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 '연경당'


순종이 1926년 승하 때까지 머물던 창덕궁을 찾게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돈화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수문군이다. 봄부터 10월까지는 관광객을 위해 수문군 무예시범, 수문군 교대의식 등을 선보인다. 다른 고궁과 달리 창덕궁은 관광객에 자유개방되지 않고 반드시 안내원 인솔하에 관람토록 하고 있다. 내국인을 위한 안내는 9시부터 매 시간, 일본어 안애는 10시 30분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그리고 영어는 11시 30분부터 역시 2시간 간격으로 이어진다. 관람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이다.

창덕궁은 조선왕조 제3대 태종 5년(1405)에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진 궁궐이며 창건시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편전인 선정전, 침전인 희정당, 대조전 등 중요 전각이 와성되었다. 그 뒤 태종 12년(1412)에는 돈화문이 건립되었고 세조 9년(1463)에는 약 6만2천 평이던 후원을 더 넓혀 15만여평의 규모로 궁의 경역을 확장하였다.

임진왜란 때 소실 된 것을 선조 40년(1607)에 중건하기 시작하여 광해군 5년(1613)에 공사가 끝났으니 다시 1623년의 인조반정 때 인정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가 인조 25년(1647)에 복구되었다.
그 후에도 여러번 화재가 있었으며, 1917년에는 대조전과 희정당 일곽이 소실되었고, 이곳으로 1920년에 경복궁의 교태전, 강년전 등 많은 건물을 철거하여 이전하였다. 1610년 광해군 때 정궁으로 사용한 후부터 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258년 동안 역대 제왕이 정사를 보살펴 온 법궁으로 사용되었고,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정전 공간의 건축은 왕의 권위를 상징하여 높게 하였고, 침전건축은 낮고 간결하며, 위락공간인 후원에는 자연지형을 위압하지 않도록 작은 정자각을 많이 세웠다. 건물배치에 있어 정궁인 경복궁, 행궁인 창경궁과 경희궁에서는 정문으로부터 정전, 편전, 침전 등이 일직선상에 대칭으로 배치되어궁궐의 위엄성이 강조된 데 반하여, 창덕궁에서는 정문인 돈화문은 정남향이고, 궁안에 들어 금천교가 동향으로 진입되어 있으며 다시 북쪽으로 인정전, 선정전 등 정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편전과 침전은 모두 정전의 동쪽에 전개되는 등 건물배치가 여러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종 5년(1405) 창덕궁을 창건할 때 조성하여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던 후원은 300년이 엄은 거목과 연못, 정자 등 조원시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조원 시설로서 자연적인 지형에다 꽃과 나무를 심고 못을 파서 아름답고 조화있게 건물을 배치하여 인공적인 일본식 정원과는 그 맛을 비교할 수 없다.

관람은 인정전으로부터 시작하여 궁궐을 구성하는 웅장한 건축물을 감상하게 된다. 마지막 왕손으로서 덕혜옹주와 이방자 여사가 최근까지 기거했던 낙선재를 끝으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숲이 울창한 후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4각과 8각의 조선의 초, 중, 말엽의 건축미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애연정, 연경당, 태극정, 영화당, 서향각, 불로문 등이 있다. 후원의 첫자락은 임금이 풍류를 즐기던 부용정이다. 한참 수련이 만발한 부용정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인다. 부용정 뒤쪽에는 수만 권의 책을 보관하던 궁궐의 도서관 주합루가 높은 발치에서 부용정을 내려보고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부용정 물가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근처에 있는 현대식 화장실(창덕궁 내에서 안내를 받는 동안 딱 한 번 용무를 볼 수 있는 기회)에서 용무를 마치면 임금의 불노장수를 기원했다는 불로문을 지난다.

연경당은 당시의 사대부집을 모방하여 지은 민가 형식의 건물로 민가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건물 60칸보다 큰 99칸으로 지어졌으며, 임금이 궁궐 밖 사대부의 생활상을 알기 위해 가끔 이 집에서 민간인 복장으로 사대부의 제도에 따라 생활할 떄 이용하였다.

연경당의 안채 뒤 굴뚝과 담장사이에 다소곳이 선 돌배나무가 있다. 연경당 주변에도 여러 그루의 돌배나무를 더 찾아볼 수 있으나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고택의 단아함과 어우러진 배나무의 풍치가 사못 아름답다. 배나무를 보고 돌아서면 수백 년 나무숲을 지나, 조선왕조의 역사보다 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700년 묵은 향나무의 향을 맡으며 처음 관람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안내원과 작별을 고하고 고궁을 빠져 나올 시간이 된 것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