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연일 4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로 그냥 걷는것도 지치고 힘들다.
나같은 경우는 음양식사로 단련된 몸이어서 갈증때문에
힘든적은 별로 없었다.
초창기 음양식사를 얼마나 엄격하게 했던지
하루에 저녁 한끼만 먹고 2시간 지나서 물한번 먹고,
일체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몇 달이 지나니 밥먹고 나도 별로 갈증이 나질 않았고,
덕분에 인도여행하면서 남들보다 갈증에서 자유로울수 있었다.

더위뿐만이 아니라, 모기 또한 여행객들을 아주 피곤하게 하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아마 제일 많이 외친 단어가 모스퀴토가 아닌가 한다.
바라나시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나 모기가 달라붙던지, 미덕이와 나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모기를 쫓아 내야 했는데, 그모습이 인도인에게는 춤추는 모습으로
비추었나 보다.
사실 거의 춤추다 시피 두손을 움직였으니.
주변 인도인들이 몰려와 춤추는 우리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도의 일반물은 외국인이 마시면 바로 설사를 하는데
따라서 10루삐를 주고 생수를 사야한다.
대꼬챙이 쥔장집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
생수를 사와서 넣어 놓았는데,
밤에 목이 말라 물마시려고 냉장고 뒤지다가,
실수로 쥔장이 같은 병에 담아놓은 일반물을 마신적이 있었다.
밤새도록 설사로 고생한것은 물론이다.

더운 나라임에도 의외로 냉장고도 별로 없고
가게에 있는 냉장고도 100리터나 될려나..
소형 냉장고 달랑 하나 있을뿐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조드뿌르 가는 버스를 탈수가 있다.
조드뿌르 까지는 버스. 그리고 밤기차타고 자이살메르 까지 가기로 했다.
갈 채비를 마치고 인사를 하려니,
대꼬챙이 쥔장이 작별의 포옹을 하잔다.
\"이 인간 젊은 외국여성들을 안아보고 싶어서 수작 부리는 거 아녀…?\"
속으로 생각했지만, 분위기가 안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거 같아
그냥 어색하게 포옹을 한다.
읔…여전히 양파 냄새는 지독하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타는곳까지 걸어갔는데
지도상으론 가까워 보이는 이길이 장장 40여분을 걸었다.
더군다나 길을 잘못 알려주는 인도인들 때문에
길을 헤매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다섯시간 정도를 달렸나 싶은데, 조드뿌르에 도착했다.
밤기차를 타야하니 일단 기차역으로 갔다.
도착한순간 깜짝 놀랐다.
넓은 대합실안에 거적더기를 깔고 인도인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히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누워있는 인도인들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밤기차가 떠나려면 시간이 많이 남으니
일단 보관소에 배낭을 맡기고, 밥부터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근처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길래 들어가니
에어컨도 나오고 시원해서 좋았다.
차파티와 바나나맛이 나는 쉐이크 같은 음료수를 함께 먹었다.
무척 여러가지를 맛있게 먹었는데 기억나는건 이 두가지 뿐이다.

다먹고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아보니, 거스름돈이 모자란다.
쥔장을 불러서 따지니, 거스름돈이 들어있는
까만 결재판을 열더니 그안의 비니루속에서 지폐한장을 꺼내서 준다.
계산에 어두운 외국인들에게 이런 수법으로
많이 챙긴 솜씨다.
어이가 없어 속으로 생각한다.
\"야 이넘들아….내가 한국에서 주산이 일급이고
계산기보다 더 빠르다 이넘들아…\"
여지껏 사기 당한 것중에 제일로 비열한 방법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드뿌르는 다른 지역보다 특히 거지가 많았다.
뭄바이에서 거지아이에게 사탕 하나를 주었다가
동네 거지 다 몰고 오는 바람에 곤욕을 치룬 기억이 있어
거지를 보아도 모른척 하게된다.
노점상에서 땅콩이 보이길래 한봉지 사들고 기착역으로 돌아왔다.
시내구경 하기엔 시간이 너무 애매하여
그냥 밤기차 탈때까지 보관소 룸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순식간에 밤이 깊어졌다.
기다리던 기차가 도착하고
우리는 날렵하게 자리를 찾아 좌석사이를 헤맨다.
그런데 우리자리에 어떤 인도인부부가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남의 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
티켓을 보여주고 우리자리라고 하니까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그것도 느릿느릿 자신들만의 자리로 간다.
그럼에도 그들이 벌려놓은 짐들이 우리 자리까지 침범을 하여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6시간정도 걸린다 하니 잠을 푹 자야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없을것이다.
2nd sleeper class 여서 한칸에 침대가 3층짜리였고
두칸이 마주보게 되어있다.
여대생들이 2층에 자리잡고, 미덕이와 나는 3층에 마주보고
누워 있게 되었다.
밤기차에서 잘때는 신발 도둑이 많으니 반드시 신고 자거나
아니면 머리맡에 베게 대신 베고 자야한다.
그리고 배낭도 분실위험이 많으니 체인으로 감고 자거나
끌어 안고 자야한다.
좁은 공간에 배낭을 발밑에 두고 자자니 불편하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누가 사막지역 아니랄까봐 온통 모래투성이다.
얼굴에, 몸에 모래가 들러붙어 끈적이는 몸이 더욱 끈적인다.
드디어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나보다.
동이 텄는지 바깥은 훤했고, 우리가 내리자
수많은 호객꾼들이 우리앞을 가로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