻밤 자고 오는 조건으로
1인당 400루삐에 합의를 보았다.

오늘 오후 4시경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막 여행중에 먹을 물과 짐을 챙겨야 했다.
먼저 숙소에 들러 끈끈한 몸부터 샤워하기로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오 마이 갓!\"
수돗물이 나오질 않는것이다.
지배인에게 물으니 뭐가 고장났다고 하는데 정말 열받는다.
급한대로 마을에서 물한바께스씩 길어다 줄테니 그걸로 대충 씻으란다.
정말 물이 이렇게 아쉬울수가 없었다.
물 한양동이로 미덕이와 나는 욕실에서 같이 샤워하고
한양동이는 모래에 쪄든 속옷과 수건,양말등을 빨았다.
이렇게라도 씻고나니 그런대로 개운했다.
슈퍼에 들러 사막에서 마실 물을 9병을 사고나니
기다리던 찦차가 도착했다.

찦차 내부는 군바리들이 타는 트럭처럼 마주보고 앉게끔 개조를 해서
우리 일행 8명이 함께 탈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덕이가 아프다고 한다.
미덕이는 나와 성격이 정반대여서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말이없는 얌전한 스타일이어서 이런 험한 여행이 아마도
힘에 겨웠을 것이다.
게다가 마마보이 때문에 나보다도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기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모양이었다.

그러나 모두 낙타여행을 떠나는 판에,
혼자 우두커니 숙소에 남아있을수도 없는일이었다.
일단 차에 타기로 했다.
머리가 많이 아프고 어지럽다고 한다.
하필이면 뜨거운 사막여행을 가는길에 아프다니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

나는 미덕이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미덕이 내면의 영혼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의 이 위기를 잘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강하게,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이 인도여행을 무사히 잘 마칠수 있도록 힘을 복돋아 주세요.
내 친구가 잘 해낼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대충 이런식으로 가슴속 깊이, 친구 내면에게 전달 되어지도록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절실해 본적이 거의 없었다.

오랜시간이 흐르고, 내손을 잡고 있던 미덕이가 말한다.
\"이제 괞찮아 졌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사실 기도 하면서 나는 눈물이 났었고
그 눈물이 남에게 보일까봐 꼬옥 눈을 감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로 아스팔트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찦차는 두어시간 정도를 달렸던것 같다.
흙벽으로 만든 집이 몇채 있는곳에 멈췄다.
다 왔는가 보다….
잠시후 머리에 터번을 두른 얼굴이 검은 인도인 몇명과
꼬마 한명이 나타났고 찦차운전사와 뭐라고 얘기를한다.

꼬마는 열두어살 되보였는데 똘똘하게 생겼고
낙타 몰이꾼의 아들인것 같았다.

낙타 몰이꾼은 문명과는 담을 쌓고,
영어도 할줄 모르는 전형적인 인도의 원주민이었다.
인도여행 내내 만난 수많은 사기꾼들과 상인들과는 너무나 천지차이인
이 원주민은, 얼마나 순수하고 진실되 보였는지 모른다.
(원주민들 이름을 말해주었는데 다 잊어버렸다)

키가 큰 낙타가 내앞에 나타났다.
꼬마의 소리에 낙타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나에게 눈짓을 한다. 얼른 낙타 등에 몸을 실었다.
꼬마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갑자기 낙타가 그 큰다리로 벌떡 일어섰다.
와..세상에! 낙타등에 앉으니 얼마나 높은지.
기분이 우쭐해졌다. 마치 개선장군이 된것 같았다.

이렇게 한명 두명 낙타를 타기 시작했다.
여대생중 한명이 공주과 인데, 낙타가 일어서니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다.
남학생중 한명은 등에 태극기를 둘렀다.
히말라야 등반 가는것도 아닌데 웬 태극기람.
그래도 개성은 있어 보였다.

모두 낙타를 탔고,
밥해주고 설거지 해줄 원주민까지 낙타 고삐를 잡고 출발을 한다.
내가 탄 낙타는 엄마 낙타인지 새끼 두마리가 찰싹 붙어 다닌다.
새끼 때문에 꼬마가 내낙타 고삐를 붙잡고 길을 떠난다.

그런데 낙타등에 앉아 있자니
허구 헌날 사람들을 태우고, 뜨거운 사막을 왔다 갔다할 낙타가 불쌍해 보였다.
낙타야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나는 진심으로 낙타에게 미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