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전략)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베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후략)"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에서 이렇듯 아름답다.

영동고속도로를 강릉 방향으로 달리다가 영동제2터널을 지나 장평나들목에서 장평으로 들어서면 바로 6번국도를 만나게 된다. 우회전하여 흥정천을 따라 5km 쯤 가면 봉평면 소재지이고 좌측으로 농협을 보면서 나타난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300m를 가면 왼편으로 아담한 가산공원이 보인다.
봉평중학교와 길을 하나 사이에 둔 가산공원은 가산 이효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지만 선생의 흉상과 시비, 춘천집을 빼고 나면 수십 그루의 돌배나무로 구성된 돌배나무 공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배 노거수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메밀꽃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았던 가산공원을 지키고 있는 것이 배나무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가산공원을 지나 이효석 생가로 가는 길은 잘 포장된 편도 1차선 도로이다. 이 길을 따라 흥정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우측에 물레방아간이 있고, 좌측에는 '메밀꽃 필 무렵' 의 소설 현장을 연출해 놓은 연출관이 찾는 이를 반기고 있다. 다시 400m 정도를 가다보면 우측 산등성이에 세워진 가산문학관을 볼 수 있고, 새로운 진입로가 개설 중에 닜다. 가던 길을 따라 800m를 더 올라가면 이효석의 생가가 나타난다.

남향을 향해 언덕받이 아래 자리잡은 외딴 집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툇마루가 있고 큰방, 작은방이 있는 그런 평범한 집이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어 홍씨라는 사람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집 뒤에는 어린 효석이 올라가 열매도 따고,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햇을 것 같은 오래된 배나무들과 우람한 느티나무들이 이 외딴집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으로 최근 문학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봉평 일대는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장관을 연출하고, 장돌뱅이의 삶과 사랑, 혈육과의 만남을 한편의 서정시와 풍경화로 일궈낸 소설의 무대 모습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실존인물 허생원이 살았던 집, 나귀 등에 물건을 싣고 나가 팔았던 봉평 장터, 허생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들 동이의 등에 업혀 건너던 봉평 미인과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 등이 그대로 복원되어 남아 있어 찾는 이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해마다 9월 상순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가산의 문학을 기리기 위한 '효석문화제'가 열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평창에는 또 둘러볼 만한 곳이 여럿 있다. 봉평에서 횡성 쪽으로 2km 쯤 가다 흥정리 입구에서 산길로 진입하면 '허브나라 농원'이 있다. 자연을 잘 이용해 가꾸어놓은 대형 정원에서 150여 가지의 허브식물을 볼 수 있다. 탐방객들을 위해 방갈로형 방과 야영장을 마련해 놓았다.

또 오대산 국립공원 안의 한국자생식물원(원장 김창렬)에서는 매미꽃, 바람꽃, 개불알꽃, 뻐꾹나리꽃, 모데미풀, 끈끈이주걱 등 우리 토종식물 1,000여종이 여기저기에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산 입구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풀냄새와 은은한 꽃내음이 찾는 이를 먼저 맞이한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