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호 주변의 '청평사'


춘천의 소양강 언저리에 청평사가 있다. 춘천시에서 북쪽으로 12km 지점의 오봉산 밑에 자리잡고 있는데 회전문, 고려정원지, 공주탑 등의 조형물과 함께 청평사를 지켜온 돌배나무가 유명하다.

최대의 사력댐으로 조성된 소양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소양호 선착장에서 청평사로 가는 배는 30~40분마다 1대씩, 5시 30분에 청평사에서 마지막 배가 있다. 조금만 늦게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청평사에서 하루를 묵어야 한다. 청평사까지는 배로 10~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수면 위를 달려 잔물결을 일으키며 다가온 쉬원한 호수바람과 호밤 가장자리에 드리운 산 그림자의 아늑함을 잠시 즐기는 사이 배는 어느새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한다.

소양호에 물이 가득 차지 않으면 청평사 선착장이 한참 밑에 있어 배에서 내려 15분 정도를 걸어야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다.
아담한 계곡을 옆에 끼고 호젓한 산길을 따라 청평사로 올라간다. 울창한 숲이 이뤄놓은 짙은 녹음 속을 지나노라면 새소리,물소리,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계곡 중간에는 아홉 가지 소리가 들린다는 구성폭포가 있는데 물소리가 맑고 풍부하다.
조금 더 올라가면 고려 때 반란을 일으켰던 이자겸의 사촌 이자현이 은거했던 정원터가 남아있다. 정사각형의 인공 정원임에도 산과 물을 자연 그대로 끌어들이는 고려 정원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연못 <영지>만이 남아 천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선착장에서 1시간쯤 올라 숨이 약간 가빠질 떄쯤 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평사가 나타난다. 정작 청평사는 그렇게 크거나 고아한 매력이 풍기는 절은 아니다. 청평사는 규모도 작고, 이제 막 지어놓은 드ㅛ 선명한 목재 색깔이 회색빛 기와지붕 아래서 빛을 발하고 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배나무라면 금방 눈에 들어올 법도 한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배나무를 찾을 수가 없다. 청평사 경내로 들어서면 우측 등산로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득고 온지라 등산로 쪽을 보아도 여전히 배나무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물어물어 찾아낸 배나무는 밑둥치만 덩그라니 남아 그 웅장한 옛 자태를 그리워하며 보호철책 안에 털썩 주저앉아 있다.
2002년 여름 우리나라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많은 피해를 던져 주었던 태풍 '루사'가 이곳 청평사에 들러 가져간 것은 수백 년을 고이고이 간직해온 세월이었다. 태풍에 줄기가 부러져 없어지고, 해가 바뀌었건만 돌배나무는 뿌리마저 죽어 싹조차 튀우지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