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여행

휴식을 위한 여행, 새봄 강남에서 전해오는 봄소식을 가득   머금은 꽃을 보기 위한 여행이 붐비는 도로와 꽉 찬 인파로 망가져 버렸다면, 마음을 추스리고 배의 고장 나주 방문을 권하고 싶다.
배꽃은 벚꽃보다 1주일 정도 늦게 피기 시작한다.

배의 고장 나주에는 다양한 품종의 배나무가 자란다. 배꽃의 개화시기도 조금씩 다른데 '신고' 배나 '황금배' 같은 품종은 꽃이 일찍 피는 종류로 4월 15일에서 20일 전후로 만개하고, 다음으로 '금촌추' '만삼길' 품종들이 하얀 꽃망울을 차례차례 터트리면 4월말까지는 나주는 온통 하얗게 뒤덮힌다.
배꽃은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은 대신 은은한 기품을 풍긴다.

고려시대의 문신 이조년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리마는 /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라고 시를 읊었고,

현대시인 곽재구는 '배꽃' 이라는 시에서 "어깨 으스러질 듯 / 못 생긴 산과 하늘 부둥켜안으며 / 배꽃들은 / 황토산 자락에 / 연분홍 첫사랑의 숨결을 토해놓지" 라고 화답하였다.

나주 배꽃은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13번 국도를 따라 나주시의 경계를 지나면서 만나는 노안면에서부터 그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야트막한 구릉에 조성된 과수원마다 온통 새하얀 배꽃에 휩싸여 있다. 벚꽃을 구경하려면 차량과 인파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배꽃을 구경하는 데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산강 지류인 지석강 바로 아래에 금천면, 그리고 영암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세지면, 봉황면 일대에 배밭이 믾다. 그저 길을 가다가 배꽃이 눈앞에 보이면 차를 세우거나 발걸음을 멈추고 오직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천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된다. 사진의 배경으로는 나주의 진신 금성산(해발 450m) 을 배경으로 넣으면 금상첨화다.

배꽃 나들이는 나주에서 남평읍을 지나 광주로 향하는 1번 국도변에 자리한 나주배박물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우선 실내에 전시된 배꽃사진 촬영대회 입상 작품들도 구경하고 과수원 모형, 다양한 배 품종, 배로 만든 술, 음식 등 전시물을 꼼꼼히 살펴본다.

박물관에서 나와 금천사거리에서 봉황방면으로 23번 국도를 따라 영산포, 세지, 남평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달리노라면 온통 배 꽃으로 휩싸이여 한적하게 배꽃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과수원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무방하지만 단체일 경우는 사전에 주민들의 양해를 얻고 주의사항을 숙지하여야 한다. 이곳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므로 나의 부주의에 의해 과원이 상처를 받아서는 않되기 때문이다.

또한 나주에서는 매년 4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배꽃 촬영대회가 열린다. 배꽃이 피는 시기는 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주배박물관이나 나주시청 배사업소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우리 배 이야기> 에서