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이 시집인 나는 내고향 대전보다 고창이 더 고향같아진 사람이다.
16년을 살았는데 전라도 정서가 내게 잘 맞아서 몇십년을 산 것 같다.

산 높고 들 넓고 바다를 끼고있는 고창은 산해진미가 골고루 있으며
높을高, 높을敞 이라는 지명처럼사람들의 기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센 곳이기도하다.
그래서의식주가 좀 까다롭기도 해서 충정도인 내가 많이도 헤매기도 했다.

고창시절이 늘 그리운데...<확독>도 그 중에 하나다.
확독에 통고추 가위로 썰어 간장이나 액젓에 불려마늘, 생강, 새우젓을 넣고 득득 갈다가
나중에 찬밥 한 숟갈을 넣고 마저 간다. 밥을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미끄러워서 잘 안 갈아진다.

확독에는 여름에 열무김치를 버무리는 게 제격이다.
우물가...확독 둘레에 앉아 찬밥에 갓 버무린 열무김치를 먹던 그 기찬 맛이 그립다.
버무린 김치 오가리에 담고 확독에 묻은 고추양념은 뜨물을 살살 부어 씻어서 된장국을 끓인다.

염색학교 수료식 날 벼르고 벼르던 확독 겉절이를 했다.
솥뚜껑에 전 부치려던 것은 못 했지만 질시루에 찰밥찌고 확독에 겉절이 버무리고...
염색학교에는 저런 확독이 여나무개나 있고 다른 골동품도 엄청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옛 먹거리 장터를흥겹게 열 수 있다.

아래는 부안에서 사가지고 온 요새 새로 만든 확독이다.
좀 작은 듯 싶으나 가벼워서 간편하게 쓰기는 좋을 것 같다.

* 최동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1-22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