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생님! 파란 푼자비 입은 사진이야요!
낙타여행 할때 낙타 몰이꾼 원주민과 함께]

한국에서 인도여행을 준비하고 있자니, 여자 둘이서만 간나니까
주위에서 걱정들이다. 강도도 많다는데…….
미덕이도 많이 불안해 하는것 같아 인도여행 동호회 사이트에
\"여행 같이 하실분, 65년생 여성 둘\" 이라고 올려놓으니
메일이 왔다.
나보다 한살많은 남자인데 직장 그만두고
새로운 일 하기전까지 몇달간 인도를 여행할 생각인데 함께 가고 싶단다.
이 전영수라는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을 함께 한 인연이 되었다.

그런데 이남자. 알고보니 기가막힌 마마보이 였고,
그 사실때문에 미덕이와 나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으며
뉴델리에서는 마마보이를 떼어놓고 가자느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로 싸움까지 벌어졌다.

우리가 남자와 함께 동행한것은
험한 인도땅의 사기꾼, 강도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였는데, 오히려 마마보이 그 인간을
보호하며 돌아다녔으니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셈이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인도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자 본색이
드러난 것이, 우유가 먹고싶은데, 가게에 가서 나보고 사달란다.
가방끈도 나보다 긴 사람이 영어에 자신이 없었는지
남에게 의존하는 의존심이 너무 강해서 였는지
나중에 알고보니 어려서도 응석받이로 자랐고,
결혼도 연상의 여자와 해서 마누라에게도 엄마처럼 대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고 많은 남자들 중에 마마보이라니……
이 마마보이와는 한국에서 약속하기를,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중간에 서로 의견이 안 맞거나, 가고 싶은 코스가 다르면 언제든지
갈라서자\" 였다.

중간 중간에 \"우리는 이곳으로 갈테니..가고 싶은데로 가세요\" 를
얼마나 권유했는지.
이 마마보이……. 우리 뒤를 한발자욱도 떠나지 않고 졸졸 쫓아 다녔다.

사실 내 영어실력은 중2정도의 수준이었고,
마마보이는 말 그대로 깡통이었고, 미덕이도 영어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중2 정도의 영어로 인도여행에 불편은 없으나
보다 심도 있는 대화는 안되었고, 무엇보다 다른나라의 배낭족들과
사귈수 없다는 점이 불편이라면 불편이었다.

오늘도 아침을 탈리 정식으로 맛있게 먹고, 시장으로
아이 쇼핑을 가기로한다.
아이쇼핑은 어느 나라에서건 즐겁고 기분좋은 일이다.
가벼운 가방에 가이드북과 카메라 챙기고, 모자 쓰고, 푼자비를 입고
가뿐한 마음으로 바자르(시장)로 갔다.

가는도중 Exchange Money 란 간판이 보이길래
마침 루삐가 떨어졌으니 300달러정도 환전도 한다.
International Call 도 보이니 집에 안부전화도 한통 때린다.

시장은 우리나라 동대문시장을 방불케 할정도로 컸고, 방대했다.
신발가게에 들러서 살것도 아니면서 이것 저것 신어본다.
옷가게 옷들은 색깔이 화려했고, 손으로 직접 짰다는 가방들도
이쁜것들이 많으니 눈으로만 실컷 맛본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우리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기로 했기에.
그런데 그 여대생들은 릭샤비 20루삐는 아까워서 걸어다니면서
가방 이쁘다고 200루삐씩 주고 서슴없이 산다.

길거리에는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의 나라답게 소들이 차도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있고 사람과 차들이 소를 피해 다닌다.
소팔자가 상팔자다.

거리를 다니다보니 눈에 익은 간판이 보인다.
시내 번화가라면 어김없이 SAMSUNG, DAEWOO 가 있었고
HYUNDAI와 LG도 심심찮게 눈에 띄게 만났다.
한국의 액센트 차는 인도의 재벌들이 끌고 다니는 차이며
부잣집들은 모두 한국산 가전제품을 소유하고 있단다.
눈부신 한국의 경제발전을 실감할수 있었다.
인도에서 만난 흔한 한국차는 액센트와 마티즈였다.

어느시장에서나 먹는 노점상앞이 제일 붐비기 마련.
샌드위치 안에 계란후라이를 넣어서 파는 노점삼이 보이자
마마보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사달라는 소리다.
샌드위치 먹고 조금 지나자 마마보이는 가격이 비싼 치킨을
먹고 싶어했다.
\"먹고싶으면 지가 사먹을 일이지…….\"
하도 졸라대서 탄도리 라고 쓰인 곳에서 한마리 주문했는데
봉지에 들은 치킨(인도에서는 탄도리라고 한다)을 뜯어보니
닭다리가 하나밖에 없어고 양도 터무니 없이 적었다.
인도인들 장사 수법인 모양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그제서야 우리는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없는 시장만 나오고, 미로같은 길위에서
그만 숙소 돌아가는 길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상인들도 문을 닫고 철수를 하고 있었고, 겁이 더럭 났다.

길을 물어보고자 했으나, 숙소가 있는곳이 무슨동인지
주위에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 아무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때 숙소로 가기위해서는 호수를 지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때부터 지나가는 인도인들을 붙잡고 길을 묻기 시작했다.
\"피촐라 레이크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그런데 인도인들은 길을 물으면 대답은 아주 열심히 해준다.
자신이 모르면서도 틀린 대답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같은 길은 한사람은 이쪽방향, 다른사람은 저쪽방향.
아무튼 1분 간격으로 묻기를 수십번.드뎌 호수가 보인다
아이고 살았다!
이역만리 인도땅에서 미아 될뻔 했네.

숙소에 돌아오니 잠은 안오고 하도 돌아다녀 배도 출출하여
메뉴판을 뒤적여본다.
사라다!
우리들은 야식으로 상큼한 사라다를 먹기로 합의하고
쥔장 아저씨에게 주문을 했다.
미아 될뻔한 일을 가지고 수다를 떨고 있으려니
잠시후 사라다가 도착한다.

그런데 사라다는 하나를 주문했는데 두접시가 나온다.
대꼬챙이 쥔장에게 따졌다. 왜 두접시냐고??
그 쥔장 왈 \"두접시 주문하지 않았냐\"고 한다.
얇팍한 쥔장의 상술이 얄미웠고 또 속아줘야 하나 싶으니 입맛이 썼다.
그런데 사라다를 본 순간. 우리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토마토를 얇게 썰어서 접시에 납작하게 담아가지고
그위에 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나온 사라다.
도저히 손이 안갈정도로 맛없는 인도 사라다였다.

밤이 깊어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창문 틈새로 뭐가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손가락 만한 새끼 도마뱀이 심심했는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한마리가 아니다. 천장 이곳 저곳에 자기집인양
붙어있다. 큰것은 손바닥 크기만한것도 있다.
꼬무락 꼬무락 움직이는 것이 쟤들도 잠이 오질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