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대자암'


편안한 숲길, 졸졸거리는 개울물 소리, 세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늑한 정취의 백제 고찰 '갑사'를 둘러본다. 사찰 입구 계곡 옆에 다소곳이 내려앉은 찻집에서웅성거리는 물소리를 벗삼아 차 한잔을 비우고, 용문폭포를 향하여 나서는 산행은 스스로 만들어낸 여유로움에 취하여 힘든 줄도 모르계속된다.

갑사를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좌측으로 갈라지는 '대자암'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30여분 비교적 가파른 산길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는 길은 물에 젖어 미끄러질 것 같아, 긴장된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대자암'은 학승들과 처사(공부를 위해 외부에서 절을 찾아온 속인)들이 여럿 모여 지내는 암자이다. 무문관으로 이용되는 '삼매당'이란 이름의 선원이 암자 바로 옆에 3층 규모의 웅장한 건물로 자리하고 있다. 무문관의 생활은 하루 한끼만 먹는 일종식에 묵언정진은 기본이고, 의사소통은 필담으로 한다.

산길은 '삼매당'을 지나 '대자암'으로 연결된다. '대자암'에 다다르면 '대자암'을 받치고 있는 석축과 산길 사이에 우뚝 선 나무기둥 하나를 만나게 된다. 자세히 쳐다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오래된 배나무 한 그루가 세월에 지친 가지에 황갈색으로 익어 가는 조그마한 돌배를 달고 지나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배를 가져다가 술을 담그면 좋다하여 사람들이 열매를 따가고 싶어 하나 너무 높이 매달린 배를 얻기가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