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는 우리나라 5대 명찰 중 하나로 의상대사가 676년(신라 문무왕 16년)에 왕명에 따라 창건한 사찰이다. 의상대사는 고구려나 백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며, 세상의 번잡ㅎ쉬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을 찾아 5년여를 헤맨 끝에 이곳 봉황산 중턱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사찰은 고려 초에 소실되었고, 지금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에 건축된 목조 건물이다.

'부석사'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 한다.
부석사에는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석등(국보 제17호), 조사당(국보 제19호) 등 국보와 보물이 9개나 있다. 입구의 천왕문에서 안양문에 이르기까지 108개의 돌계단을 밟아 오르는데 이는 108번뇌를 제도한다는 뜻이다.

부석사를 대표하는 것은 무량수전과 일주문에서 당간지주에 이르는 은행나무길 그리고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전경 등이다. 부석사 은행나무길은 적당한 거리와 폭으로 배치되어 찾는 이를 욱박지르지 않는 편안함과 완경사의 흙길 그리고 무량수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무량수전 앞 마당에 서면 사찰을 감싼 태백산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가 소백산 자락과 만나는 시원한 풍광이 펼쳐지며 울긋불긋 물든 주변 단풍도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직 파란 잎새 사이로 노랗게 물든 크지는 않지만 탐스러운 배가 가을을 손짓하고 있다. 얼른 손을 내밀어 한입 가득 베어 물었으면 싶은 배 과실은 너무 높이 매달려 속인의 근접을 꺼리고 있다. 나무 밑둥으로 내려가 보면 삼삼오오 떨어져 반쯤 으스러지고 남은 배들이 보인다. 조금쯤은 남아 있는 하나를 들고 흙을 털어 맛을 보았다. 시중에서 사먹는 배만은 못하지만 단맛과 신맛이 적당하고, 육질도 나름대로 먹을만 하다. 보통 우리가 사먹는 배는 씨방 속에 종자가 2개씩 들어 있지만 부석사의 배는 특이하게 씨방 하나에 3개 혹은 4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부처님의 공양물로 자리 잡고 있었음직한 부석사의 배나무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아는 이가 거의 없지만 세월의 흐름을 아란곳하지 않고 무량수전과 같이한 배나무가 자랑스럽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