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교태전' 후원 아미산


궁궐이란 궁과 궐이 합쳐진 말이다. 외성으로 둘러싸인 부분을 궐이라 하고, 지금 복원중인 홍례문 안을 궁이라 한다.

경복궁은 조선왕조의 정궁으로서 태조 4년, 1395년에 창건되었으나 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대부분의 건물들이 불에 타 없어졌고 그 후로 273년간이나 재건되지 못하다가 1868년, 고종 5년에 들어와 창건 당시의 규모로 복원되었다.
고종 32년(1895년) 명성황후가 건천궁에서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되고, 이듬해 2월 아관파천이 일어나 고종이 거처를 덕수궁으로 옮기는 등 많은 시련 속에 결국 왕궁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나 경복궁에는 아미산과 향원정 등의 전형적인 궁중후원을 비롯해 근정전, 경회루 등의 웅장한 건축물이 들어서 있어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왕조 정궁으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경복궁이 나온다.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큰 네거리 아스팔트길 위에 고풍스럽게 서있는 작은 누각은 동십자각으로, 지금의 경비초소와 같은 역할을 했던 망루이다. 지금은 없어진 경복궁 서쪽에 있던 서십자각과 구별해서 동십자각이라 부르고 있다

경복궁의 정문이며 근정전 세 번째 문이기도 한 광화문은 바른 이치로 드나든다는 뜻에서 바를 정자를 써서 정문으로 불렀다. 아치식으로 세워져 있는 중앙문으로는 왕과 왕비가 출입했고 동쪽의 작은 문으로는 문관이, 서쪽으로는 무관이 드나들었다. 광화문 앞에 서 있는 해태상은 원래 물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짐승이다. 경복궁의 정문 앞에 세워진 까닭은 경복궁과 마주하고 있는 관악산이 불의 형국을 띠고 있기 때문에 궁의 화재를 막고자 물을 뜻하는 해태를 세웠다 한다.

경복궁 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름다우면서 위엄있게 서 있는 근정전 건물이다. 조선의 역대 왕들은 이 곳에서 즉위식을 가졌고 신하의 아침인사를 받으며 정사를 폈다.
'부지런히 정사를 돌본다'는 뜻을 가진 이 곳의 하얀 화강암 뜰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여유롭다. 지금의 근정전 건물은 보수를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복궁 자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
부학대사는 왕사로서, 태조 이성계의 특명을 받고 좋은 궁터를 찾아 지금의 왕십리 근처를 헤매고 있었다. 그 때 한 노인이 소를 몰고 가며 하는 말이 "그놈 참 미련하구나, 명당자릴 10리 앞에 두고 이 곳에서 헤매다니......" 하고는 사라졌다. 경복궁 자리는 이렇게 정해졌고 왕십리란 이름도 왕터에서 10리길이라 해서 붙여진 것이다. 나중에 무학대사가 그 노인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고 소를 몰던 자리에 절이 있어 들어가 보니 족자 속에 그려진 인물이 노인과 똑같았다. 알고보니 노인은 다름 아닌 신라 말 풍수지리로 유면했던 도선대사였다고 한다.

경복궁이란 이름은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린다'는 뜻으로,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시구 '군자만년 개이경복'에서 마지막 글자를 따서 지었다 한다.

경복궁은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건축물을 지을 때 궁궐만 정남향으로 지을 수 있었고 그 외 건물은 정남향이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의 청와대로부터 경복궁이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모든 제왕은 자고로 남쪽을 바라보고 천하를 다스렸다'는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경복궁은 인왕과 북악의 정기가 흐르는 곳에 지어졌다. 그러나 경복궁은 수난의 역사를 가장 많이 받은 궁으로, 근정전 앞에 일본총독부 건물이 세워졌는가 하면 시정잡배들의 흙 묻은 신발이 근정전 용상을 더렵히기도 했다.

궁궐에는 건물보다 훨씬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자라고 있다. 하지만 건물 안쪽에는 나무가 없다. 국궐의 건축물 가까이 나무를 심으면, 자객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아 안패이고, 문과 나무가 일직선상에 있으면 문 밨에서 볼 때 한가로웋 한 자 모양이 되어 나라가 번창할 수 없으며, 담 안쪽의 가운데에 나무가 있으면 곤란할 곤 자 모양이 되므로 이 또한 왕조의 앞날이 암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근정전을 돌아 나와 뒤편으로 가면 경회루, 향원정 등과 만날 수 있다. 궁궐의 안주인이 거처했던 궁내의 가장 은밀한 장소, 그래서 중궁전이라 불린 왕비의 교태전 뒤뜰엔 아미산이라 불리는 후원이 있다.
아미상 후원은 중국에 있는 아미산을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여기에 가면 제법 나이를 먹은 듯한 돌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구중궁궐 가장 깊숙한 중궁전을 담장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수없이 많이 자리를 바꾼 국모들의 애환 속에 눈물과 웃음을 같이 했고, 임진왜란에 의해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다시 복원되는 시련 속에서도 당당히 자리를 지켜온 돌배나무의 듬직함이 찾는 이를 편안하게 감싸준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